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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순정 내비게이션은 차 수명까지 업데이트?..구형 차량 무차별 중단에 소비자들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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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순정 내비게이션은 차 수명까지 업데이트?..구형 차량 무차별 중단에 소비자들 '뿔'
전문가 "차량 평균 이용 기간까지 서비스 제공 필요"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05.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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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북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2017년 5월 경 크라이슬러 C300 구입 당시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판매점에서는 2~3개월 후 미국 본사에서 자료가 오면 지도 업데이트가 이뤄질 것이라 설명했으나 공염불이었다. 박 씨는 "판매점에서 업데이트를 진행했으나 2018년도 버전만 설치됐다"며 "그 이후로는 업데이트가 안 된다더라"고 말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측은 "구형 차종에 대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며 주기적으로 문자로 안내하고 있다"며 "다만 크라이슬러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가 진행되지 않아 지원이 어렵다"고 전했다.

# 인천 연수구에 사는 임 모(남)씨는 2017년형 쉐보레 임팔라 차주로 최근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쉐보레 차량에 내비게이션 지도를 제공해 오던 루센이 지난해 한국GM과의 계약 종료 이후 구형 차종에 대해 업데이트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서비스센터에 내비게이션 업데이트에 관해 문의했으나 '계약 중단으로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다른 내비게이션으로 교체하거나 스마트폰 미러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임 씨는 "무책임하게 차주에게 알아서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중단에 대처하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국GM 측은 "일부 고객의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서비스가 중단된 데 대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현재 서비스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정 모(여)씨는 지난해 5월 말 2012년형 현대차 벨로스터를 중고차로 구매했다. 당시 옵션에 순정 내비게이션이 있다는 사실에 타 매물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 그러나 현대차 홈페이지에서 해당 차종이 11월부로 업데이트가 중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 씨는 현대차 고객센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했으나 "업데이트 중단 후에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쓸 수밖에 없다"는 답을 받았다. 임 씨는 "구형 차종에 대한 내비 업데이트 지원 없이 홈페이지에 종료만 통보하면 끝인가"라고 하소연했다. 현대차는 공지사항을 통해 "구형 내비게이션에 대해 지도 경량화와 일부 기능 제한 등을 통해 업데이트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구형 내비게이션은 업데이트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부 구형 차종에서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중단돼 차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순정 내비게이션의 경우 차량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업데이트 등 서비스가 보장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완성차업체들은 구형 내비게이션의 한계나 소프트웨어 회사의 사정으로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차주가 별도로 내비게이션을 새로 구매하거나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차량 내비게이션은 도로 환경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정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출시된 차량을 중심으로 내장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혼다의 2016년식 혼다 파일럿은 지난해 12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중단됐고 2014년 이전에 출고된 GM대우 알페온·윈스톰 등도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중단돼 차주들이 불편을 겪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차량 출고 후 차주가 구매해 차량에 장착하는 내비게이션은 품질보증기간이 1년, 부품보유기간은 5년이다. 반면 차량 출고 시 장착된 내장형 내비게이션은 '차체 및 일반 부품'으로 간주해 품질보증기간이 2년, 부품보유기간은 8년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차량에 내장된 내비게이션도 차량 부품으로 볼 수 있으므로 단종 후 8년까지 업데이트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제조사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 지원 기준은 업체마다 다르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장된 내비게이션의 경우 단종 후 8년까지 지도 업데이트를 보장한다. 쉐보레는 홈페이지에서 업데이트가 가능한 차량의 경우 기간에 상관 없이 무료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르노코리아는 'TMAP for Car'를 통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단종된 차들도 업데이트 서비스를 지원한다. 티맵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KG모빌리티는 현재 운행 중인 차량 이외에 체어맨H나 코란도C 등 단종 차량에서도 지니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다만 단종된 차량 중 체어맨 W 업데이트는 중단됐다.

문제는 업데이트 지원이 끝났을 때다. 차주에 대한 지원은 전무해 차주가 직접 새 내비게이션을 구매하거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 중에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와 지도 등을 지닌 타 업체와 계약을 맺고 내장 내비게이션을 서비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계약 종료나 내비게이션 업체의 파산 등으로 인해 업데이트가 중단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순정 내비게이션의 경우 대부분 꾸준히 업데이트가 지원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연식이 오래된 일부 차종은 업데이트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내비게이션 업계 관계자는 "오래 전에 출시된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의 경우 장비 사양과 내장 메모리 등에 한계가 있어 지도 업데이트를 계속 지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차주들 중에는 비용을 일부 부담해서라도 내장 내비게이션을 계속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임 씨는 "유료로라도 내비게이션 지도 업데이트를 받아 안전하게 운전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자동차 평균 수명이 10~12년에 달하는 상황에서 평균 수명 이상은 지원해야 소비자들이 불편 없이 차량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다"며 "자동차 제작사가 가능한 한 차량 수명이 다할 때까지 서비스를 지원하되 부담된다면 유료로라도 업데이트를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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