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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난방·온수 먹통됐는데 AS기사는 하세월...겨울철 보일러 품질·AS 민원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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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난방·온수 먹통됐는데 AS기사는 하세월...겨울철 보일러 품질·AS 민원 폭발
설치업자-제조업체 책임 핑퐁도 빈번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3.12.05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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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사는 임 모(남)씨는 지난 8월 보일러가 고장 나 유명 브랜드 A사 제품으로 교체했다. 설치 첫날부터 작동 시 이상으로 다음 날 부품을 교환했으나 이후 누수, 소음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AS기사는 ‘새 제품이라 시간이 지나 길이 들면 나아질 것’이라 했지만 아니었다. 점점 커지는 소음 때문에 아랫집 주민으로부터 항의까지 받아야 했다. 임 씨는 “수리기사는 또 부품을 바꿔야 한다더라"며 "고장이 싫어 새 보일러로 바꿨는데 계속 부품 교체만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 서울에 사는 이 모(여)씨는 2019년 1월부터 사용해 온 B사의 보일러가 지난해 8월 온수가 나오지 않아 수리 받았다. 지난 10월 같은 문제가 반복돼 수리비 15만 원을 지불하고 컨트롤러를 교체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드문드문 냉수만 나와 다시 기사를 불렀는데 버너, 잠열부 등 교체 비용으로 28만 원이 청구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기사가 이 정도면 새 제품 사는 비용이라면서 바꾸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보일러를 5년마다 교체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부산에 사는 최 모(여)씨는 최근 2개월 전 C브랜드 보일러로 교체한 후 반복적으로 오류 코드가 떠 골치를 썩고 있다. 세 번이나 같은 문제로 수리를 받았으나 오류 코드는 사라지지 않았다. 점검차 온 AS기사는 "연통 설치가 심하게 잘못됐다, 물통 상태도 2개월 된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기사의 말을 듣고 본사에 교체를 요청했지만 연락주겠다더니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 충북에 사는 김 모(여)씨는 최근 갑작스런 한파에 보일러가 고장 나 AS를 신청했다가 기사와 수리 일정 조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D보일러 홈페이지에는 평일 저녁 시간에도 AS가 가능한 것처럼 돼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기사는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을 뿐더러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 참다 못해 설치한 대리점에 도움을 청했으나 자신들의 AS 권역이 아니어서 출동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씨는 "보일러 회사가 AS 개념을 모르는 것 같다. 고장 나면 책임도 지지 않고 고치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서 보일러가 고장나고 AS가 미흡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1년도 안 된 보일러가 수시로 먹통이 되고 누수로 2차 피해까지 야기되는 일이 잦아 겨울철 단골 골칫덩이다. 한파에 난방과 온수 사용에 문제가 생기면 오롯이 소비자가 그 고통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 불만의 강도도 쎄다.

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올 한해 발생한 보일러 관련 소비자 민원 중 약 42.7%가 1월~2월, 11~12월 사이에 발생했다. 4개월 간 연간 소비자 불만의 50% 이상이 쏟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민원은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과 린나이뿐 아니라 군소업체들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보일러를 사용하며 ▲품질(45.1%)과 ▲AS(34.1%)에 가장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설치(7.7%) ▲환불·교환(3.8%) ▲가격(3.3%)에 대한 순으로 나타났다.
 

▲온수 누수로 보일러 호스가 터진 소비자의 보일러(왼쪽), 5년도 되지 않아 녹이 슬어간다는 다른 소비자의 제품.
▲보일러 호스가 터진 상태(왼쪽), 또 다른 보일러는 내부가 녹슬었다

품질에 대한 불만은 세부적으로 '고장' 문제가 42.7%로 가장 많다. 소비자들은 보일러에 대해 냉장고, 세탁기처럼 한 번 설치하면 10년은 끄떡 없을 거라 기대하나 실제론 갓 설치한 새 보일러도 고장이 빈번하다.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수리해도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았다.

보일러 누수나 소음, 누전에 대한 불만도 39%로 매우 높게 집계됐다. 아랫집에 누수 피해가 발생해 원인을 살피니 '보일러'였다는 내용이나 보일러 작동 시 '쾅쾅' 등 커다란 소음으로 불안을 호소하는 일도 다발했다.


또 온도 조절이 안 돼 방이 냉골이거나 불지옥을 경험했다는 호소의 목소리도 빼놓을 수없다. 영하의 날씨에 온수가 안 나와 제대로 씻지 못한 일 등 불만 유형도 다양했다. 

품질에 이어 AS에서도 소비자 불만이 30% 이상 발생했다. 특히 수리기사의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사례가 많았다. 보일러업계에서는 난방 제품 구조상 수리가 어려운 고장이 많아 제품을 교환해야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입장이나 소비자들은 수리도 하지 못하고 교체만 강요한다고 꼬집었다.

AS를 받아도 고장이 반복되는데 이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수리비가 나가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기사가 과도한 수리비를 요구하거나 노골적으로 새제품 영업을 해 불편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출장비나 수리비용을 현금으로 요구하는 경우는 소비자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군소업체들은 고장 증상을 듣기도 전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동절기에는 특히 AS 신청 후 기사 방문이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지역 소도시 같은 경우 기사가 배정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잇따랐다.

이어 보일러를 잘못 설치해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재검사를 요청 받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설치로 인한 갈등도 빈번하다.

업계에서는 제품을 구매한 대리점으로 교환·환불 의무나 수리를 미룬다는 소비자 지적에 대해서 제품 결함인 경우 교환 및 환불을 지원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성수기인 동절기에는 주문량이 늘어 신속히 설치하고 이동하려는 과정에서 소비자 민원이 제기될 수있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설치는 대리점뿐 아니라 인근 설비업자가 하는 경우도 많은데 제조사를 주체로 알고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보일러업체들은 “보일러는 대리점이 판매 주체기 때문에 고객 정보도 AS를 요청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며 “본사는 서비스를 제공하되 판매나 교환 등은 대리점에서 책임지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다만 대리점인 척 채널을 운영하는 설비업자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성쎌틱 관계자는 “최근에는 온라인몰이 생기면서 설치 문제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온라인몰은 판매자와 설치자가 다른 경우가 많다. 지역이 다르면 해당 관할 지점에서 설치를 맡고 사업자가 달라지면서 더 그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일러 업계는 성수기인 동절기를 맞아 콜센터, 서비스 기사 수를 늘려 AS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입 모았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10월부터 3월까지는 대리점 엔지니어 업무시간도 8시~21시로 늘어난다. 카카오톡 채널은 매일 24시간 운영해 AS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도 “AS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콜센터 인력을 상시 동절기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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