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역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최다 득표율(68.1%)로 당선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당선자가 시험대에 올랐다. 

정통 증권맨인 황성호, 손복조 후보와의 접전이 예상됐지만 민간과 관료 경험을 두루 갖춘 권 당선자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것은 규제완화 등의 변화를 원하는 업계의 기대 때문이라는 평가다.

권 당선자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반도체 석사를 받고 기술고시 21회에 합격해 1986년 공직 생활에 발을 들여 산업자원부 과장까지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후 다우기술 부사장, 이큐브테크 대표이사,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등 다우그룹 계열사를 거쳐 2009년부터 키움증권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그는 정통 증권맨이었던 황건호·박종수 전임 회장이나 은행·증권사 수장을 두루 역임한 황영기 현 회장과 달리 금융권 경험이 상대적으로 짧다. 순수 금융권 경력으로만 보면 2007년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직을 시작으로 10년을 갓 넘긴 셈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와 금융투자업계를 모두 경험한 권 당선자가 쌓은 네트워크가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권 당선자가 취임 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규제완화'를 꼽은 점도 일맥상통하다. 그는 투표 전 정견 발표를 통해 "임기 3년 동안 규제와 세제 선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원칙 중심의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세제 개편안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자본시장 정책이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업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자본시장 정책을 다른 정책에 밀리지 않는 우선 과제로 격상시켜야한다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당국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예고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권 당선자가 IT분야 경험이 있고 온라인 전용 증권사 수장이었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디지털 혁신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보고 있다. 권 당선자는 키움증권을 온라인 특화 증권사로 성장시키고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개발 등 실무에서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그는 당선 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디지털 혁신과제가 너무 큰 과제이고 시간도 걸리고 불확실성도 크다"면서 "협회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위원회를 설치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과제를 추진해나가겠다"고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권 당선자에게는 지난해 황영기 회장과 증권사 사장단이 머리를 맞대고 도출한 '증권사 발전 30대 핵심과제'를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한 과제도 남아있다.

30대 과제는 크게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지원 △기업금융 기능 강화(기업활동) △가계 자산관리 전문성 제고 △금융환경 변화 선도 등 네 가지 전략부문으로 나뉜다. 금융투자업계가 다른 금융권에 비해 불합리한 이른 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핵심과제라는 점에서 협회장이 바뀌더라도 안고 가야하는 문제다.

협회 내부적으로는 선거전에서 이슈로 떠오른 자산운용협회 분리 문제가 남아있다.

현재 금융투자협회 회원사 241개사 중 70% 이상이 자산운용사이고 권 당선자와 경쟁을 펼친 황성호, 손복조 후보는 현 협회에서 자산운용협회를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다만 권 당선자는 특정업권에 쏠리지 않는 균형 있는 발전방안을 내놓겠다고 입장을 밝히며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