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배송도 안 됐는데 ‘자동 구매확정’?...온라인몰 편법에 취소·환불 못하는 소비자 피해 다발
상태바
배송도 안 됐는데 ‘자동 구매확정’?...온라인몰 편법에 취소·환불 못하는 소비자 피해 다발
이용자 권리 보호 '사각지대'...개선 필요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5.07.07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례1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강 모(여)씨는 패션 전문 A온라인 플랫폼에서 원피스를 주문했으나 3주가 지나도 오지 않아 주문내역을 살피다 ‘구매확정’ 상태를 확인했다. 강 씨는 고객센터에 문의했으나 “확인 후 문자로 연락주겠다”는 답변만 들었고 이후에도 상품은 도착하지 않았다. 다음날 재차 문의한 결과, 업체 측은 “명일에 출고 예정”이라는 문자만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씨는 "제품을 받지 못했고 판매자와 연락도 두절된 상태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례2 경기도 양주에 사는 김 모(여)씨는 최근 B온라인 플랫폼에서 옷을 주문했지만 도착한 제품은 옆구리가 심하게 찢어진 상태였다. 문제는 김씨가 상품을 늦게 확인한 사이 자동으로 ‘구매확정’ 처리됐다는 점이다. 김 씨는 제품 수령 10일 후 문제를 발견하고 반품을 요청했으나 업체 측은 “수선비 3000원만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환불을 요구하자 이후로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김 씨는 “내가 구매확정 버튼을 누른 적도 없는데 피해 보상은커녕 연락조차 없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쇼핑에서 배송되지도 않은 상품이 ‘자동구매확정’ 처리되면서 소비자가 구매를 정당하게 취소하거나 환불 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발하고 있다.

주요 온라인몰에서 운영 중인 자동구매확정 시스템이 택배사의 일괄 ‘배송완료’ 처리 관행과 맞물리며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구매확정은 소비자가 물품을 수령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판매자에게 자동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배송일이나 발송일 기준 7~8일이 지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구매를 확정한다. 실제로 물건을 받지 못했더라도 구매가 확정되면 환불이나 취소가 어렵게 된다.

문제는 ‘배송완료’ 표기가 실배송 여부와 관계없이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택배 영업소들이 물류 입고 시점에 일괄적으로 ‘배송완료’로 처리하는 관행이 만연하면서 상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도 구매 확정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판매자가 배송처리만 해놓고 실제 물품을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어 분쟁의 소지가 크다.

자동구매확정의 법적 근거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있다.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제28조의3 ‘예치된 대금의 지급방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물품을 수령한 후 3영업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를 근거로 주요 온라인들은 구매를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배송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하지 않거나 필요한 고지를 받은 이후에도 반응이 없을 경우 플랫폼은 자동으로 구매확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배송이 지연되거나 분실된 경우 소비자가 이의를 제기하려 해도 이미 구매확정돼 환불이나 취소가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니 이 같은 규정은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장치가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최대 29일 vs 7일…온라인몰마다 자동구매확정 기준 달라

주요 온라인몰별 자동구매 확정 기준을 살펴보면 주로 발송 후 7, 8일까지로 정하고 있다. 이 때까지도 배송되지 않는다면 연장할 수 있다.

쿠팡은 배송완료일 기준 주말 및 공휴일 포함 7일 후 자동으로 구매가 확정된다. 네이버쇼핑은 배송완료일로부터 8일째 되는 날 자동 구매확정되며 소비자가 요청하면 10일까지 연장된다. G마켓과 옥션은 택배사의 배송완료일을 기준으로 8일 후 자동 구매확정 처리된다.

11번가는 주말과 공휴일 포함 배송완료일로부터 8일째 되는 날 자동구매확정이 이뤄진다. 배송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때에는 발송일로부터 21일까지 여유를 둔다. 직배송, 화물배송, 퀵배송, 우편 등 배송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배송된 상품의 경우 ‘배송중’으로 표시된 날로부터 29일이 지나면 자동 구매확정 처리된다.

각 온라인몰들은 배송지연이나 물품 분실 등 취소사유가 명확하다면 자동구매확정 된 이후라도 판매자 및 고객센터와 협의 하에 반품 및 취소가 가능하다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쿠팡은 로켓배송이 적용되지 않는 오픈마켓형 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판매자와 직접 연락을 취하는 대신 쿠팡이 중재에 나서 판매자와 조율한다. 문제 해결이 지연되거나 판매자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는 쿠팡이 직권으로 환불하고 해당 판매자에게는 내부 신뢰지수 점수가 차감되는 등 패널티가 부과된다.

네이버쇼핑은 악성 판매자의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자동구매확정 제도에 ‘무기한 연장 제재’를 도입했다. 이전까지 국내 상품은 발송 후 28일, 해외 상품은 45일이 지나면 자동구매확정 처리됐지만 현재는 ▲자동구매확정 예정일 5일 전까지 배송추적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배송추적 정보상 집화일이나 배송완료일이 주문일 이전인 경우라면 자동구매확정이 무기한 연기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구매자가 직접 구매확정을 누르기 전까지 판매대금이 지급되지 않고 판매자는 구매확정을 요청할 수 없다. 만약 판매자가 뒤늦게 상품을 발송했다면 송장 기준으로 자동구매확정 예정일이 다시 산정된다. 이 경우에도 문제가 발견되면 자동확정 연기 제재가 다시 적용될 수 있다.

G마켓과 옥션은 배송 완료 후 8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구매결정이 이뤄지지만 상품을 수취하지 못한 경우에는 ‘미수취 신고’ 기능을 통해 자동구매확정을 방지하거나 자동확정 이후에도 고객센터의 도움을 받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자동구매확정 이전에는 구매자가 ‘상품 미도착 신고’를 접수하면 30일간 자동확정이 보류되며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1번가 측에서 판매자에 재발송이나 환불을 요청한다. 판매자가 응하지 않거나 연락되지 않을 경우에는 긴급알리미와 SMS를 통해 24시간 내 조치를 요구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11번가가 직권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환불한다.

11번가 관계자는 “자동구매확정 이후에도 소비자가 정당한 문제를 제기하면 시스템적으로 개입해 판매자와의 분쟁을 조율하고 있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직권 환불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제 배송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자동으로 구매가 확정되는 현재 시스템은 소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며 배송 완료 확인 후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자동확정이 이뤄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송이 지연된 상황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물건을 받아보기도 전에 자동으로 구매가 확정될 경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매우 크다”며 “자동구매확정은 실질적으로 수령이 확인된 이후 그날로부터 7일 등 일정 기간이 지나야 이뤄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송 완료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확정 절차를 진행하는 건 결국 업체의 업무 편의주의에 따른 것“이라며 “온라인몰은 소비자가 물품을 실제로 수령했는지를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을 홈페이지나 앱에 마련하고 그 시점을 기준으로 자동확정이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