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인터뷰] ‘당신의 꿈은 잘 있습니까?’
상태바
[인터뷰] ‘당신의 꿈은 잘 있습니까?’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작가 이재국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7.20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쇼를 하는 별난 야채가게!’, ‘세계 최초 유기농 뮤지컬!’이라는 독특한 문구도 부족해서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야채를 나누어준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이야기를 무대로 올릴 생각을 했을까. 바로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이재국 작가이다. 과연 야채가게에 어울리는 까무잡잡하고 친근한 모습이다. 그러나 공연과 가장 닮아있는 것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밝고 건강한 에너지이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뮤지컬 제목인 동시에 실제 농수산물 전문매장 브랜드 이름이다. 극 중 원숭이 이야기나 ‘이문세가 좋아하는 당근’ 같은 문구도 모두 실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작가 이재국과 ‘총각네 야채가게’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을까. “전 시장에 가면 들썩거리고 흥분돼요. 그 시끌벅적함이 소음이라기보다는 멜로디로 들리더라고요. 우연히 TV에서 보고 ‘총각네 야채가게’에 찾아 갔는데 뭔가 달랐어요. 제가 방송작가라 새벽 6시에 라디오를 하면서 청취자에게 한 번 가보라고 했는데 바로 문자가 왔어요. ‘우리가 바로 그곳 직원입니다’라고요. 그 사람들도 새벽일을 하니까 그 뒤로 방송을 통해 연락을 하게 됐어요. ‘오늘은 이런 과일이 당도가 높습니다’, ‘비가 오니까 이 과일이 좋아요’등등 문자가 오는데 참 많이 배웠죠.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 에너지를 공연으로 만들고 싶어서 사장님을 열심히 설득했어요.”


‘총각네 야채가게’에는 매력적인 다섯 명의 젊은이가 나온다. 각자 나름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이겨나간다. 이들은 취직난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20대에게 ‘무슨 일이든 즐겁고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총각네 야채가게’의 직원들도 공연의 캐릭터들과 마찬가지의 에너지로 하루를 열고 있다. “막내는 실제 직원 분의 일화에서 따온 캐릭터에요. 그분은 ‘젊음이 한 순간도 아깝다’라며 편지를 보내고 군대에서 바로 왔어요. 10시에 제대를 했으면 12시에 군복을 입고 온 거죠. 어떤 직원 분은 해병대 특전사 같은 엄격한 곳에 있어서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대요. 그런데 지금은 장사를 제일 잘 해서 어머님들한테 인기가 좋아요. 그곳에 가면 극중에서 나오는 말인 ‘친절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의 의미를 알게 되요.”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스토리는 이러한 실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하여 탄탄하고 감동적이다.

이재국 작가는 과일을 소개하는 장면을 만들던 어느 날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와 닿았다고 한다. 욕이 단 한마디도 없는 이 공연은 자극적이지 않아 남녀노소 누가 봐도 껄끄럽지 않다. “오태석 선생님께서 ‘가랑비로 옷을 적셔야지 소나기로 적시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자극적으로 계속 울렸다가 웃겼다가 그런 것보다는 이슬비처럼 계속 젖게 만들고 싶어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총각네 야채가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사람들이 들어오며 아카펠라를 하고, 관객들에게 야채를 나누어주며 이벤트를 한다. 가장 ‘총각네 야채가게’다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에너지를 전해주는 공연. 그것이 바로 그의 ‘유기농’ 뮤지컬이다.


희곡이 뮤지컬로 바뀌는 과정에서 많은 장면이 음악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이번 시즌2로 돌아온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시즌1보다 더 많은 쇼를 더했다. “셰익스피어도 무대 위에서 작품을 완성했지 책상 위에서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본을 쓴 다음에 연출가가 각색을 하고, 배우들이 연습한 뒤 관객들하고 만나야 비로소 공연은 완성이 되죠. 더욱 완성도를 더해 가고 있어요. 저번에는 뮤지컬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도 많았죠. 스토리를 걷어내고 노래와 춤을 채웠어요. 뮤지컬 넘버가 10곡 이상 추가됐는데 특히 총각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볼거리가 많아졌어요.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마술, 봉 타고 오르내리고 또 심지어 여장까지 하죠. 그리고 가락시장에서의 오프닝도 뮤지컬의 문법에 맞추어 노래로 시작해요. 아직도 좀 더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지만 이제야 ‘쇼를 하는 별난 야채가게’라는 문구를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묻자 작가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어느 하루를 이야기해준다. “이 작품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언젠가 공연 팀이 다같이 ‘총각네 야채가게’에 일일 체험을 하러 갔어요. 새벽 3시에 물건 떼고 정리하고 직접 팔기도 했죠. 그곳에서는 매일 아침 조회를 해요. ‘눈을 감고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자. 그건 이루어진다.’라고 말한 뒤 30초 정도 눈을 감고 있었어요. 참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더라고요.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살면서 꿈에 대해 10초도 생각 안하고 잊어버리고 살잖아요. 나의 꿈은 무엇이었지? 나는 잘 하고 있나? 재미있게 살고 있나? 공연을 보며 잠시라도 좋으니까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면서 마음의 휴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은 거죠. ‘당신의 꿈은 죽지 않고 살아있습니까?’라고요.”작가는 무슨 일을 해야 될지 잘 모르거나, 삶에 불만이 있거나,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공연을 추천한다. 그리고 사실 그건 모든 사람들일 것이라는 말도 웃으며 덧붙인다. 공연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메시지다.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부탁했다. “사실 제일 하고 싶은 말은 ‘많이 보러 오세요’인데요.(웃음) 체 게바라가 말한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라는 말을 좋아해요. 꿈이라는 것을 갖고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에요. 작든 크든 상관없잖아요. 꿈이 잘 있는지 확인해보시지 않겠어요?” 20대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유기농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대학로 바다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백수향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