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달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따라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금리인상에 대비한 투자전략을 짜야 하지만 너무 앞서 나가다간 오리려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도그럴 것이 지난 11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연 2.75%로 동결시키면서 한때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전례가 있었기 때문. 실제로 금리인상의 호재를 노리던 보험주는 한은 발표가 있던 날 장 초반부터 주가가 하락해 1.25%의 낙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서는 당시의 빗나간 전망 때문에 움츠러들기보다는 선제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러 대내외 여건이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면서 금리 추가인상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겨냥한 현명한 재테크전략을 짤 때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시말해 ‘우려보다는 대응이 먼저다’라는 투자자세의 기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물가상승 우려 확산, 한은의 선택폭 좁아질 것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물가안정, 한국은행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라는 문구를 가장 먼저 접하게 된다. 물가안정에 대한 한은의 역할과 책임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은 크다.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2.7%나 치솟았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도 전년동월대비 6.2%나 뛰었다.
이 여파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를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인 3.0±1%를 넘어서는 수치다.
무엇보다 구제역과 한파로 인해 국내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대외 여건도 순조롭지 않다. 중동 소요사태여파로 유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게다가 중국이 설연휴를 기점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에 들어가면서 물가문제가 더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7%로 전월대비 0.4%포인트 올랐다”며 “이번달 수치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은이 더 이상 금리를 동결시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물가안정을 정책기조로 삼고 있는 정부로서도 더 이상 물가상승을 방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경제계의 진단이다.
‘2개월 연속 금리인상’의 압박을 받던 2월과는 다르게 3월은 금리인상에 대한 당국의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금리인상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 “예금, 주식, 해외펀드쪽 노려볼만”
재계는 금리가 오르기 전에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등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2월 넷째주 회사채 발행계획 집계 결과 39건, 2조8천404억원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는 전주에 비해 12건, 2조1천364억원이 늘어나는 수치다.
금리인상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채권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채권을 서둘러 발행하는 이른바 선제적인 조치로 자금을 조달해 두겠다는 것.
이럴 때 일반 투자자는 어떤 투자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유리할까?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박상현 팀장은 “금리인상 자체가 단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계속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테크 측면에서 본다면 금리에 대한 부담이 덜한 주식이나 예금쪽이 채권이나 부동산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채권이나 부동산은 금리라는 부담을 떠나기 어렵지만 주식시장은 시가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올해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재테크를 한다면 주식쪽이 더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책금리가 오른다는 소리는 예금금리도 오른다는 말이 되므로 예금쪽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예 해외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나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이희 팀장은 “중동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유가상승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가 등 여러 대내외 여건이 물가상승을 압박하는 만큼 시기는 단정하기 어렵겠지만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금리변동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에선 시가 평가의 영향을 덜 받는 쪽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내 채권처럼 금리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품보다는 해외이머징펀드가 안전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고 수익성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출은 어떨까?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는 잔액기준 대출을 받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며 “은행이 누적해온 비용을 토대로 금리를 결정하는 COFIX 잔액기준 대출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은행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기준 COFIX가 2010년 12월에 비해 0.13%포인트 오른 것에 비해 잔액기준 COFIX는 같은 기간 0.02%포인트 내렸다.
지난 18일 기준 시중은행 금리를 보면 국민은행 COFIX 신규 대출금리가 연 4.35~5.75%인 것에 비해 COFIX 잔액 대출금리는 연 3.98~5.38%로 0.4%포인트가량 낮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도 차이는 있지만 COFIX 잔액 대출금리가 COFIX 신규 대출금리보다 낮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박혁수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가의 영향을 덜 받는 COFIX 잔액기준 대출이 있긴 하지만 어느 한 방법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며 “시장의 상황을 파악해 변동금리 대출과 고정금리 대출을 저울질해보고 필요할 경우 갈아타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