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4개 금융지주사 가운데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기업지배규준안'을 마련한 곳은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 한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KB지주 차기 회장인선 문제 등으로 CEO리스크가 발생했을 당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CEO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도입' 등을 주문했는데도 아직까지 뚜렷하게 진전된게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CEO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대형금융사 CEO들의 독단경영에 제동을 건 만큼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지 주목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원장 김종창)은 올해 금융회사 종합검사부터 'CEO리스크관리' 항목을 신설, CEO승계프로그램 운용사항과 이사회의 견제역할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해 이를 경영지배구조 평가점수(10%)에 반영할 방침이다.
주요 평가내용은 각 금융회사의 ▲CEO자격기준 마련 및 적절성 ▲CEO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도입 및 운용내역 ▲사외이사 활동내역 및 이사회 견제기능 등이다.
또한 성과보상체제가 마련된 금융사들이 이러한 모범규준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와 스톡옵션에 대한 이사회 주요안건 의사록을 제출받는 등 상시 감시활동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금감원은 특히, CEO승계프로그램 도입과 운영내역에 검사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초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인선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8개월간 CEO공백에 따른 막대한 리스크를 초래했다는 점과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발생한 신한금융지주 경영진 내분사태 등의 전례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로 분석되고 있다.
금감원은 강화된 검사기준을 이달부터 적용하고 향후 종합검사에서 CEO 리스크 관리체계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금융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문제해결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적용대상은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회사가 포함될 전망이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앞서 지난 3일 국내 은행장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최근 국내은행의 최고경영진 교체 및 선임과정에서 경영불안정 등의 제반 문제점이 노출되었던 사례가 있다"며 "은행 종합검사시 CEO 리스크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금감원 감독서비스총괄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준을 직접 제시하기 보다는 각 금융사에서 자체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 개선토록 유도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각 금융사나 관련협회, 국제기준 등에 따라 모범규준을 마련, 적용 중인데 기존 규준안이 과연 적정한지, 또 이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를 검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각 금융사의 성과보상체계 내에 CEO승계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으나 상당수가 구체성이 없기 때문에 'CEO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각 금융사들은 CEO 리스크 관리체제를 갖추기 위해 모범규준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하나지주의 경우 지난달 10일 이사회를 열고 '하나금융지주 기업지배구조규준'을 제정했다.
주요내용을 보면 상임이사의 임기는 3년 이내로 기존 3년 단위에서 1년 단위로 단축하고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했으며 사외이사 임기는 2년 이내, 연임시기는 1년 단위, 연속해서 5년을 초과 재임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연임관련 제한 장치를 강화했다.
또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가 구성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고 매년 예비최고경영자 예비풀에 대한 평가 및 승계계획을 검토해 이사회에 보고토록함으로써 안정적 경영승계를 도모키로했다.
반면,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와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 등은 아직까지 검토 중이거나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KB지주 측은 "지주 출범 당시부터 CEO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지난해 7월 어윤대 회장이 취임 후 지금까지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하느라 CEO리스크 관련 모범규준안 마련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며 "올해에는 어윤대 2기 체제를 맞은 만큼 경영실적 향상은 물론 CEO승계프로그램 등 관련제도 도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 역시 한동우 회장 체제가 들어선 만큼 관련부서에서 금융당국의 'CEO리스크 관리' 항목에 적용되는 모범규준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예금보험공사를 대주주로 두고 있어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CEO승계프로그램' 도입 등과 관련해 예보와 논의 중"이라며 "4월쯤에는 금감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모범기준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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