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CEO들은 트위터를 통해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CEO들의 트위터를 살펴보면 그들의 관심 주제를 비롯해 주로 소통하는 지인, 재계 인맥 등 실생활을 엿볼 수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이 서비스하는 통합검색 메뉴에서 트위터 유저의 아이디를 검색하면 해당 사용자의 ▲트위터 주소 ▲최근 관심 주제 TOP5 ▲대화 많이 한 사람 TOP5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재계 주요 CEO들의 '트위터 수다'를 들여다봤다.
◆ CEO 트위터 들여다보면 재계 인맥 '한 눈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재계의 파워 트위터리안답게 여러 분야종사자와 교류를 나누고 있다. 정 부회장과 최근 교류가 많았던 5명은 썬앳푸드의 계열사 토니로마스 남수정 대표를 비롯해 침뜸 강의자, 글작가, 유학생, 포토그래퍼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중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재계의 숨은 2세 오너경영인 남 대표. 동갑내기 CEO인 정 부회장과 남 대표는 재계 젊은 리더들이 조직한 국립중앙박물관 후원회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 소속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쌓아온 우정을 이 단체를 통해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들이 격의 없는 친구라는 점은 이들의 대화에도 잘 묻어난다. 그런 이 둘의 최근 대화주제는 '애완견'.
정 부회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청담동 '이리온'(반려동물 복합 문화공간) 드디어 오픈했습니다. 마리(정 부회장의 애완견 이름)도 VIP 자격으로 포토라인에서 포즈 ㅎㅎ"라는 글과 함께 마리의 사진을 올리자 남 대표가 "우와~ 우리 대니, 히로(남 대표의 애완견 이름)도 데려가고 싶다. 동경 미드타운 펫숍 갈 때마다 한국에도 생겼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는데 비슷한 컨셉인가 모르겠네~ 셀러브레티 마리란 말이야! 이쁘다~"는 내용의 멘션을 보냈다.
남 대표의 전문분야인 음식과 관련된 대화도 나눴다.
"오늘 처음 접한 단어 '토렴', 밥이나 국수 등에 더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일을 말하는 것 퇴염(退染)이라고도 한다." (정 부회장)
"진주비빔밥과 전주비빔밥과의 차이중 하나ㅡ토렴하면 질척거리는 게 진주스타일 비빔밥. 싫다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난 괜찮더라. 전분기 없애서 야들 거리는 느낌도 재미나고, 내 블로그 '천황식당'편 보면 나와." (남 대표)
"네 블로그 주소가 어떻게 되더라?" (정 부회장)
"xx닷컴. 캐롤의 DINE OUT 여기 트윗 인사창에도 써 놨다. 근데 요새 맛집 블로그는 거의 안 한데이." (남 대표)
"들어가 보니 작년 11월 이후엔 거의 없구나. 블로거 은퇴한 듯 ㅎ" (정 부회장)
"어, 블로그는 요새들 많이 은퇴분위기야 시들해진 거지. 다들 여기 트윗에 와 있더라구." (남 대표)
재벌 2세 친구들간의 대화 역시 소소한 일상을 늘어놓는 일반적인 '친구'의 모습이다.
정 부회장의 친구, 남 대표의 트위터는 박용만 두산(주) 회장과의 트위터와도 연결돼 있다. 남 대표와 박 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박 회장이 남 대표의 영업 도우미(?)를 자처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실제로 남 대표가 지난 설날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여는 식당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 썬앳푸드 브랜드들은 다 엽니다"라는 글을 올리자 박 회장이 "스파게띠아, 토니로마스, 매드포갈릭, 시추안하우스, 비스트로 서울 또 뭐있지?"라는 멘션을 보냈다.
곧 이어 박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저녁 외식하실 분들 참고하세요. 다음 업소들은 다 연답니다. 스파게띠아, 토니로마스, 매드포갈릭, 시추안하우스, 비스트로서울, 모락"이라는 글을 올렸다. 후배를 아끼는 선배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
이에 남 대표는 "선배님 감사 흐엉~ 제 트윗보고 오셨다고 하심 꼭 뭐 챙겨드리라고 지시해놓겠습니다!"라고 선배의 호의에 감사를 표했다.
