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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난, 자동차 AS 부품도 못 구해 곳곳 아우성...두세달씩 수리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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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난, 자동차 AS 부품도 못 구해 곳곳 아우성...두세달씩 수리 대기
국산차· 수입차 모두 기약없이 AS 지연...불만 폭주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2.09.21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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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서울에 사는 신 모(여)씨는 BMW 7시리즈 차주다. 지난 7월 후방 에어 서스펜션 고장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담당자는 현재 부품이 한국에 없어 먼저 수리비를 결제해야 입고된다고 안내했다. 신 씨는 “위험해서 타지도 못하겠는데 입금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아무리 수입차라고 해도 수급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는 언제될 지 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사례 2. 경기도 여주에 사는 윤 모(남)씨는 기아 스포티지 차주로 지난 7월 직진하다 비보호 좌회전하던 차량과 부딪혔다. 바로 공업사에 입고했으나 두 달여가 되도록 수리는 완료되지 않았다. 에어백 모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씨는 “차 한 대가 완성되면 AS 부품을 전국적으로 수급하고 판매해야 하는 건데 에어백 모듈 하나 없어서 수리를 못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 3. 청주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달부터 쌍용자동차 코란도의 에어컨 작동이 안 돼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컨트롤러 어셈블리 고장 탓이라 부품을 신청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수리 완료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 씨는 “부품이 없어 무더운 8월 한 달간 창문을 열고 다녔다. 본사 부품부에 문의해봐도 전국에 하나도 없다고 기다리라고만 한다”면서 “장기렌트카로 구입한 차량이 렌트비만 나가고 비 오는 날에는 습기가 차서 수건으로 닦으면서 운전한다”고 하소연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국산차,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AS가 기약 없이 늘어지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운송 차질에 지난해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신차 출고뿐 아니라 부품 수급문제까지 심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급난 정상화가 1년 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소비자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차 사고나 고장으로 수리를 맡겼지만 부품이 없어 AS가 언제 완료될 지 모른다는 소비자 불만이 치솟고 있다. 소비자들은 수리 완료를 기약할 수 없는데 대차 서비스도 받지 못해 불만이 더 컸다.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푸조, 랜드로버 등 수입차와 현대자동차, 기아, 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브랜드를 가리지않고 발생하는 문제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모빌리티 시대로 전환하면서 차 한 대에 투입되는 반도체 개수도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는 내비게이션, 전화 등은 물론 서스펜션, ABS(특수 브레이크), 엔진 등 파워트레인에도 투입돼 차량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물리 버튼이 점차 사라지고 터치 기능이 늘어나고 있어 역할이 커지고 있다. 수급난이 수리 지연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특히 수입차들은 서비스센터 수가 국산차에 비해 현저하게 적어 AS 지연이 더욱 심하다. 공간 확보, 비용 절감 등의 사유로 국내에는 필수 부품 위주로만 구비하고 일반 부품은 해외 본사에서 수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비스센터가 많지 않은 수입차 특성상 수개월의 수리 지연 등은 소비자 고질적 불만 중 하나였는데 최근에는 더 심각해졌다.

▲반도체 수급 문제가 신차 출고뿐 아니라 정비 지연에도 오랜 기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수급 문제가 신차 출고뿐 아니라 정비 지연에도 오랜 기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입차 제조사가 부품 미보유로 수리를 지연해도 이를 제재할 법적 수단이나 보상 규정도 없어 소비자는 그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딜러사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수입차 업계가 반도체 문제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산차의 경우도 한달 이상 AS가 지연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엔진 컨트롤 유닛(ECU) 등은 주문이 들어가고 두 달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기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서비스 부품 수급에도 영향이 생겼고 이른 시일 내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빠른 시일 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정상화되는 시점까지 2~3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학과장은 “부품 생산 공장이 각자 다른데 대부분 지역에서 수급이 늦다고 하면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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