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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이 만난 무용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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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이 만난 무용가 5]
애드리언 캐플러(Adrienne L Kaeppler)-인류학자,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오세아니아 민족학 큐레이터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7.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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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언 캐플러(Adrienne Kaeppler) 박사는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강연과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자신의 연구 분야인 인류학, 민족음악학, 무용인류학, 예술사 등을 미국 전역의 다양한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와이 대학, 메릴랜드 대학, 퀸스대학, 존스홉킨스 대학, UCLA 등을 들 수 있다.
캐플러 박사가 소속된 기관인 국제전통음악협회(ICTM: International Council for Traditional Music)는 각국의 음악 및 춤의 연구와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적인 예술연구단체이며, 미국 워싱턴 D. C.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아카이브인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지난해 6월 개별국가로는 처음으로 독립적인 전시공간인 ‘한국실’이 문을 연 곳이다. 그리고 케플러 박사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무용연맹(WDA: World Dance Alliance)은 비영리적, 비정치적, 비종교적인 NGO로써 세계 무용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캐플러 박사의 연구 성과들은 발표하는 즉시 세계 무용/음악학의 중심 경향이 되고 있다.
한국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캐플러 박사는 한국무용가 배한라의 제자로 오랜 기간 한국 전통춤을 배웠고 이론적 연구도 계속해오고 있다. 인터뷰 도중 짧지만 몇 가지 한국춤 동작을 보여주었는데 금발의 노학자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호흡이었다. 춤전문 학자 애드리언 캐플러에게서 춤기록과 한국춤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월간 ‘춤과 사람들’ 2008년 6월호에 게재된 글의 일부이다.)

▶ 오래 전에도 한국을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인 1960년대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으니 꽤 오래 전 이네요. 최근에 방문 한 것은 1996년 김천흥 기념사업 때문이었고 이번 방문이 네 번째가 됩니다.

▶ 국제학술심포지엄 때문에 방한 하셨죠?
그렇습니다. 춤 아카이브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가하고 이화여대와 서울대학교, 그리고 한국예술 종합학교에서 강의했습니다. 한국무용기록학회와는 처음 교류하는 것이고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나의 제자였던 주성혜교수와의 인연으로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 이번 국제학술심포지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한국 무용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심포지엄입니다. 춤 아카이브라는 것이 단순한 영상기록이 아닌 복합적 자료를 보존한다는 점에서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김천흥 선생께서 작고하셨는데 그의 춤을 완전하게 복원한다거나 학술자료로 남기고자 했을 때 영상뿐 아니라 그의 춤에 관한 문서화된 자료와 인터뷰 등의 자료가 더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늦어지면 현존하는 연로한 무용가들의 춤 설명을 남길 수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런 심포지엄을 연 것은 적절했고,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 한국무용기록학회를 어떻게 보셨나요?
현재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학회의 회원들로 많은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아카이브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심포지엄 이외에 여러 연계 강의를 통해 한국 춤의 경향, 인류학에 대해 토론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예술의 글로벌화에 대해 토론 한 것이 좋았습니다. 세계화와 아카이브는 공존해야 하는 것이므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춤에 있어서 아카이브는 정확히 어떤 의미죠?
한 마다로 자료를 보관하는 곳입니다. 공연의 영상은 물론 공연을 설명할 수 있는 문서기록, 분석자료, 안무노트 등 복합적인 자료를 보관 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미래의 춤에 영향을 미치거나 예측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입니다.

▶ 다른 나라의 아카이브 현황은 어떤가요?
이미 많은 나라에서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뉴욕의 춤 아카이브는 뉴욕공립도서관 안에 있는데 미국의 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춤 자료를 모아놓고 있어요. 독일에는 루돌프 본 라반의 모든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라이프히치의 아카이브와 퀼른 춤 아카이브가 있고 중부 유럽의 춤자료를 대량 보관하고 있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아카이브 등이 유명하다고 할 수 있고 많은 나라에서 설립을 계획하거나 실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 한국 춤과 인연이 깊으신데 언제 부터인가요?
1969년 하와이대학 재학 중에 배한라 선생의 수업을 들으면서 시작 되었어요. 하와이에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 한국 무용가셨죠. 그 분의 스튜디오에서 주로 한국의 민속무용을 배웠고 김천흥 선생이 하와이를 방문하셨을 때 궁중무용을 배웠습니다. 그 후에도 배한라 스튜디오의 조교였던 김천흥 선생의 따님을 통해 계속해서 김천흥 선생의 춤을 전수 받았습니다.

▶ 인류학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춤에 열중하게 되었나요?
원래 5살 때부터 춤을 배웠습니다. 저는 다른 문화에 개방적인 사람이고 인류학 공부를 위해 통가에 1년 머무르며 그들의 미학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인 춤을 연구했습니다. 그 후로 한국 춤을 비롯해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일본 등 광범위한 춤을 배웠습니다. 그 가운데 유독 한국 춤이 좋았기 때문에 계속 배우게 된 것이죠.

▶ 한국 춤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움직임의 느낌과 어르는 호흡이 좋았어요. 팔을 옆구리에 고정시켜 추는 일본 춤에 비해 팔의 유연한 움직임이 하와이 춤과 흡사한 연관이 있어서 친근하기도 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타악기가 강조되는 부분이 좋았고 무당춤의 방울 과 장구를 메고 추는 장구춤 등 악기가 춤의 일부로 사용되는 것 또한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북의 장단이 참 흥미롭지 않습니까.

▶ 최근 한국의 무용공연을 보셨나요?
이번에 방문해서 조기숙의 뉴발레 공연과 국립 무용단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전통무용(상설공연)도 보았어요. 짧은 일정 속에서 많은 종류의 공연을 본 것 같습니다.

▶ 어떻게 보셨나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뉴발레의 는 한국인이 추는 발레 안에 한국적 움직임과 정서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기업가들이 출연했다는 특색도 기억에 남습니다.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환타지>공연도 좋았습니다. 한국 전통 춤이 그렇게 스펙터클한 효과를 내는 것을 보지 못했었습니다. 제가 접한 한국 춤은 보다 전통적인 것이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한국 탈춤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 가장 이상적인 춤 기록 방법은 무엇일까요?
영상기록과 문서화된 기록이 병행하는 것입니다. 문서화된 기록에는 춤의 뿌리(근거)나 공연된 배경, 해설은 물론 비평도 포함 됩니다. 거기에 한 가지 매우 중요한 기록을 더한다면 안무자나 무용수의 구술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가 병행될 때 완전한 기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라바노테이션은 좋은 기록 방법인가요?
무보작성법 중 가장 최상의 방법이라 생각 합니다. 몸의 각 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 기록은 찍는 방향에 따라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죠.

▶ 라바노테이션의 한계점도 있지 않나요?
얼굴 표정이나 감정을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 있습니다. 한국 춤에서 보면 배에서 끌어 올리는 에너지나 섬세한 호흡(어르기)을 전달하는 데에 분명 한계가 있어요. 즉 라바노테이션은 외부적 기록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춤을 기록하려는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젊은이들이 아카이브를 관리할 인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컴퓨터 기술과 지식을 갖고 있는 세대로써 그 재능에 전통과 컨템포러리를 포함하는 무용예술전반에 대한 이해가 더해진다면 좋은 아카이브 관리자가 될 것입니다. 아카이브가 보관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무용가, 무용역사가, 비평가 및 일반인들이 자료들을 꺼내 볼 수 있게 되려면 훈련 받은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뉴스테이지=글_김예림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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