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C의 반도체 소재 자회사 ISC의 실적 성장세가 가파르다. SKC는 지난 2023년 반도체 후공정 분야의 소재·부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ISC를 인수했다. ISC의 지난해 매출은 1745억 원, 영업이익은 448억 원으로 각각 24.5%, 318.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549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AI 반도체 패키징 시장 확대에 따른 HBM 수요 증가로 수혜를 입었다. AI 반도체 테스트 소켓 부문 매출은 2023년 128억 원에서 지난해 694억 원으로 늘었다. 1년 만에 4배 이상 폭증했다. 테스트용 소켓은 반도체 후공정의 주요 소모품으로 반도체 제조사들이 칩셋 성능 제고를 위해 패키징 기술 고도화에 나서며 수요가 늘고 있는 장비다.
또한 지난해부터 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에 본격적으로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테스트 소켓(러버 소켓)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실적이 성장했다. ISC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실리콘 소켓은 AI, 자율주행 자동차 등 입출력 단자 수가 많은 대면적 패키징 시장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부품이다.
ISC는 SKC가 본업인 이차전지 사업에서 적자를 내는 와중에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는 지난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과 말레이시아 신규 공장의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SK넥실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58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4.9% 급감했으며 영업적자 1676억 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ISC는 올해도 AI반도체 소켓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호실적이 기대된다. 증권사에 따르면 ISC의 올해 매출은 2171억 원, 영업이익은 6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4%, 43.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ISC는 지난해 말 NPU 반도체 테스트 소켓 개발을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납품을 시작한다. NPU 반도체 테스트 소켓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해 전력 및 공간 효율성에서 강점을 지닌 NPU 칩셋을 위해 설계된 제품으로 기존 소켓 대비 우수한 데이터 전송 속도와 높은 주파수 테스트 성능이 강점이다.
올 상반기 중에는 AI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을 겨냥한 HBM용 반도체 테스트 소켓 양산에 돌입한다. HBM 테스트 소켓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R&D용으로도 폭넓게 활용되어 기존 소켓 대비 고마진이 기대되는 장비다.

이어 하반기에는 다른 반도체 소재 자회사 앱솔릭스가 양산을 시작하는 유리 기판에 적용할 반도체 테스트 소켓을 공급할 예정이다. 유리 기판은 AI디지털센터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로 반도체 패키징에 적용하면 전력 소비와 패키지 두께는 줄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빨라져 반도체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SKC의 배당 수익을 책임질 곳간지기로도 ISC가 꼽힌다. SKC가 ISC로부터 수취하는 배당금은 지난해 18억 원에서 올해 75억 원으로 4배 이상 뛰어올랐다. 기존에는 화학 부문 자회사인 SKPIC글로벌과 SK피유코어로부터 안정적인 배당금을 수취해 왔지만 화학 경기 침체로 영업 적자에 빠지며 지난해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
ISC는 오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0%까지 상향하고,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총주주환원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