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이 공을 들였던 대표적 사안으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지난해부터 목소리를 냈던 상법개정안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내세운 '밸류업 정책' △부동산PF 연착륙 등이 있다.
이 원장은 탄핵정국 이후 입지가 좁아진 상태에서도 이와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거나, 해외출장에 나서는 등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진척상황은 사안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야당의 반대로 좌초돼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뱐면, 부동산PF는 상당히 진척을 보여 순조롭게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 원장이 막판까지 챙기고 있는 밸류업은 진도가 더딘 편이다.

◆ 여야 모두에게 화살 돌린 상법개정안 표류..."당리당략 버리자" 목소리
최근 가장 큰 쟁점이었던 '상법 개정안' 추진은 표류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초부터 상장사에 소액주주 보호 의무를 지우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목소리를 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얼마 전에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정부 재의요구권 행사를 두고 '직을 걸겠다'고 반대하면서 정부·여당과 노선을 달리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 원장의 거취 여부로 이어지는 후폭풍을 맞았다.
지난 10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을 저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재표결에 부치지 않고 차기 대통령이 거부권을 철회한 뒤 공포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대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면서 결과적으로 상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 여야 모두에게 화살을 돌렸다.
특히 이 날 이 원장은 "주주이익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핵심과제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다"면서 "당리당략,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접어두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입법이 조속하게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는 등 무반응에 나섰고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상법 개정안 논란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분위기다.
◆밸류업 금융사 참여 저조로 속도 못내..."밸류업 추진 마지막 기회" 금융계에 당부
이 원장이 의욕적으로 내세운 '밸류업' 정책도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 차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내세운 정책이지만 이 원장은 해외 IR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금융투자업계와 공개 토론회도 수 차례 개최하는 등 '밸류업 전도사' 역할을 자처해왔다.
지난 2월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 원장은 "이번 밸류업 정책 추진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절박함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면서 "증시 활성화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자본시장 발전의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고 밸류업 정책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밸류업 공시'의 경우 지난 3월 말 기준 참여 상장기업이 131곳으로 전체 상장사의 약 5%에 그치고 있다. 특히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상장사 중 절반 가량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지만 삼성전자, 네이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3곳이 여전히 참여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와 일부 증권·보험사들이 참여했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 삼성증권 등 일부 대형 증권사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3곳만 공시하며 참여가 저조하다.
더욱이 밸류업 공시를 낸 상장사들의 경우 대부분 주주환원율 확대에만 집중하면서 금융당국이 기대했던 지배구조 개편 등의 성과도 아직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밸류업 정책이 차기 정부에서도 다른 형태라도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상장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최고의 밸류업은 결국 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주들에게 이익이 환원되는 구조이지만 현 밸류업 정책은 실적 기반이 빠진 주주환원만 강조된 모습"이라며 "비록 초기이긴하나 밸류업 공시 등 정책 협조에 상장사들이 미온적인 원인을 분석해야한다"고 말했다.
◆부동산PF 부실사업장 정리 순항...임기말까지 해외출장 광폭 행보 예정
다만 부동산PF 구조조정은 성과를 내면서 순항 중이다. 그는 부동산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과 정상 사업장에 대한 자금유도 지원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등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월 PF 사업장 매매 활성화를 위한 경·공매 플랫폼을 구축해 PF 정리 및 재구조화를 위한 사업장 정리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플랫폼에 공개된 사업장은 384곳, 금융권 익스포저는 6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 원장은 지난 3일 열린 부동산 신용집중 현황과 문제점과 개선방안 컨퍼런스를 통해 "부동산PF 쏠림 문제와 관련해 건전성 관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올해 상반기 중이나 늦더라도 올해 안에 방향성을 잡겠다"며 부동산PF 건전성 관리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 원장은 최근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까지 각 업권 별 CEO 간담회를 마친데 이어 해외 출장을 진행하는 등 임기 말까지 광폭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이 원장은 14일과 15일 양 일에 걸쳐 홍콩 및 중국 베이징 출장에 나선데 이어 5월에는 스위스 바젤 출장도 예정되어있다.
홍콩 출장에서는 현지 투자자 간담회를 통해 'K-밸류업' 행보를 지속하는 한편 중국 베이징에서는 중국 국가금융관리총국 총국장 등 현지 금융당국자들을 만나 금융감독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