◆ 트위터를 보면 성격도 한눈도 드러난다
소문난 트위터계 '입담CEO'인 박 회장은 트위터 인맥 역시 화려하다. 장남과 차남인 서원씨와 재원씨와의 교류는 물론 조카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을 비롯해 재계 관계자, 두산그룹 임직원, 박 회장을 좇는 트위터리안들까지 박 회장의 소통 대상은 광범위하다.
다만 포털사이트 다음은 박 회장을 비롯한 일부 트위터계정에 대해서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박 회장과 대화를 많이 나눈 구체적인 대화상대는 찾을 수 없었으나 최근 많이 사용한 단어는 확인이 가능했다.
다음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고기만두 ▲아부지 ▲쑥대밭 ▲으라차차 ▲사오정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 평소의 털털한 성격을 짐작케 했다.
실제로 박 회장은 유머러스한 성격을 소유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러한 화법은 혈연관계인 박지원 사장과의 트위터 대화에서도 잘 묻어난다. 최근 박 사장이 뉴욕방문 당시 귀국 하루 전 지인에게 "내일 눈 소식이 있는데 비행기는 뜨겠지만 객실 안에서 몇 시간 기다릴 수도"라는 멘션을 보내자 이 글을 본 박 회장이 박 사장에게 활주로 눈을 치우고 오라는 글을 남긴 것.
이에 박 사장이 "저 눈 좀 치우고 천천히 들어가겠슴다ㅋㅋ 대장님 지시사항이시니 안할 수도 없고 ㅠㅠ"라고 답하자 박 회장은 "지X! 정해진 시간 내에 다 치우고 일정대로 귀국하라"고 재차 멘션을 보냈다.
여기에 박 사장은 "치~~~~치~~~ 잘 안 들립니다. 오바!ㅋㅋㅋㅋㅋㅋㅋ"라고 대답,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박 회장은 박 사장의 '대화 많이 한 사람' 3위를 차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박 사장의 '수다친구' 목록에는 모 인터넷 언론사 기자, 모 회사 홍보팀 직원, 가족간 안면이 있는 아트디렉터 등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 때론 수다, 때론 업무…트위터 활용법 다양
앞서 거론된 언론사 기자는 박 사장 외에도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의 '수다친구'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기자와 같은 언론사의 또 다른 기자도 박 전무의 '대화 많이 한 사람 TOP5' 목록에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이우현 OCI 부사장 등이 박 전무와의 소통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종종 정용진 부회장과 남수정 대표,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아이디도 박 전무의 트위터에서 눈에 띄었다.
박 전무의 트위터 친구인 정태영 사장도 저명한 재계 파워트위터 중 한명이다. 그의 팔로워 리스트를 살펴보면 박용만 회장, 정용진 부회장, 표현명 KT 사장,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대표,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 등 재계 인물들에서부터 방송인 정지영, 개그맨 남희석, 크리에이티브디렉터 남궁연, 작곡가 주영훈 등 각계각층의 인물들로 가득하다. 이는 정태영 사장의 넓은 인맥은 그의 주된 트위터 수다친구가 남궁연, 은광표 베스트와인 대표, 박진원 전무, 모 회사 광고 디렉터 등 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 사장의 맞팔친구 중 한명인 표현명 사장은 KT의 대표 트위터리안답게 KT 공식기업트위터, KT스마트폰 모바일 공식트위터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는 KT 유저들과 소통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표 사장은 KT와 관련된 팔로워들의 질문에 정성어린 답변을 해주는 CEO로 유명하다. 트위터를 이용하는 여타의 CEO들이 개인적인 용도로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표 사장의 트위터는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 얽히고설킨 거미줄 '황금인맥'…지인과 소통이 대부분
한편 재계 CEO들의 트위터는 그들 간의 인맥도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대화 많이 한 사람 TOP5' 내에 포함돼 있지는 않아도 A트위터에서 본 아이디를 B, C, D트위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멘션의 말투 등으로 혈연, 학연, 잘 알려지지 않은 재계 인사의 자녀 등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트위터 내 정보에 한계가 있어 이들의 신분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재계 인물들의 트위터는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대중과의 교류가 많은 경우, 반대로 지인들과의 대화가 대부분인 경우도 있지만 트위터를 통해 평소엔 접근하기 어려운 재계 거물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