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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사 연구개발비 산정 '입맛대로' 제각각....데이터 왜곡 심해 투자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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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사 연구개발비 산정 '입맛대로' 제각각....데이터 왜곡 심해 투자자 혼란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11.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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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정기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는 연구개발비의 산정 기준이 제각기 달라 금융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해진 공통 기준이 없다 보니 일부 기업은 유리한 기준으로, 일부 기업은 보수적인 기준으로 연구개발비와 매출 대비 R&D(연구개발) 비율을 산정하고 있다.

제약바이오를 비교 평가하는 지표로 가장 많이 참고되는 R&D 데이터가 기업 입맛대로 가공돼 투자자와 관련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사 20곳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정기보고서에서 연구개발비 기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자신들에 유리한 기준을 적용해 R&D 비용을 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 한미약품, 보령, 동아ST, 휴온스 등 9곳은 연결과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연구개발비를 모두 기재한 반면 광동제약과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동국제약, 일동제약 5곳은 별도 기준으로만 기재했다.

별도 기준으로 산정한 매출은 연결보다 작기 때문에 매출 대비 R&D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게 된다. 이 경우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으로 실제보다 과장되게 비춰질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트리온제약은 연결 대상 종속기업이 없어 별도로 기재됐고 유한양행과 HK이노엔, 제일약품 3곳은 연결 기준으로만 기재했다.
 

연구개발비 산출 기준도 천차만별이었다. 셀트리온과 보령, 한독 3사는 경쟁 업체들과 달리 정부보조금을 차감한 이후의 연구개발비로 매출 대비 R&D 비중을 구하고 있어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오고 있었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 한해 정부보조금을 합산한 연구개발비는 총 4304억 원으로 연결 연매출 1조9116억 원의 22.5% 비중이었다. 그러나 정부보조금 324억 원을 제한 3980억 원 매출 대비로 비중을 산정, 1.7%포인트가 낮아진  20.8%를 공시했다.

보령과 한독도 마찬가지다. 2018년 이들 업체가 공시한 매출 대비 R&D 비중은 각 7.2%, 4.7%인데 정부보조금 차감 전 비용으로 산정하면 7.5%, 4.8%로 나타났다.

GC녹십자는 정부보조금 차감 전 비용으로 매출 대비 R&D 비율을 산정하고 있는데 지난 한해 연구개발비를 정부보조금 차감 이후로 산정하면 1.1%포인트 하락한 10.1%가 된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부보조금 차감 후로 매출 대비 R&D 산정 시 무려 5.6%포인트 차가 벌어졌다.
 


동아ST는 연구개발비와 매출 대비 R&D 비율을 경쟁업체 대비 보수적으로 산정해 데이터 축소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3분기 기준 동아ST가 공시한 매출 대비 R&D 비중은 10.8%다. 올 3분기까지 사용한 연구개발비 520억 원으로 산정했다는데 실제 이 연구개발비는 판매관리비에 한했다.

경쟁업체들은 판매관리비에 제조경비, 개발비(무형자산), 정부보조금 등을 합산한 금액을 연구개발비로 보고 매출 대비 R&D 비율을 구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 금액들을 모두 적용해 산정한 동아ST의 매출 대비 R&D 비율은 17.5%로, 판매관리비만 적용한 10.8% 대비 무려 6.7%포인트 상승하게 된다.

동아ST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는 정부보조금을 차감하고 판매관리비로 계상된 금액으로 작성하고 있다.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인식되는 금액은 결국 판관비므로 이 기준을 적용해 비율을 계산, 기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보조금의 경우 정부 보조금에 부수되는 조건을 준수하고 그 보조금을 수취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확신이 있을 경우에만 인식한다고 덧붙였다.
 

연구개발비뿐 아니라 정기보고서에 기재하는 주요계약, 연구개발 활동과 중단 내역 등 각종 항목도 공통 기준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이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과 '제약·바이오 기업 사업보고서 기재 모범사례' 등을 배포해 작성 방법과 기준을 안내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다 보니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지난 달 개정된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제4-2-11조에선 연구개발비에 대해 연구활동이나 개발활동과 직접 관련이 있거나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준에 따라 그러한 활동에 배부될 수 있는 모든 지출을 포함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또 효과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표를 이용하거나 서술식으로 기재할 수 있고, 정부보조금을 차감하기 전의 지출 총액으로 연구개발비와 매출 대비 비율을 산정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측은 "가이드라인이라는 큰 틀 아래 세부적인 내용은 자율적인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통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정보가 공시·비교되면서 투자자들이 왜곡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기준은 다소 다르지만 투자자들을 속일 만한 데이터 왜곡은 없을 것이다. 투자 시에는 공시 정보를 맹신하면 안 되며 참고 자료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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