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청소기 버튼 부품없어 수리 6개월 질질...가전제품 부품 수급난에 소비자들 골탕
상태바
청소기 버튼 부품없어 수리 6개월 질질...가전제품 부품 수급난에 소비자들 골탕
인기모델 위주 재고 확보 탓..."쿠폰 등 보상"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3.06.20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례 1. 충남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렌털로 구매한 안마의자에서 지난 5월부터 작동 중 굉음이 발생하고 일부 부위에서는 자극이 전혀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수리기사는 ‘롤러가 떨어지고 안마의자 천도 찢어져 수리가 필요하다’며 일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그런데 부품 공급이 안돼 차일피일 늦춰지더니 약 두 달 뒤로 미뤄졌다. 김 씨는 “부품 수급에 두 달이 걸린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 기간 렌털료는 다 내야 한다고 하더라”며 소비자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업체 관계자는 “기기를 사용을 할 수 없는 수준이면 당연히 수리 기간 렌털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고객센터에서 안내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사례 2. 광주에 사는 한 모(여)씨는 지난 2021년에 산 청소기의 버튼이 작동이 잘 안돼 지난해 12월 AS를 맡겼다. 당장 부품이 없어 기다려 달라는 연락을 받았는 데 6개월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고. 이 기간에도 '수리가 지연된다'는 문자만 올 뿐 언제쯤 완료되는지에 대한 연락은 전혀 없었다. 약 6개월을 기다리다 참다못한 한 씨가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야 빠른 수리를 약속했다. 한 씨는 “반년이나 기다린 상황에서도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하더라.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자 다시 알아본 뒤 수리가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았다. 청소기 버튼 수리하는데 6개월이란 시간이 걸릴 일인가”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례 3. 부산에 사는 최 모(남)씨는 2018년 구입한 김치냉장고의 냉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서비스를 접수했다. 방문한 기사는 '기판 부품이 없다'며 3주 후에나 생산이 시작돼 수리까지 약 4주는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수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냉장고에 보관했던 식재료는 이미 상해서 다 폐기처분해야 했다. 최 씨는 “냉장고는 최대 10년 이상 쓰는 가전제품인데 5~6년 정도 된 모델의 부품이 없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생산까지 몇 주나 소요된다는 말도 믿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사례 4. 서울에 사는 이 모(여)씨는 2021년에 산 세탁기가 최근 고장 났는데 부품이 없어 언제 수리가 완료될지 알 수 없다며 황당해했다. 지난 5월 고장이 나 수리를 요청했는데 구모델이라 현재 부품이 없어 시간이 걸린다는 기사의 안내를 받았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재차 연락해 봤지만 계속 지연돼 AS 신청 후 한 달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수리를 받지 못했다. 이 씨는 “한 달째 세탁기를 사용하지 못해서 매주 빨래방에 1, 2만 원씩 쓰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가전제품이 고장났는데 부품이 없어 수리가 한 달 이상 지연되는 일이 잇따르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세탁기, 냉장고, TV, 에어컨 등 생활에 필수로 이용하는 가전인데도 부품이 제때 수급되지 못하면서 불편을 겪자 제조사가 부품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주장이다.

가전업체들은 신제품, 인기 제품의 부품 보유를 우선하다 보니 일부 수요가 적은 모델에서 나타나는 드문 경우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수리 기간이 한 달 이상 미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입한지 2, 3년 된 제품도 부품 수급 문제로 조속한 수리를 받지 못하면서 이들 제품의 부품 부족 현상을 이해할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특히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냉장고, 세탁기 등 매일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수리지연은 2차 피해로 이어져 거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가전제품 부품이 없어 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전에는 제품이 단종되면서 더는 부품을 생산하지 않아 감가상각으로 보상을 받는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다발했다면 최근에는 구입한 지 2, 3년 된 제품에서도 부품 수급 지연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러시아 전쟁 등 국제 정세와 국내 물류 파업 여파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한 자동차 부품 수급 지연 문제가 가전으로까지 번지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가전업체들은 철저하게 수요에 따른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 오텍캐리어, 바디프랜드, 세라젬, 다이슨 등 가전업체들은 제품의 대다수 부품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로 수요가 많거나 신제품 위주로 확보해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들이 모든 부품을 다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보유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수요가 적은 모델의 경우 부품을 수급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드물게는 부품 협력업체 사정에 따라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이들 업체는 신형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부품 수급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할인 쿠폰 지급, 감가상각 환불 등 보상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바디프랜드는 “취급하는 자재 품목이 2000종 이상이다 보니 파트너의 제조, 생산 상황에 따라 수급이 더뎌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여유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서 최대한 지연을 막고 있으나 만약 지연이 발생하면 소비자와 소통해 렌털료 감면이나 사은품을 증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위니아 관계자는 “제조업체는 라인업이 많고 신형이 계속 나오다 보니 소비자의 수요가 많은 제품 위주로 재고를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신형의 재고가 부족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 쿠폰 등을 지급해 불만을 덜어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도 “혹 7일 이상 부품 수급이 어려울 경우 고객이 원한다면 감가상각해 환불해주고 있다. 대부분 제조사들이 비슷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슨 관계자는 “수리에 필요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고객에게 재차 안내하고 필요 시 대체 상품 제공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