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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상장사 중 SKT·SK스퀘어·포스코홀딩스 3곳만 집중투표제 채택, 준수율 3.8%...왜 도입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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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상장사 중 SKT·SK스퀘어·포스코홀딩스 3곳만 집중투표제 채택, 준수율 3.8%...왜 도입 안 하나?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3.06.16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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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상장사들이 지배구조 핵심지표 중 하나인 집중투표제를 거의 실시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대 그룹 내 공시 대상 기업 79곳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곳은 SK텔레콤(대표 유영상), SK스퀘어(대표 박성하), 포스코홀딩스(대표 최정우·정기섭)등 3곳으로 3.8%에 불과했다. 대기업들은 투기자본에 의한 주주권 남용을 우려해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16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는 10대 그룹 상장사 79곳의 핵심지표 준수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준수율은 74.6%로 집계됐다. 전년에 비해 3.3%포인트 높아졌다.

2021년부터 자산 1조 원 이상 기업(금융 제외)은 연 1회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 공시해야 한다. 10대 그룹은 지난해 15개 핵심지표 중 9개 항목에서 80% 이상의 높은 준수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는 준수율이 3.8%에 그쳤다. 전년 3.9%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신세계 등 10대 그룹 대부분이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

준수율이 떨어진 핵심지표는 집중투표제와 함께 ‘이사회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 등 3개다.

이중 준수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핵심지표는 집중투표제가 유일하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 할 때 소수주주의 의견을 대변하는 자를 선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기업이 3인의 이사를 동시에 선임할 경우 10주를 가진 주주는 3배의 의결권을 갖게 되고 특정 후보에 몰아줄 수 있다.

10대 그룹 상장사들은 거의 대부분 집중투표제를 정관에 명시하지 않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대척점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대 그룹 관계자들은 “주주권 남용 등의 우려로 집중투표를 채택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헤지펀드 등이 소수의 지분을 확보해 원하는 후보를 이사로 만들고 경영에 간섭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계 헤지펀트 칼 아이칸 연합이 2006년 집중투표제를 통해 KT&G 이사회 이사 1인을 교체하고 경영권에 간섭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이들은 6.59% 지분을 가지고 KT&G 경영권을 흔들면서 1500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보고 빠져 나갔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도 지난 2018년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엘리엇은 지난 2019년 약 1%의 지분으로 세계 최대 통신기업 AT&T에 자산매각을 요구하고 인수합병에도 제동을 걸며 경영에 간섭한 적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크다. 특히 오너 리스크가 있는 기업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나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소액주주들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집중투표제는 기업 입장에서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도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도 기업 관행상 의사결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업무 집행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잘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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