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조 5천억원 규모의 정수기 시장이 관련 기업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연일 시끄럽다.
과거 웅진코웨이와 LG전자가 스테인리스 저수조와 플라스틱 저수조의 위생문제로 신경전을 벌인데 이어 최근에는 청호나이스와 LG전자 제품 판매법인 하이프라자가 각각 허위및 비방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호나이스는 마치 미국 환경청의 인정을 받은 것처럼 허위광고를 한 게 문제가 됐고, 하이프라자는 경쟁사의 정수기가 채용한 비데 살균방식이 비위생적이라고 주장했다가 비방광고로 처벌을 받았다.
이에 더해 정수기 업체 간에 전력소비 문제를 둘러싼 날카로운 신경전도 현재 진행 중이다.
청호나이스는 자사의 신제품이 예열식 온수 방식을 적용해 온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기존 제품에 비해 70%까지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LG전자는 냉장고에 쓰이는 고효율 컴프레서를 장착해 전력 소비량을 50% 이상 줄였다는 주장으로 경쟁업체들을 자극하고 있다.
▲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청호나이스(좌)와 하이프라자(우)의 광고
정수기 시장에서 이처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신규 진입 업체가 늘면서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교원, 암웨이에 이어 LG전자가 지난 2009년 시장에 뛰어 들었고, 한경희 생활과학도 정수기 시장 진입을 선언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소비자들이 물 위생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수기 보급률이 높아지자 업체들이 앞다퉈 사업 확장에 나서거나 신규 진출하는 상황이다.
정수기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은데다 렌탈 서비스 확대 등으로 신규 수요와 교체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정수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웅진코웨이가 후발업체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웅진코웨이는 현재 정수기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웅진그룹의 자금난으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데다 극동건설 법정관리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등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경쟁업체들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은 지금이야말로 웅진코웨이를 끌어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정수기 시장이 고속성장 끝에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위생과 살균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의 경쟁구도에 전기 절감 이슈가 추가되면서 비방전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