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식품사 오너의 평균 나이는 2020년 64세에서 올해 69세로 높아져 70세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사 회장 본인이 보유한 지배지분을 자녀들에게 넘겨주는 승계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10대 식품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월말 기준으로 오너일가 보유지분 중 자녀세대로 넘어간 비율을 의미하는 자산승계율 평균값이 33.4%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초 27.3%에 비하면 6.1%포인트 상승했지만, 오너 일가 지분 가치 중 3분의 1만 자녀세대가 물려 받은 셈이서 상속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승계율은 식품사 회장(본인) 직계일가의 지배지분 가치를 2020년초와 2025년 3월말(28일 종가) 기준으로 집계했다. 비상장 지주사의 경우 지주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평가액을 기준으로 오너 일가 지분 비율에 맞춰 계산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농심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고, SPC와 동서가 50%대 중반에 진입하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지분승계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대상은 승계율이 9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아졌고, 임상민 부사장을 중심으로 하는 확고한 후계구도가 정립됐다.
반면 김남정 부회장으로 승계가 완료된 동원과 남승우 회장이 자녀들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풀무원은 5년간 지분 변화가 전혀 없었다. 승계율이 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하이트진로도 5년간 지분 변동이 없는 상태다. 다만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승계율이 소폭 하락했다.
오뚜기와 오리온은 승계율이 1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5년 전에 비해 1~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대상, SPC, 동서 승계율 50% 넘겨...농심 상승폭 최고, 하이트진로 제자리걸음
자녀세대 승계율이 50% 이상인 곳은 대상, SPC, 동서 등 3곳이다.
대상은 지배지분 자산이 자녀세대로 가장 많이 넘어간 상태다. 임세령(48) 부회장, 임상민(45) 부사장과 등 3세 승계율은 87.5%에 달한다. 임 부사장은 승계율이 55.4%로 사실상 후계자로서 경영권 승계를 마친 셈이다.
임 부사장은 대상홀딩스 지분 36.7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임 부회장(20.41%)보다 보유 지분율이 15%포인트 이상 높다. 임 부사장은 2019년에도 승계율이 51.9%였는데 5년 새 후계자로서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
동서도 지난 5년간 3세 김종희(49) 부사장의 승계율이 30.1%에서 34.6%로 높아지며 후계 입지를 굳혔다. 김 부사장 동생인 김은정(47)‧정민(42) 씨의 승계율은 17.5%로 0.4%포인트 낮아졌다.
SPC는 허진수(48) 사장과 허희수(47) 부사장의 승계율이 각각 33.4%, 23.3%다. 후계자는 41.3%에 해당하는 지배지분 자산을 보유한 허영인(76) 회장의 선택에 달렸다.
농심과 하이트진로, 삼양식품은 3세 승계율이 30~40%대로 자산 승계가 상당히 이뤄진 편이다.
특히 농심은 지난 5년간 신동원(67) 회장 외아들인 신상열(32) 전무의 승계율이 1.6%에서 39.2%로 대폭 높아졌다. 신 전무 누나들인 신수정(37) 상무와 신수현(34)씨는 각각 0.3%에서 0.5%로 변화가 거의 없다. 후계구도가 신 전무로 확정된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5년간 지분관계 변화가 없다. 현재 박문덕(75) 회장의 장남 박태영(47) 사장과 차남 박재홍(43) 부사장의 승계율은 각각 29.4%, 10.9%다. SPC와 마찬가지로 후계구도 확정을 위한 자산은 아직까지 박문덕 회장 손에 쥐어져 있다.
삼양식품은 김정수(61)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31)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 승계율이 25%에서 30.9%로 한 걸음 나아갔다.
오리온과 오뚜기는 3세 승계율이 10%대로 상대적으로 낮다. 함영준(66) 오뚜기 회장은 비교적 젊어 승계를 위한 시간은 넉넉한 편이다. 3세들 역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오리온은 담철곤(70) 회장과 이화경(69) 부회장 나이가 10대 식품 회장님들의 평균으로 승계가 느린 편이다.

