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 놈이 그 놈’은 불과 몇 사람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1인당 3가지 이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성한 볼거리다. 극 중 강도로 등장한 최철승은 유명여배우와 바람난 정치가로 변신했다가 모텔주인 권역충을 연기한다. 또한 배우 신양주는 경찰서장, 할아버지, 백기자로 쉴 세 없이 움직인다. 가장 독특한 점은 모텔을 연상케 한 무대 세트다. 그 곳에 설치된 3개의 기둥 안에서 배우들은 순식간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역할을 바꾼다. 관객들의 눈은 바쁘다. 들어갔다 나오면 다른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작품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극 중 등장한 배우들은 모두 자기의 역할들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 중에서도 배형숙, 홍세림, 증조할매 역을 맡았던 배우 김다희가 가장 눈에 띈다. 그녀의 카멜레온 같은 연기력은 작품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자칫 지루할 뻔 한 연극에 라이브밴드의 신선한 음악을 곁들인 것이다. 이들은 작품의 양념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극이 풍자음악극인 만큼 절대 음악은 빠질 수 없다. 자칫 서로의 화음이 어우러지지 않았다면 그 신선도가 떨어졌을 텐데, 모든 면에서 잘 어우러졌다. 라이브밴드만의 바이올린 선율과 건반, 베이스, 드럼 등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며 작품을 가꾸어나갔다.
이 작품은 모텔안에서의 다양한 캐릭터들로 현실 사회를 비판해나간다는 점에서 무척 참신했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의 구도를 너무 지나치기 강조한 점이 조금 아쉽다. 모텔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계속해서 연발했다. 어느 정도까지 보여주고 천천히 작품안의 실마리를 풀어주었다면 끝이 훨씬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코믹스럽게 연출해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간 점에서 무척 신선했다. 또한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은 연출력도 탁월했다. 앞으로도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참신한 작품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뉴스테이지=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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