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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던 냉장고·세탁기·인덕션 강화유리 저절로 '와장창'...제조사 ‘사용자 과실’-소비자 ‘제품 결함’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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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던 냉장고·세탁기·인덕션 강화유리 저절로 '와장창'...제조사 ‘사용자 과실’-소비자 ‘제품 결함’ 갈등
 보상 규정 따로 없어 고스란히 소비자만 피해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4.05.03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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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로 파편이 튄 박 씨의 후드
▲폭발로 파편이 튄 박 씨의 후드
◆ 주방 후드 전면 강화유리 '펑' 터져 거실까지 파편 튀어=청주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해 집에서 저녁을 먹다 주방에서 ‘펑’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주방 인덕션 위에 설치된 A업체의 후드 전면 강화유리가 깨진 것. 충격으로 거실까지 파편이 튀었다. 박 씨는 “2년 밖에 안 된 제품이라 바로 담당 기사에게 연락했더니 다짜고자 충격이 있었을 거라며 소비자 과실로 몰고 가더라”면서 “요리와 직접 관련 있는 제품도 아닌데 유리가 깨지니 내구성에 의심이 간다”고 토로했다.
▲갑자기 주저 앉은 김치냉장고
▲갑자기 주저 앉은 김치냉장고
◆ 냉장고 선반에 물건도 없었는데...홀로 와장창 깨져=안산에 사는 강 모(남)씨는 지난해 B업체 김치냉장고를 청소하던 중 선반 유리가 파손돼 깜짝 놀랐다. 물건을 전부 꺼낸 후 냉동 기능을 끄고 청소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들리더니 선반 유리가 와장창 깨져버렸다고. 강 씨는 AS센터에 접수하며 보상이 가능할 줄 알았지만 직원은 소모품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강 씨는 “물건을 올려두지도 않은 선반 유리가 폭발하듯 깨지는데 괜찮은지 물어보지도 않고 소모품 구입만 얘기하는 게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전원을 켠 후 금이 간 이 씨의 인덕션
▲전원을 켠 후 금이 간 이 씨의 인덕션
◆ 인덕션 전원 켜자 중앙에서부터 길게 '쩍' 금 가=양주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9월 이사하며 C업체의 인덕션을 설치했다. 두 달이 지났을 무렵 사용하려고 불을 켰더니 인덕션 상판이 중심부터 쩍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길게 금이 생겼다. 이 씨는 “AS 접수를 했지만 강화유리 파손은 소비자 과실이 크다면서 무상 교체가 어렵다고 하더라”면서 “강화유리가 화력을 못 이긴 것 같은데 내 탓으로만 모는 업체과 괘씸하다”고 꼬집었다.
 
▲유리가 깨져 고무패킹이 분리된 조 씨의 세탁기
▲유리가 깨져 고무패킹이 분리된 조 씨의 세탁기
◆ 세탁기 도어 유리 '와장창' 깨져=부천에 사는 조 모(여) 씨는 지난 3월 D업체 드럼세탁기 도어 유리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깨지는 사고를 겪었다. 늦은 오후라 서비스센터 연락이 안 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과거 같은 모델 제품 불량으로 리콜 됐었던 것을 확인했다. 조 씨는 “세탁기 도어 리콜 관련해 업체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업체에서 안내문이라도 보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냉장고나 세탁기, 인덕션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강화유리가 저절로 파손되는 일이 흔히 발생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들은 멀쩡했던 제품이 파손돼 '결함'을 주장하나 업체 측은 원인 불명, 이용자 과실로 판단해 갈등을 빚는다. 자파 현상에 대한 보상 규정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냉장고, 세탁기, 주전자, 인덕션, 오븐레인지 등 강화유리가 사용된 다양한 가전제품에서 자파 현상이 발생한다. 삼성전자, LG전자, SK매직, 쿠쿠, 위니아, 하츠 등 대부분 가전업체가 겪는 문제다.

강화유리는 특수 열처리를 가해 일반 유리에 비해 강도가 3~5배 세기 때문에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장식과 안전 등 용도로 사용한다. 다만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열처리 가공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유입되거나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가 발생하면 스스로 깨지는 ‘자파’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거나 충격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된다.

문제는 자파의 원인이 실제 제품 결함일지라도 소비자가 입증하기 어려워 보상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품질보증기간 이내에는 무상 수리나 교환을 받을 수도 있으나 이 기간이 지나면 수리비용이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 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경우 품질보증기간인 1년 이내에 동일 하자에 대해 2회 이상, 여러 부위 하자에 대해 4회 이상 문제가 생길 경우 교환 및 환불 가능하다. 하지만 자파 등 강화유리 파손의 경우 '제품 하자'라는 판정을 받기 쉽지 않다.

◆ 설명서에 강화유리 사용 주의 안내...온도 변화, 잦은 충격에 예민

강화유리가 깨지면 소비자들은 당시 제품에 충격을 주지 않았다며 제품 결함을 의심하지만 업체들은 기온이 급변하거나 충격이 누적되는 경우 갑자기 파손될 수도 있다며 사용환경을 원인으로 본다. 파손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문제다 보니 이런 문제로 인한 갈등은 대부분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약간의 스크래치가 발생하면 기온 차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어느 순간 '퍽'하고 터지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제품 결함보다 생활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위험성이 있지만 아직 대체 소재가 적어 업체들은 제품 사용 설명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주로 '강화유리로 돼 있으나 외부 강한 충격으로 인해 깨질 수 있다'는 식이다.

업체들은 자파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라며 혹여 발생 시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고 답했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자파 현상이 자주 발견되지 않는데 간혹 발생해서 AS 문의가 오면 소비자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자파 현상은 결함이 원인일 수도 있고 소비자 부주의가 누적돼 발생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많긴 하다”면서 “냉장고의 경우 여닫는 행동을 가능하면 빈도를 줄여 온도 변화를 줄이고 세탁기는 한쪽으로 세탁물이 쌓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인덕션도 갑자기 차가운 재료를 올리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어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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