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에 매출 52조1천800억원, 영업이익 8조1천2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를 줄이고 유동자산을 늘리는 등 불황에 대비한 자산운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유동자산은 82조원으로 2분기 73조4천600억에 비해 금액으로는 8조6천200억원, 비율로는 11%나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조2천100억원에 비하면 14조7천900억원, 22%나 늘어난 수치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환금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하는데 그 중에서도 현금과 현금전환이 용이한 금융상품을 의미하는 현금자산이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현금자산은 30조3천400억원으로 2분기 23조8천억원에 비해 27%나 늘었다. 전년 동기 21조7천5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39%에 이른다.
현금 중에서 순현금(현금-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3분기 순현금은 14조9천900억원으로 현금 대비 순현금 비율은 49.4%를 기록했다. 2분기 39.2%보다는 5.2%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기 44.1%보다는 5.3%포인트 상승했다.
유동자산이 늘어남에 따라 현금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도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유동비율은 172%로 2분기보다 7%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기보다는 11%포인트나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유동자산이 이처럼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는 호조속에서도 설비투자를 줄이며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LCD 등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부품 사업이 글로벌 경제 침체로 위축되면서 투자를 다소 보수적으로 가져간 것이 현금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3분기 들어 생산시설 투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LCD 등 생산시설에 투자한 금액은 9월 기준으로 18조3천834억원이며 이 중 3분기(7~9월)에 집행된 금액은 4조5천354억원이다.
이는 1분기 7조7천593억원에 비하면 41.5%, 2분기 6조1천887억원에 비하면 26.7%가 감소한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계획했던 25조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 규모는 시장 상황에 맞춰 나가겠다는 게 원칙"이라면서 "지금 상황으로서는 보수적인 기조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유동성 자산을 크게 늘린 것은 향후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대 실적을 기록한 3분기에도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과 정보통신(IT) 수요 둔화 등 어려운 경영여건이 지속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또 4분기에도 실물경기 침체와 업체간 경쟁 심화, 완제품 업체들의 연말 재고조정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