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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관광 싫으면 호텔로 돌아가!"...현지서 옵션 강요 소비자 피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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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관광 싫으면 호텔로 돌아가!"...현지서 옵션 강요 소비자 피해 급증
추가금액 '배보다 배꼽'...가이드 횡포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3.03.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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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도 오산에 사는 이 모(남)씨는 여행사 노랑풍선을 통해 이달 초 가족들과 패키지로 태국 여행을 떠났다. 김 씨에 따르면 현지에서 가이드는 총 300달러(38만 원)에 달하는 선택관광을 계속 강요했다. 김 씨는 이미 선택관광에 60달러를 써 100달러만 더 하겠다고 했으나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 경우 '호텔로 돌아가라'며 윽박 질렀다. 결국 계획과 달리 150달러(19만 원)를 지출하고 원치 않는 관광을 해야만 했다. 이 씨는 "한국에 돌아와 노랑풍선에 어쩔 수 없이 쓴 50달러는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억울해했다.

#2.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류 모(남)씨는 이달 초 하나투어를 통해 태국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났다. 12월 예약 당시 40만 원대의 패키지도 있었지만 여유 있게 다니고자 20만 원 더 비싼 상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가 일정이 여유롭다며 선택관광을 강권해 류 씨는 계획에도 없던 비용부담을 안게 됐다. 원래 저녁식사 장소가 아닌 시푸드 뷔페를 선택관광으로 끼워 넣기도 했다. 류 씨는 "원래 일정이 있는데 선택관광에 맞춰 뛰어 다녀야 했다"며 "하나투어는 도의적 책임으로 50달러를 제안했지만 상처로 남은 여행에 대한 보상으로는 터무니 없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완화로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패키지여행의 '선택관광' 피해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현지 가이드가 선택관광을 강요하며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하거나 거절 시 불성실한 태도나 고압적 태도로 소비자와 갈등을 빚는 일이 잦다. 이 경우 녹취록 등 증거를 확보해야 추후 여행사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여행 가이드’ 관련 피해는 2021년 70여 건에서 지난해 130여 건으로 훌쩍 뛰었다. 올 들어서도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 굵직한 규모의 여행사들에서 꾸준하게 피해 불만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현지 가이드가 기존 여행 상품에 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선택 관광을 강권했다는 피해 사례가 대부분이다. 주로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패키지 상품이 출시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됐다.

여행객들이 겪은 피해 사례로는 ▲가이드들이 노골적으로 선택관광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다른 필수 여행 상품과 엮어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거나 ▲선택관광에 참여하는 다른 팀에게 선택관광에 참여하지 않은 팀 때문에 출발할 수 없다며 흉을 보는 등 눈치를 주거나 ▲심하게는 협박, 강압적 태도로 강권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지 랜드사 소속 가이드들이 여행객에게 선택 관광을 강권하는 사례는 사실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문제 원인은 ‘여행사 수익 구조’ 때문이다. 먼저 여행사들이 싼 값에 상품을 팔고 랜드사에 관광비용을 전가하면, 마이너스 경영에 시달리는 랜드사들이 수익을 챙기기 위해 선택 관광을 강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행사들의 저가 상품 경쟁이 사그라들지 않는 한 선택관광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랜드사 가이드로부터 선택관광을 강요받는 피해 사례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여행사는 없을 것”이라면서 “여행객들로부터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후 조치에 많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현지 가이드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면 차후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증거나 녹취록을 확보해 놓는 게 좋다. 여행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 여행사들은 피해 사례가 접수될 경우 심각도에 따라 일정 투어 비용 환불, 가이드 징계 및 재교육 실시, 랜드사 계약 해지 등을 검토한다. 또 여행 종료 후 고객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지역·업체별 CS지수를 모니터링 하는 등 사전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선택관광 강요 이슈는 일차적으론 가이드에게 책임이 있다. 다만 사례별로 살펴보면 천차만별이고 주관적 감정도 얽혀 있을 수 있어 피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면서 “선택 관광을 원치 않을 경우 분명하게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문제가 있을 경우 국내 여행사 고객센터로 빠르게 피해를 신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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