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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법 4년, 교환·환불 겨우 11건..."결함 입증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법 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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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법 4년, 교환·환불 겨우 11건..."결함 입증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법 개정 시급"
제재 너무 약해 제조사 레몬법 신경도 안써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2.12.19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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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전남 순천시에 사는 A씨는 지난 6월 한 수입차를 구입한 후 다음날부터 공조 시스템에서 ‘찍찍’하는 소리를 들었다. 서비스 센터를 찾았지만 소리는 완전하게 제거되지 않고 다른 소음마저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동일한 부분에서 소음이 계속 커져 레몬법을 적용, 차량을 교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같은 결함이 아니라며 이를 묵살했다. 수리는 가능해도 차량 교체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센터의 답변이었다고.

#사례 2.  서울시 마포에 사는 최 모(여)씨는 지난해 한 수입차를 구매하고 3개월이 지난 후부터 후방 카메라 블랙아웃 문제가 발생했다. 3주에 한 번씩 동일 증상으로 7회 이상 수리를 받았지만 레몬법 해당 차량임에도 불구, 본국의 허락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지체하는 업체 탓에 1년의 시간을 허비했다.

지난 2019년 1월 신차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제조사가 교환·환불을 해주는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된 지 어느덧 만 4년째를 향해 가지만 여전히 극소수의 소비자만 혜택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합의 취하가 늘어나는 등 일부 성과를 냈지만, 기각되는 경우도 많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레몬법은 자동차 신차(1년 이내 주행거리 2만km 대상)에 중대 결함이 2회,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발생할때 구매자가 제조사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자동차관리법·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말한다.

19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소비자가 반복 고장 차량의 신차 교환을 위해 심의위에 중재를 신청한 사례는 총 1871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중재심의위)의 중재 판정에 따라 이루어진 교환은 6건, 환불은 총 5건이 이루어졌다.

신청 자체는 해마다 느는 추세였다가 올해는 주춤하고 있다. 2019년 79건→2020년 668건→2021년 707건이며 올해는 417건이다.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2020년보다 적은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 제조사가 합의해 취하한 경우도 교환 107건, 환불 120건이 있었는데, 레몬법 절차를 밟는 데 부담을 느낀 제조사가 교환, 환불 판정이 나오기 전에 합의를 이룬 경우로 해석된다. 

종합적으로 신청 건수 대비 교환, 환불에 이르는 과정은 채 1%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보듯이 교환, 환불보다 취하, 각하 등에 해당하는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법이 시행돼 혜택을 보는 소비자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은 셈이다. 법에 구멍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레몬법 규정상 중재를 통한 교환. 환불 여부는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반복적인 결함이 발생해도 소비자가 이를 입증하고 보상받는 확률이 높지 않아 법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예로 시동 꺼짐 문제가 반복 발생해도 제조사가 동일 증상 결함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2회 하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여기에 차량을 인도받고 6개월이 지나면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이 넘어가 부담이 커진다. 일반 소비자가 차량 전문 회사를 상대로 하자를 입증해 내기란 하늘에 별따기나 다름없다.

미국에선 레몬법이 의무 사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성이 없어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상황이 반복돼 보완 입법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더딘 것이 실상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7월 제조사가 한국형 레몬법을 도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 1월에는 레몬법 대상에 렌터카, 리스카 등 법인차를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모두 심사 단계에 있다.

또 보완을 하려고 해도 제도 자체가 소비자 중심인 경우가 적어 레몬법만 개정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전문가는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형 레몬법은 미국과 달리 태생부터 단점이 뚜렷해 한계가 있는 제도다. 미국은 공공기관에서 조사에 나서 제조사에 책임을 묻지만 우리는 소비자가 직접 이를 증명해야 하는 등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자체가 소비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게 거의 없고 제재가 약하다 보니 이제 업체들도 레몬법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레몬법도 손 대야 하지만 공공 조사기관을 강화해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업체들의 관성적 태도도 바뀌어야 하는 등 이 부분 관련해선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동차 결함은 큰 하자로 교환, 환불이 중대한 문제임을 알고 있다. 건수가 적지만 소비자가 교환, 환불까지 안 가더라도 보상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합법적인 틀 안에서 소비자 보호를 늘리고 실적도 좋아질 수 있도록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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