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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은행 공동점포...점포전략 고민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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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은행 공동점포...점포전략 고민 해결할까?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05.0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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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손님들이 더 이상 우리를 찾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요가 있는 곳엔 다시 간다는 원칙에서 시작했습니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은행 오프라인 점포가 사라지고 있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은행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점포 전략'이다. 점포를 그대로 유지하자니 고정비용 지출이 워낙 크고 수익성 차원에서 줄이자니 은행이 가진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어 접점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이 한창이다.

지난 달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한 점포 내에 두 은행의 창구를 두는 '공동점포'를 처음 선보이면서 은행 오프라인 채널 전략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하나은행에서 차세대 채널 전략을 담당하는 김기홍 채널혁신섹션장을 유선상으로 만나 공동점포 출점 뒷 이야기와 금융권 DT 시대에 은행 점포 전략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달 경기도 용인 수지구에 처음 선보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공동점포'
▲지난 달 경기도 용인 수지구에 처음 선보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공동점포'

먼저 최근 화제를 모았던 우리은행과의 공동점포 출점 배경이 가장 궁금했다. 김 섹션장은 두 은행의 니즈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져 출점 자체는 큰 애로사항이 없었다고 운을 띄었다.

그는 "하나은행도 수지 신봉지역에 지점을 두다가 인근 성북지점으로 통폐합했고 우리은행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공동점포가 있는)신봉지역에 손님이 상당히 남아있었다"면서 "정규지점으로 운영하기는 어렵지만 공동점포 설립 정도의 비용 투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공동점포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두 은행의 공동점포는 점포 내 칸막이로 나뉘어져 각각 업무가 수행된다. 은행원도 2명, 청원경찰도 2명, 임대료나 관리비도 두 은행이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다만 출장소 2곳이 합쳐진 개념이다보니 공동점포를 관리하는 지점이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재(현금)도 공동점포 내 금고가 아닌 각 은행 관리지점에 보관하고 담당 직원과 청원경찰이 출·퇴근시 필요한 시재를 옮기는 작업을 매 영업일마다 하고 있다. 공동점포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일반 지점보다 짧은 것도 '시재 양수' 작업이 있기 때문이다. 

김 섹션장은 "본점에서도 매일 모니터링과 현장 리포트를 받고 있는데 매일 손님 30~40명이 방문하고 있고 은행 2곳이 생겨서 좋다는 반응이 많다"면서 "다만 입출금거래한도가 1일 1000만 원으로 영업점보다 적고 제공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데 아쉬워하는 손님도 있다"고 밝혔다. 
 

▲ 공동점포 내부 모습.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점포의 절반씩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 공동점포 내부 모습.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점포의 절반씩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공동점포는 소액 입출금, 제·신고 업무 등 간단한 업무만 가능하고 금융상품 가입 등 '풀뱅킹 서비스'를 받으려면 인근 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기술적 문제는 없는 만큼 향후 상황을 보고 서비스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 섹션장은 "공동점포에서 금융상품 판매를 하면서 두 은행이 상품 세일즈 경쟁이 붙었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는 남아있다"며 "현재는 손님들의 불편 처리와 금융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춰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운영하면서 탄력적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공동점포 외에도 산업은행과의 점포망 공동이용서비스, CU 편의점 혁신점포 등 타 은행, 타 업권과의 활발한 제휴를 통해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김 섹션장은 "오프라인 뱅킹을 원하는 저희 고객이 저희가 도달하지 못하는 네트워크에 있다면 편의점, 우체국 제휴 등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전략"이라면서 "수요가 있는 곳엔 다시 가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면 하겠다는 원칙이 있다보니 다른 은행 대비 융통성있게 제휴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10월에 편의점 브랜드 CU와 선보인 점포. CU 편의점 내에 하나은행 스마트텔러머신(STM)과 화상상담이 가능한 기기가 설치돼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10월에 편의점 브랜드 CU와 선보인 점포. CU 편의점 내에 하나은행 스마트텔러머신(STM)과 화상상담이 가능한 기기가 설치돼있다

그는 이종업권과의 제휴 확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CU와 편의점 혁신점포를 선보인 뒤로 '신한은행-GS25', 'KB국민은행-이마트 노브랜드' 등 은행-유통업권간 특화 점포가 생겨나고 있다. 

김 섹션장은 "편의점은 모든 기능을 해줄 수 있는 곳으로 편의점에 금융이 들어간 것도 편의점 기능을 좀 더 복합적으로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유통업계가)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현재 편의점 대부분이 가맹점인데 가맹점들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확장의 여지는 대단히 넓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은행 점포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은행과 금융소비자 모두에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점포는 어떤 것일까? 그 부분에 대해 김 섹션장은 '디지털 기기'와 '유인(有人)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의 점포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답을 꺼냈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스마트텔러머신(STM)이 비치된 무인 점포에 안내 직원을 파견 형태로 보내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기기 작동을 돕고 있다. 기존 영업점 대비 고정비용을 줄이면서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절충안인 셈이다. 

김 섹션장은 "궁극적으로는 풀뱅킹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점포가 수익성이 담보된다면 포진해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익성 부담을 느낀다면 디지털기기와 유인서비스가 결합된 '마이크로브랜치(Micro Branch)'가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DT 이행은 금융권의 거대한 흐름이니 하겠지만 일방적으로 손님에게 디지털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점포를 줄였기에 손님들이 오프라인 뱅킹 서비스를 원하고 최대한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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