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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은 정말 맛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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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은 정말 맛있었는데…"
개성공단 '아리랑태림' 준공식을 다녀와서
  • 동포사랑 소비자 기자 www.csnews.co.kr
  • 승인 2006.10.04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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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6일 개성에서 북한 아리랑총회사와 남한 태림석재가 합작한 아리랑태림 준공식이 열렸다.

   아리랑태림은 현대아산과 북한이 합의한 개성공단 2000만 평 외곽, 개성 시내에 위치한 석재 가공회사로 개성과 해주지역의 화강암과 옥돌 등을 가공해 국내외에 판매할 계획이다.

   최근 남한 사람들의 개성공단 방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외곽으로 나가지 못하고 공단 내에서 머물다 돌아가게 되는데 이번 아리랑태림공장은 개성 시내에 있어 북한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좀더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다.

   한창 토목공사가 진행중인 개성공단을 벗어나자 황량한 벌판 같은 개성시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집들이 허름하기도 하거니와 나무와 풀이 거의 없는 민둥벌판이어서 풍경이 더욱 황량해보였다.

   한낮이었지만 사람도 거의 없었다. 개성공단을 벗어나 2km쯤 가서 아리랑태림공장에 도착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공장 마당에 가지각색의 한복을 입은 70~80여 명의 여성들이 앉아 있다가 일제히 일어나며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한복입고 동원된 박수부대가 묘한 느낌을 갖게 했다. 준공식장 뒤편 천막에는 역시 한복을 입은 앳된 북한 아가씨 3명이 서서 남한 손님들에게 신덕샘물을 서빙했다.

   아가씨들이 예쁜데다, 한복 입은 모습이 이채로워서 남한 남자들의 촬영 요청이 줄을 이었다. 1시간 가량 긴 축사와 인사말 등으로 이어진 준공식이 끝나자 남한 인사들은 마당 다른 편에 마련된 야외 오찬장으로 초대됐다.

   천막을 친 간이식당이었는데 땡볕이 더웠지만 천막 그늘은 그런대로 시원했다. 점심은 평양냉면 정식. 개성공단 내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 봉동관이 말하자면 '출장부페'를 나온 것이다. 상에는 이미 돼지고기 수육과 생선 구이, 피조개구이, 털게찜, 꿀떡 등이 차려져 있었다.

   맛은 그럭저럭. 생선구이는 튀긴 뒤 케첩을 섞은 이상한 소스로 버무려 맛이 특이했다. 우리나라 3류 양식집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맛... 털게찜도 보기와는 달리 너무 퍽퍽해 먹기가 불편했다.

   우리나라 털게와 종류가 다른지 요리방식이 다른지...입에 맞지 않는 탓인지 음식이 상에 많이 남았다. 마지막 평양냉면은 맛있었다. 이날 출장부페의 1인당 음식값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봉동관에서 이 정도 수준의 점심이면 1인당 30달러 정도 한단다. 결코 싸지 않은 수준이다.

   

   일행들이 '자연산'이니까 그렇다고 서로 자평했다. 점심을 먹고나자 옆에 북한 특산물 판매대가 설치됐다. 술, 담배,고사리 호두 등 농산물 약간과 벌꿀 등이 주류를 이뤘다. 북한 작가의 그림도 다수 전시됐지만 사는 사람은 없었다.

제일 높은 인기를 누리는 제품은 단연 술. 이날 초청인사 300여 명이 모두 1~2병의 술을 집어 들었다.

가장 흔한 술이 백두산 들쭉술과 개성 인삼주. 그외 산삼주도 있고 신경통에 좋다는 왕지네술도 보였다. 가격은 20~50달러 수준. 역시 외국 면세점의 술 가격과 비교해서 싸다는 느낌은 없었다.

   50달러 짜리 술은 바로 신경통에 좋다는 왕지네술이었다. 북한꿀도 인기. 북한꿀은 설탕을 먹인 가짜가 없다는 것이다. 달러가 귀한 북한에서는 꿀값보다 설탕값이 더 비싸서 설탕을 먹여 꿀을 얻는 것이 오히려 비경제적이라는 것.

그외 고사리, 말린 산딸기, 오미자즙, 오디즙 등 농산물도 모두 자연산이라 좋다고 했다. 비료나 농약이 비싸 함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물정에 밝은 사람들은 술을 많이 사지 말라고 말렸다. 북한술은 정제가 잘 되지 않아 마시고 나면 정말 '골팬다' 것이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마개가 꽉 맞지 않아 술이 흘러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단다.

   담배도 우리 입맛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독해서 혀끝과 목이 아리다는 것이다. 판매가 끝나고 일행은 다시 개성공단을 향했다.

당초 개성 선죽교와 박물관 등을 관람한다고 공지돼 있었으나 북한측에서 갑자기 불허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공적인 약속도 하루 반나절만에 뒤집어 버리는 북한의 배짱에 다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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