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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속 '환경호르몬 核공포'에 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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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속 '환경호르몬 核공포'에 떤다 "
'밀폐용기' 생식기 계통 치명타… 업체 이해다툼에 정부 '나몰라라'
  • 김경숙 소비자 기자 www.csnews.co.kr
  • 승인 2006.10.11 08:5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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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맘이 편치 못하다. 어떻게 보면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은 주부들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느껴야하는 환경호르몬 공포에 비하면 추상적이고 실감이 덜한 편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불구하고 한국소비자보호원과 식품의약품안정청 등 정부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으니 행정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알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냉장고에 이것저것 반찬이며 물 야채 과일들을 밀폐용기와 물병에 넣어 놓고 있는데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TV보도를 보고 나니 용기를 계속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다.

   얼마 전 SBS의 '환경호르몬의 습격'이란 프로그램에서 플라스틱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와 여학생들이 죽을 듯한 생리통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방영됐다. 플라스틱 그릇이나 살충제 등에서 방출되는 환경호르몬이 인체에서 사람의 호르몬처럼 인식돼 생식기계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환경호르몬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의 생식기에도 영향을 미쳐 정자수를 감소시키거나 생식기를 작게 만들고, 심지어 수컷이 암컷의 성기를 달고 나오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방송을 보고 나니 너무 끔찍해서 집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모두 버리려고 했었다.

   그런데 며칠 후 밀폐용기 업체인 코멕스산업이 신문에 대대적인 광고를 실었다. PC로 만들어진 락앤락 제품에서는 비스페놀A라는 환경호르몬이 나오지만 PP로 만들어진 자사 제품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PP는 분자구조가 수소와 탄소로 이루어져 안전한 반면 PC는 원료자체에 비스페놀A가 들어있어 사용 시 이 물질이 용출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며칠 후 이번엔 락앤락을 만드는 하나코비가 다시 광고를 냈다. 자사 일부 제품이 PC로 만들어지긴 했어도 여러 시험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안전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발표된 여러 논문이나 실험 자료도 PP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듯싶다. 그러나 일부 언론을 보면 SBS가 실험한 용기가 PP라는 설도 있다.

   정말 혼란스럽고 헷갈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PC는 이전부터 문제가 돼 왔던 원료였다. 지난 1999년에도 PC로 된 아이들 젖병에서 비스페놀A가 나와 사회가 들썩인 적이 있었다. 젖병을 삶기 위해 끓는 물에 넣으니 비스페놀A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후 PC로 된 젖병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렇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생활용품에 대한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소비자들의 불안은 깊어지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선 정작 옳다 그르다 전혀 반응이 없다. 업체들의 이해다툼 속에서 소비자들의 불안만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SK-II라는 화장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하자 식약청은 즉각 조사에 착수해 안전성여부를 확인해줬다. SK-II 화장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신속한 조치를 취한 식약청이 온 국민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고 있다.

   비스페놀A에 대한 검출 기준치까지 정해놨으면 이번 기회에 정부가 직접 실험을 통해 과연 비스페놀A가 검출되는지, 또 그 양은 얼마나 되는지 속 시원하게 밝혀야 한다.

   또 플라스틱 용기는 새 것일 때보다 오래될 수록 환경호르몬의 용출량이 많아진다고 한다. 혹시 락앤락에서 발표하는 안전하다는 근거가 새 용기만을 갖고 실험한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끓는 물과 전자레인지에서의 제대로 된 실험도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과는 달리 뜨거운 국물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곰탕을 끓여 용기에 넣거나 전자레인지에 찬밥을 돌리는 사례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실제 락앤락은 홈쇼핑에서 밀폐용기를 끓는 물에 넣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상황을 마구 보여주었다. 플라스틱 용기는 한 가정마다 정말 수십 개씩 갖고 있는 생활필수품이다. 이 용기에서 우리 아이들의 생식기와 건강을 해치는 물질이 나온다면 그 것은 우리 후대에도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일 아닌가.

   왜 식약청이나 소비자보호원이 이런 때 나서 실험한번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제발 식약청이나 소보원이 나서, 확실한 해답을 주길 간청한다. 객관적인 입증자료가 있으면 해당업체도 생산을 중단할 것 아닌가. 아니면 모두가 안심하고 편리하게 보다 더 널리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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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노랑 2006-10-11 10:35:20
정말 그렇네, 화장품보다는 먹는게 더 해롭잔어. 빨랑 조사해 주세요. 나도 플라스틱 그릇 볼때마다 찝찝하단 말예요. 업체들 쌈이 하도 피튀기니까 괜히 꼽사리 끼기 싫단 얘긴지 몬지.

Xelloss 2006-10-11 17:37:00
냉장고에서 마져 환경 호르몬이 나온다니...할말이 없습니다.

플라스틱용기야 전에부터 말이 많았으니 그렇다 쳐도 말입니다.

영오기 2006-10-11 21:42:44
버려... 말어... ㅜㅜ

grace 2006-10-11 23:00:35
우리집도 많은데 ..... 관련기관에서 실험을통하여 명확히 밝히는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