◆임원으로 재직 중인 3세 5년 새 6명→12명...15명 중 3명은 한 차례 이상 승진
지난 5년 사이 3세들의 회사 내 입지도 눈에 띄게 커졌다. 현재 경영에 참여 중인 3세 15명 중 12명이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2019년 말에는 임원으로 재직 중인 3세가 6명이었다. 15명 중 13명은 지난 5년 사이 한 차례 이상 승진했다.
허영인 회장의 나이가 70대 중반을 넘어선 SPC는 후계수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허 회장 장남 허진수 사장은 파리크라상 대표로서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사업을 이끌고 있다. 5년 전 글로벌BU장(부사장)에서 직위가 한 계단 올랐고 그룹에서의 책임감도 커졌다.
차남 허희수 부사장도 2021년 11월 그룹의 IT서비스 및 디지털마케팅을 총괄하는 섹타나인 책임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2022년부터는 배스킨라빈스의 비알코리아 전략총괄임원도 겸직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회장이 그룹총괄을 맡고 있고 박태영(47) 사장이 국내사업, 박재홍(43) 부사장은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20년 말 나란히 승진했다.
대상의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부사장도 5년 전에는 전무였으나 한 차례씩 승진했다. 임 부회장은 마케팅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임 부사장은 전략담당으로서 ‘K-김치’ 글로벌화 작업을 이끌고 있다.
동서 김종희 부사장도 5년 사이 전무에서 직위가 올랐다. 현재 경영전반에서 업무를 맡고 있으며 특히 캡슐커피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은정‧정민 씨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농심 신상열 전무는 2019년 3월 사원으로 입사해 2021년 말 임원(상무)이 됐다. 이후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했다.
삼양식품 전병우 상무는 2020년 말 이사로 승진했고, 2023년 10월에 상무가 됐다. 농심 신수정 상무는 2024년 말 임원인사에서 승진했다.
오리온 담경선(40) 오리온재단 이사는 재단 과장에서 2021년 등기이사가 됐다. 담서원(36) 상무는 2021년 7월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2022년 말 상무가 됐고, 지난해 말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풀무원 남성윤(47) 미국법인 영업본부장은 아직까지 임원 직위에 오르진 못했다. 다만 5년 전 풀무원USA 마케팅 팀장에서 직위는 올랐다. 임세령 부회장, 허진수 대표와 동갑내기지만 회사 내 입지는 상대적으로 낮다.
창업주 남승우 회장이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 함윤식(34) 차장과 함연지(33) 사원은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갓 시작했다.

10대 식품사 회장님 직계 일가 47명의 보유 주식가치는 10조 원을 넘어섰다. 5년 사이 116%나 늘었다. 증가액은 5조8478억 원이다.
주식가치 순위 1~3위는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이 대히트를 치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삼양식품 오너 일가가 차지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주식가치가 2조3095억 원으로 가장 많다. 삼양식품 주가가 2019년 말 9만 원에서 9배 이상 오르면서 주식가치가 18배가량 늘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지분 34.92%를 보유한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 최대주주다. 32% 지분을 지녔다. 삼양식품 주식도 4.33% 보유했다.
김 부회장의 보유 주식가치는 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 평가액이 2조345억 원, 삼양식품 주식이 3021억 원 등이다.
김 부회장 장남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과 부친인 전인장(62) 전 회장도 1조 원 이상이다. 주식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오너 일가는 이들 3명이 전부다.
이들 3명이 10대 식품사 직계 일가 주식가치 증가분의 82.7%를 차지한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7733억 원)과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5198억 원)은 4, 5위다.
동서식품 창업 2세로 형제인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71) 전 회장이 4500억 원 이상의 주식자산을 보유했다. 동생인 김석수 전 회장의 평가액이 340억 원가량 더 많다.
이어 함영준 오뚜기 회장, 김상헌 회장 장남인 김종희 동서식품 부사장, 남승우 풀무원 창업주 등이 주식가치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톱10 평가액 마지노선은 3400억 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