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류의 절반에게 주식인 쌀의 국제가격이 석유나 금 같은 다른 상품의 가격 급등 속에 거의 20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 세계 경제에 복잡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지난 14일 거래된 쌀 선물가격은 100파운드당 13.125달러에 달해 1년 전의 9.87달러에 비해 33% 가량 올랐다. 이는 지금까지 최고치인 1988년 1월의 100파운드당 13.40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쌀값이 오르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쌀의 수요 증가 만큼 생산이 늘어나지 못하는데다 쌀 주요 수출국의 수출도 빡빡해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세계 쌀 소비는 7.5% 증가한 반면 생산은 5.4% 늘어나는데 그쳤다. 공급이 달리면서 태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인 베트남이 지난 7월 국내 수요를 우선 맞추기 위해 수출을 제한키로 하고 인도가 10월에 이와 비슷한 수출 제한에 나선 것도 쌀 값 상승을 가속화시켰다. 세계 4위의 쌀 수출국인 미국의 경우 옥수수 등의 인기로 인해 올해 쌀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3% 줄었다.
또한 고유가도 쌀은 물론 다른 곡물의 재배와 수송비를 끌어 올리고 있고, 달러화 약세도 주로 달러화로 거래되는 쌀 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고 있다.
이 결과 쌀을 비롯한 주요 곡물의 국제 재고는 지난 수십 년간 전례 없던 수준으로 줄어 밀의 재고는 60년 만에 최저치를, 쌀 재고는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쌀값 급등은 다양한 투자자를 시장으로 끌어 모아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많은 자금이 선물에 투자되고 있다. 또 전에는 쌀에 투자하지 않던 헤지펀드들까지도 쌀을 거래하고 있다고 CBOT의 전문가는 말했다.
이와 함께 쌀이 전통적으로 세계 생산량의 7% 정도만 국제거래가 될 정도로 교역이 활발하지 않아 일단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여분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값은 더 오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문은 비싼 쌀값은 일부 쌀 생산 농가와 투자가들에게는 득이 되겠지만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에 기여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를 키울 것이라면서 가난한 나라의 많은 소비자들이 쌀에 의존하고 있어 부족사태가 발생했을 때 인도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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