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기자] “이제부터 고가의 TV 판매 시 ‘일회용’ 혹은 ‘고액 수리비는 옵션’이라고 꼭 안내해 주세요~”
LCD, PDP TV 등 고가 TV의 잦은 고장과 고액의 수리비 불만이 들끓고 있다. 올 들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 접수된 관련사례만 150여건에 육박하고 있다.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민원 다발 품목 중의 하나다.
가전제품의 특성상 정확한 고장원인을 진단하기 어렵다보니 수리부위나 비용이 번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소비자들을 더욱 애끓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장과 수리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차라리 ‘일회용’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는 게 속편할 듯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례1 - 소비자 김 모 씨는 지난 2006년 8월경 LG 타임머신 TV(47inch)를 500만원에 구입했다. 오랜 시간 모아둔 큰 금액을 지불한 만큼 최소 10년간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김 씨의 기대는 2년도 채 가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TV를 보던 중 갑자기 화면에 줄이 생기더니 퍽하고 꺼져버린 것.
AS신청으로 방문한 담당자는 브라운관 패널 고장으로 80만원의 수리비용을 안내했다. 무상보장기간인 2년이 조금 경과되어 유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동일한 모델의 신제품 가격이 150만원이라 차라리 새 제품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김 씨는 “80만원이나 되는 중요부품이 고작 2년 여 만에 고장 날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벽에 걸려있는 제품이라 누가 만지거나 충격을 준적도 없는 데 왜 이런 경제적 부담을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느냐”고 답답해했다.
#사례2 - 부산 연지동의 이 모(여.46세)씨는 지난 2006년12월 600만 원가량에 구입한 삼성 LCD TV(52inch)가 최근 화면이 나오지 않는 고장으로 AS를 요청했다.
방문한 AS기사는 제품내부는 확인하지도 않은 채 보드의 작은 부품을 교체해야한다며 15만원의 수리비용을 안내했다. 기술자의 이야기라 믿고 수리를 맡겼지만 부품교환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다시 ‘메인보드’문제라고 말을 바꾸며 73만원의 비용을 안내했다.
이 씨의 가족이 비용을 부담스러워하자 55만원으로 할인을 이야기하더니 다시 40만원으로 달라졌다. 시장물건처럼 흥정되는 수리비용에 이 씨는 점차 신뢰를 잃어갔다.
더 이상은 TV를 방치할 수 없어 지난주 메인보드를 교체했고 담당기사는 최종수리비용으로 160만원을 청구해 이 씨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3일 후 다시 TV가 먹통이 되어버린 것.
현재 이 씨는 TV의 수리가 완료되기까지 비용지불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업체 측으로 전달해 둔 상태다.
이 씨는 “소비자는 업체에서 청구만 하면 ‘예’ 하고 돈을 내밀어야 하나? 수리라고 하는 것이 무조건 고가의 부품 교환하는 방법뿐 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담스러운 수리비용에도 제대로 고쳐지지 않으니 수백만원대의 TV는 벽걸이용 액세서리일 뿐”이라고 탄식했다.
#사례 3 - 소비자 차 모씨는 지난 5월 대우 PDP TV화면에 눈에 거슬릴 만큼 세로로 하얀 줄이 생겨 AS를 요청했다. 서비스센터에서는 패널교환비용으로 70만원을 요구했다. 2년여 전 145만원에 구매했으니 수리비용으로 구매가의 50%가량이 청구된 셈.
답답한 마음에 이곳저곳 수소문하다 PDP패널의 보증기간이 법적으로 2년으로 연장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업체로 다시 연락했다. 담당자는 “해당제품은 2006년 10월까지만 생산됐다. 따라서 2007년 고시된 법적 2년 무상서비스는 이 제품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차 씨가 구매하기 9개월 전에 이미 단종 된 제품이란 이유로 70만원이라는 고액의 수리비용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
차 씨는 “이제는 가전제품을 살 때 제품의 단종여부까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냐”며 기막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