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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만 14세 이상' 체크하면 일사천리 가입...OTT업계 아동 가입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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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만 14세 이상' 체크하면 일사천리 가입...OTT업계 아동 가입 무방비
개인정보보호법상 법정 대리인 동의 필요
  • 정현철 기자 jhc@csnews.co.kr
  • 승인 2023.08.0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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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 서구에 사는 윤 모(남)씨는 최근 자녀 명의의 통장에서 OTT 플랫폼인 왓챠에서 정기 구독료 1회분인 1만2900원이 결제된 걸 발견했다. 윤 씨는 자녀가 만 13세에 불과한데 가입과 결제가 아무런 허들 없이 진행됐다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 왓챠에 따르면 윤 씨의 자녀는 가입절차에 따라 약관 동의와 함께 ‘만 14세 이상’ 항목에 스스로 체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 14세 이상입니다’라는 항목에 체크하면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회원 가입 및 결제 방법을 설정할 수 있다. 왓챠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이용권을 구매한 경우 법정대리인이 고객센터로 문의해 취소가 가능하다"며 윤 씨와도 소통해 취소 및 환불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만 14세 미만 아동의 경우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려 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가입 과정에서 본인 확인 절차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왓챠 홈페이지 내 가입화면
▲왓챠 홈페이지 내 가입화면

일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은 만 14세 미만 아동이 부모 동의가 없어도 회원 가입 및 결제 수단까지 등록이 가능한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 OTT 플랫폼 회원 가입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 '만 14세 이상'을 체크만 하면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가입이 이뤄졌다. 왓챠, 웨이브는 '만 14세 이상'으로 체크하면 회원 가입 및 결제 수단 등록까지 가능해 만 14세 미만의 부정 가입을 막는 확인 절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브의 경우 ‘만 14세 이상’이라고 체크한 후 별도 절차 없이 결제 수단을 등록할 수 있었다. 다만 결제 수단 명의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법정대리인의 취소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가입 과정에서 성인 인증 절차를 통해 미성년자는 가입이 불가한 구조였다. 넷플릭스는 결제 수단 명의자가 성인인 경우에만 이용권 구입이 가능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메일 기재 단계에서 '19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성년자 생년월일은 아예 입력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다만 온라인상에 미성년자가 성인 생년월일을 임의로 입력해 가입했다는 글들이 있어 허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즈니플러스에 미성년자가 임의로 생년월일을 기입해 가입했다는 내용의 글이 한 검색 플랫폼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디즈니플러스에 미성년자가 임의로 생년월일을 기입해 가입했다는 내용의 글이 한 검색 플랫폼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이외 티빙의 경우 ‘만 14세 이상’이라는 항목을 체크한 후 결제 전 휴대폰 또는 I-PIN을 통한 본인 인증 절차를 두고 있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이런 가입 절차에 대해 “대부분 OTT나 SNS 업체 가입 절차가 유사한 것으로 안다”며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회원 가입 시 '만 14세 이상'인지 미만인지 확인하는 부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규제가 있는지 문의해 봤지만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수집, 이용 시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등 현행법상 내용만 안내 받았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만 14세 미만 아동은 개인정보의 수집‧제공‧이용 시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7월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관리자가 준수해야 하는 사항인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 14세 이상 만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회원가입 시 연령을 확인할 때 스스로 생년월일을 입력하거나 ‘만 14세 이상’이라는 항목에 체크하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만 14세 미만’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거치도록 개인정보보호법에 명시돼 있다.

다만 연령 확인 방법이 스스로 체크하도록 권장하거나 만 13세 미만 이용자의 부정 사용에 대해 추가 인증 절차나 사용자 간 모니터링 등 방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도 회원가입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아동이 OTT를 통해 상위 연령 등급의 콘텐츠를 여과 없이 시청한다는 지적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만 13세 이하 아동이 보호자의 동의 없이 콘텐츠를 접하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학교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미디어 관련 교육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영등위는 “영화관 같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아동이 부적절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만 OTT 콘텐츠를 주로 시청하는 장소는 사적인 공간이므로 법적 강제 권한도 없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며 “향후 지정된 OTT업체가 자체등급분류를 하는 등 제도 시행에 맞춰 업체들과 협력해 아동의 부적절 콘텐츠 접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를 유통한 기업에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국 200여 곳의 교육청이 틱톡,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를 포함하는 SNS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소송에 나선 교육청은 SNS를 통해 부적절한 콘텐츠가 여과 없이 학생들에게 유통됐고, 이에 대한 교육이나 상담 등 문제 해결에 투입되는 비용에 기업들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영국 개인정보 감독기관(ICO)은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에 13세 미만 영국 아동 약 140만 명이 이용 중인 데 비해 보호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과 아동 식별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1270만 파운드(한화 약 208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고 아동이 보호자보다 온라인 콘텐츠에 익숙한 만큼 부적절한 콘텐츠 시청 방지책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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