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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2시간 미만 장애도 보상' 효과 있을까?...입증책임·보상규모 소비자에 여전히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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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2시간 미만 장애도 보상' 효과 있을까?...입증책임·보상규모 소비자에 여전히 불리
통신사 약관개정에도 보상기준·금액 등은 그대로
  • 최형주 기자 hjchoi@csnews.co.kr
  • 승인 2023.03.16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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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경상도 칠곡에 사는 노 모(여)씨는 최근 잘 사용하던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의 속도가 느려졌음을 느꼈다. 속도를 측정해보니 원 속도인 500Mbps는커녕 45Mbps 정도의 느린 속도만 지속됐다. 하지만 피해 구제 방법을 몰라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2= 경상도 산청군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KT 인터넷을 500Mbps에서 1Gbps급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속도는 50Mbps 수준이었다. AS를 요청했지만 기사는 컴퓨터가 오래돼 속도가 느리다는 궤변만 반복했다. 1Gbps 인터넷을 사용하는 지인의 사무실에 컴퓨터를 들고갔지만 컴퓨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결국 문제 해결은커녕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사례3= 부산시 진구에 사는 백 모(여)씨는 개인 사업장에 LG유플러스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가 최근 통신 장애가 발생해 4시간 가량 영업을 중지해야했다. 고객센터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규정상 약 2000원의 보상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억울해 했다.

유선 인터넷의 통신장애나 속도 저하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2시간 미만의 장애에 대해서도 배상을 해주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 2시간 이상 장애만 적용되던 것에 비해 배상 범위가 확대됐지만, 장애를 증명하는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는데다 보상금액도 충분치 않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4개 인터넷사업자는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신 장애 배상과 관련한 이용약관 개정안을 신고했다.

기존 통신사 약관에는 서비스 장애가 2시간을 넘길 경우에 한해 통신료의 10배를 배상하게 돼 있었다. 이번 약관 개정안은 2시간 미만의 장애도 고객이 청구할 경우 장애시간에 해당하는 월 기본료의 10배를 배상하게 된다.

하지만 전국적인 통신 서비스 장애로 문제가 공론화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 소비자들이 인터넷 서비스 장애를 겪어도 새로운 개정 약관의 기준에 따라 보상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비자가 직접 인터넷 속도를 체크해야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느려질 경우 소비자는 가입한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전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해 느려진 속도를 직접 측정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런데 홈페이지 접속은커녕 프로그램 다운로드도 불가능할 만큼 속도가 나오지 않을 경우 테스트가 아예 불가능할 수 있다.

또 속도 측정을 했더라도 보상을 받으려면 서비스 장애가 얼마나 지속됐는 지를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직접 수차례 측정을 반복해야 한다. 아울러 이를 캡처하고 증거자료를 남겨야 하는데,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다.

보상금액도 문제다. 통신3사의 약관에 따른 손해배상 기준은 고객이 실제 납부하는 인터넷 요금이다. 한 달을 30일로 계산하면 2만 원짜리 인터넷의 1시간 장애 시 보상 요금은 278원이고 3만 원일 경우 417원이다.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을 통해 접수되는 인터넷 품질 관련 민원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도 많다. 소비자들은 배달 주문을 받거나 카드 계산을 위해 매장에 인터넷을 설치했지만 속도 저하 및 끊김 등 장애가 발생해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는 등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 계산대로라면 장애를 증명할 수 있다고 해도 세 번째 사례에서 처럼 피해 보상은 몇백 원에서 몇천 원 수준에 그친다. 인터넷 문제가 생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들에겐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종합해보면 통신사들의 개정된 약관상으로도 인터넷 장애는 보상받기도 어렵고 금액도 적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인터넷 장애시간 자동 측정,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보상 조항 등이 따로 마련되지 않는 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해 이용약관을 개정했으며 4사 모두 이같은 내용을 곧바로 약관에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신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증명되거나, 고객이 직접 속도를 측정해 보상을 청구한다면 약관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약관 개정으로 소비자들이 장애 시간과 관계없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매우 의미있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기엔 여전히 실효성은 부족하다고 느껴져 추가적인 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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