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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천차만별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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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천차만별인 까닭
  • 백상진 기자 psj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0.0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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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값이 리터당 1500원대를 오르내리며 소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가짜 기름(유사석유제품)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심지어 생계형 운전자들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휘발유값. 기름값은 왜 오르는 것일까. 기름값에 거품은 없는가. 주유소마다 기름값은 왜 다른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기름값의 모든 것을 파헤쳐봤다.

   ◆기름값 어떻게 결정되나=1차적으로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주로 중동산 두바이유를 수입한다. 원유 도입 가격은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에서 매일 결정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6만8000원 정도)라고 가정해보자. 1배럴은 159리터이므로 리터당 430~440원 꼴이다. 여기에 운송비, 정제비용, 유통마진이 붙는다. 이것이 기름값의 원가다.

   문제는 원가의 적정성 여부다. 그러나 정유업체가 원가에 대한 자료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유사간 가격 담합설, 기름값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정유업체들의 가격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판매된 각종 석유제품의 고시가와 실제 판매가의 차액이 2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1997년부터 2005년까지 국제유가와 시중 휘발유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승시에는 조정계수가 1.242, 하락시에는 0.740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국내유가도 같이 올랐지만 내릴 때는 정유사들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유는 정제하는 과정에서 휘발유, 경유, LPG, 등유, 나프타 등 20여가지 석유제품으로 분류된다. 세전 공장도 가격에 각종 세금및 기금을 붙이면 정유회사 판매가격이 나온다.

   중간유통업체인 대리점은 정유회사 판매가격에 마진과 부가세 등 수수료를 붙여 주유소로 넘기고, 주유소는 다시 마진과 부가세를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소비자가격은 여기서 형성된다.

   휘발유의 세금비중은 9월 현재 57%, 경유는 47%, LPG는 41% 가량이다. 대리점은 자동차용 부탄(LPG)이 리터당 68원, 프로판이 55원정도 된다. 주유소는 제품별로 30~90원 가량의 마진을 보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주유소마다 가격이 다른 이유=주유소의 기름값은 한마디로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공장도가격보다 싸게 파는 주유소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주유소마다 땅값, 임대료, 세금, 직원 월급 등이 다르다. 이 때문에 똑같은 기름을 공급받더라도 파는 가격은 다른 것이다.

   더 큰 이유는 유통구조에 있다. 주유소가 기름을 받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정유사→주유소’의 직거래, 다른 하나는 ‘정유사→대리점→주유소’처럼 중간에 도매상인 대리점을 거치는 방식이다. 대리점과 주유소도 정유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과 민간인이 운영하는 자영으로 나뉜다.

   전국의 주유소가 대략 1만1000여개나 되다보니 정유사들이 일일이 상대하기 힘들어 도매상에게 맡긴다. 대리점은 전국에 300여곳 정도 된다. 큰 대리점은 주유소 30여곳에, 작은 곳은 4~5곳에 기름을 공급한다.

   얼핏 보기에 직거래방식이 유리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정유사는 한꺼번에 많은 기름을 사는 대리점에 싸게 공급할 수밖에 없다. 일일이 주유소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물류비가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또 대리점이 현금으로 기름값을 결제하면 값을 더 깎아주기도 한다. 기름값이 싸게 기름을 받아 적은 이익을 남기고 주유소에 넘겨주다보니 직영 주유소보다 오히려 싸게 팔 수 있는 것이다.

   물량규모나 결제방식뿐 아니라 주유소간의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나 향후 원유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기름을 싸게 내놓는다.

   폴(상표를 표시한 주유소)간 물량 바꿔치기도 기름값에 영향을 미친다. 정유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수송비를 줄이기 위해 완제품이 아닌 중간제품을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방식으로 교환하기도 한다.

   바꿔치기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힘들다. 석유사업법상 기름 교환은 허용되고 있어 불법은 아니다.

   또 고객 마케팅 차원에서 도입된 보너스카드 포인트제도도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자사의 상표를 단 주유소에 리터당 20~30원 비싸게 공급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유통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상표 표시제도를 없애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의 차이가 시장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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