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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범퍼 부품없어 수개월 간 수리 대기...자동차 부품 수급난 '지친다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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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범퍼 부품없어 수개월 간 수리 대기...자동차 부품 수급난 '지친다 지쳐'
부품 생산 차질, 인력 이탈 등 코로나19 영향 지속
  • 천상우 기자 tkddnsla4@csnews.co.kr
  • 승인 2023.03.15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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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공주시에 사는 양 모(남)씨는 올 2월 초 20년식 벤츠 E클래스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다. 센터 측은 문제의 원인을 찾았으나 현재 부품 재고가 없어 독일 본사에서 부품이 들어온 후에나 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 씨는 "한 달이 지나도록 부품이 입고되지 않아 차량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차주인 서울에 사는 오 모(남)씨는 올해 1월 뒤에서 오던 차량이 들이받아 뒷범퍼가 찌그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오 씨는 단순히 범퍼만 교체하면 되는 수리라고 생각해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사고 접수 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 씨는 "범퍼 부품 재고가 없어 수리를 못 받는 상황이다"라며 기막혀했다.

# 충남 아산시에 사는 정 모(남)씨는 2016년에 산 쉐보레 임팔라의 냉각수 센서가 지난 2월 고장나 수리를 맡겼다. 금방 수리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센터 측은 4월 초에서 중순은 돼야 부품이 공급된다며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정 씨는 "적정량의 수리용 부품이 확보되지 않아 1개월 하고도 20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서울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3월 지프 그랜드 체로키에 사이드스텝 설치를 요청하며 선수금 20만 원을 납부했다. 담당자는 현재 한국에는 부품이 없어 미국 본사에서 부품을 들여오면 설치하겠다고 말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 씨는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이드스텝 설치를 못하고 있다"며 황당해했다.

#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최 모(남)씨는 지난해 11월 랜드로버 차량의 선루프 작동 오류로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센터에서는 고장난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현재 재고가 없는 데다 주문하더라도 해외서 들여와야 하는 탓에 수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 씨는 "선루프 때문에 차를 계속 서비스센터에 둘 수 없어 수리도 못받고 돌아와야 했다"고 토로했다.

국산차, 수입차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차량 부품 수급이 안돼 수리가 지연되는 상황이 다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2, 3년간 코로나19로 자동차 부품 생산과 운송, 인력 이탈 등으로 차질을 빚던 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자동차 브랜드들도 공통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업체들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부품 공급난으로 인한 수리 지연에 따른 소비자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올해 들어서도 현대자동차, 기아, 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국산차와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지프, 랜드로버 등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AS가 기약 없이 늘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내비게이션, 서스펜션, ABS, 엔진 등 부품뿐만 아니라 범퍼 같은 비교적 단순한 일반 부품마저 수급이 안돼 수개월 간 수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수리 기간이 늘어져도 대차 등 대책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  불만이 더 컸다. 영업용 차량의 경우 수 개월간 운행을 못하고 세워둬야 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빠른 AS를 요구하는 호소도 상당수다.

소비자 피해는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차량 부품 수급난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대책은 현재 전무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과 제조 인력 이탈 등이 원인으로 보고 있으나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산차 업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품 조달 문제와 협력사 인원들이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해 뒷범퍼, 일반 부품의 수급도 원활치 못했다”며 “올해 상반기 내에는 100%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부품 수급이 원활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전처럼 돌아가려면 팬데믹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입차 브랜드는 “확실히 1~2년 전보다는 수급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몇몇 차종이나 부위의 부품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소비자 불만이 최소화할 수 있게 수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부품 수급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부품 생산 공장이 각자 다른데 대부분 지역에서 수급이 늦다고 하면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천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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