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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사람이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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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사람이 오래 산다
  • 최영숙 기자 yschoi@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0.02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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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거운 사람이 오래 산다.’

   한국 사람의 짠 식습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5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 5g의 2.7배에 달한다. 바다로 3면이 둘러싸여 있어서 전통적으로 짠맛에 길들여 있기도 하고, 특히 세계에서 유례없이 ‘국물’을 좋아하는 습성상 소금섭취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이 짜게 먹은 습성이 고혈압 심장병을 부르는 지름길이고 보면 소금과의 전쟁은 한국인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얼마나 짜게 먹나=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손숙미 교수가 최근 20~59세 성인 5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건복지부 용역과제 ‘대 국민 저염섭취 영양사업을 위한 사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들이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원천은 김치류 29.6%, 국·찌개류 18%, 어패류 13.3% 고기·알류·콩류 등의 주반찬 9.8% 면류 8.8% 나물·생채류 7.1% 조미밥류 4.8% 장아찌·젓갈 4.2% 빵·과자 2.7% 등의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김치, 국 , 찌개류, 어패류 등에서 전체 소금 섭취량의 61%를 섭취했고 흔히 ‘소금덩어리’로 생각하기 쉬운 장아찌나 젓갈류에서 섭취하는 소금 양은 4.2%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들 식품의 소금함량이 많은 편인 것은 사실이나 먹는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김치는 절인 음식으로, 절대적 소금함량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세끼를 상복한다는 점이 문제다. 한번에 먹는 양이 많지 않더라도 하루 세끼 매번 먹게 되면 많은 양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국이나 찌개는 아무리 싱겁게 간을 해도 국물을 모두 먹으면 전체 소금 섭취량이 크게 늘어난다.

   성별로 두드러진 특징도 조사됐다. 남자(14.9g)가 여자(12.2g)보다 더 짜게 먹는데 남자는 라면(2위), 여자는 생선구이(3위)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소금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역별로 김치와 된장의 염도를 측정한 결과, 경상도 지역의 김치와 된장이 각각 3%와 14.5%로 가장 높았다. 전라도 지역도 김치 2.3% 된장 12.1%로 적정 염도인 1.8~2%를 넘어섰다.

   ◆ 어떻게 줄이나=아마존 유역에 사는 야노마모족은 ‘고혈압 없는 종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여자 96세, 남자 104세. 평균 혈압은 최고 95㎜Hg, 최저 57㎜Hg이다.

   정상혈압 기준(최고혈압 120㎜Hg 이하, 최저혈압 80㎜Hg 이하)과 비교하면 얼마나 안정적인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이들이 이처럼 안정된 혈압을 갖고 있는 이유로 학자들은 이들이 소금을 먹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소금이 고혈압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점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그렇다고 이미 수십 년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고 무소금 식사를 할 수는 없는 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주의하면 소금 섭취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선 조사에서 밝혀진 대로 김치와 국물을 줄이는 것이 한국식 저염식의 첫걸음이다.

   저염식이 좋다고 뜨끈한 국물이나, 세계적 건강식으로 꼽히는 발효음식 김치를 아예 식탁에서 치워버릴 수는 없는 노릇. 소금 섭취량을 줄이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먼저 식탁 위에 생야채를 김치처럼 늘 올려두도록 한다. 손 교수는 “생야채에 쌈장을 약간만 찍어먹으면 김치를 먹는 양이 줄게 되고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쌈장에도 간이 있지만 김치보다는 덜하다. 또 생야채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많이 먹어도 좋다.

   국이나 찌개는 먹는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먼저 국이나 찌개의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되도록 손대지 않는다. 국그릇을 작은 것으로 바꿔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국물이나 라면에 밥을 말아먹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특히 라면은 요주의 식품이다. 그다지 짜지 않은 듯하면서도 엄청난 양의 소금이 숨어 있다. 라면을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끊을 수 없다면 물과 스프를 반만 넣고 끓이는 방법을 써보자. 면을 다 먹은 뒤 라면 국물을 마시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국물이 남더라도 밥 말아 김치 얹어 훌훌 먹는 ‘소금 식사’는 절대 삼가야 한다.

   외식을 하더라도 국물이 많은 식단 즉 곰탕, 백숙, 물냉면, 칼국수, 짬뽕 등은 가능하면 자제한다. 소금섭취를 기준으로 외식 식단을 선택한다면 일식이나 중식보다 양식이 낫다.

   국물과 김치에 이어 좀더 저염식을 향해 나아간다면 다음 타깃은 가공식품이다. 가공식품은 제조과정상 소금과 조미료가 필수인데, 둘 다 ‘나트륨의 원천’이다. 햄 소시지 베이컨 훈제연어 등은 짠맛이 느껴져 주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별로 짜지 않은 듯싶은 치즈 마가린 버터 케첩 등도 무서운 소금 함량을 갖고 있다.

   포테이토칩 팝콘 크래커 등의 나트륨 함량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소금과 조미료 투성이기 때문이다. 통조림은 종류를 불문하고 피하는 게 좋다. 햄부터 시작해 꽁치 통조림, 조미된 땅콩 통조림, 복숭아 통조림까지 모두 나트륨 함량이 높다.

   햄버거, 치즈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 역시 고염식이다. 손 교수는 “음식을 조리할 때 신맛, 매운맛을 이용하고 허브, 야채 등으로 입맛을 돋우면 소금을 조금 적게 써도 먹을 만하다”고 말했다.

   ◆저염식의 기적=저염식은 하루 소금 섭취량이 5g 이하인 식단이다. 미 국립 심·폐·혈연구소가 고안한 고혈압 식이요법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을 기준으로 삼는다. DASH의 핵심은 저염식이며, 고지방 식품과 육류를 줄이는 대신 신선한 야채와 과일, 견과류, 유제품을 보강한 것이다.

   이 연구소가 DASH를 정상인과 고혈압 환자들에게 적용한 결과 소금 섭취량이 낮을수록, 고혈압 환자일수록,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높았다. 이 임상실험 이후 전문의들은 통상 저염식이 고혈압 환자의 최고 혈압을 평균 5㎜Hg 낮춘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박성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최고 혈압이 5㎜Hg 낮아지면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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