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로 살아남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가족 업무가 다시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되고 '여성부'로 축소돼 여성부 출범 당시의 '초미니 부처'로 회귀하는 것이어서 '상징적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성부.여성계 "황당" = 이날 오전 정치권이 여성부 존치로 '극적 타결'을 이룰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직 회생에 기대를 걸었던 여성가족부는 여성부로 축소해 존치하는 최종안이 나오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건복지부와의 통폐합보다는 협상력이 없는 위원회로의 전환을 우려해왔던 여성부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부처로 살아남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존치'를 전제로 했을 때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했다.
여성가족부로 확대개편되면서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는데 핵심적인 뒷받침이 되는 보육과 가족정책에 힘을 쏟아왔던만큼 여성가족부가 느끼는 박탈감은 크다.
'축소 존치안'이 확정된 뒤 소집된 간부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애(보육.가족정책) 잘 키워 남줬다'는 말도 나왔다. 걱정만 오갔지 무슨 할 얘기가 있었겠냐"며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여성계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가 뜻밖의 상황을 접하고 의견 모으기에 분주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일단 존치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보육 업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또다른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성계는 저출산 문제 등 여성 문제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보육.가족 정책에 성(性)인지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며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 관계자는 또 "초미니 부처로 격하되면 다른 여성 정책을 추진하는데도 운신의 폭이 줄고 그저 상징적인 의미로만 남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하면서도 "내부 논의가 필요해 즉각적인 대응은 어렵다"고 밝혔다.
◇'초미니 부처'로 회귀 = 지난 2001년 직원 102명의 초미니 부처로 출범한 여성부는 2005년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됐다가, 3년이 채 못 돼 가족 업무를 다시 떼어 내고 여성부로 '회귀'하게 된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2본부.3국.2관 187명으로 가장 작은 부처다.
여기서 주요 업무였던 보육과 가족 정책을 이관하면 2개 '국'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다시 출범 초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남는 것은 양성평등과 여성인력개발, 권익증진 업무에 불과하다.
대통령선거 전 청소년 업무 등 다른 연관 업무를 끌어모아 가족복지 기능을 강화하길 기대해 왔던 여성부로서는 힘이 빠지는 얘기다.
여성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름만 부처지 위원회와 다를 바가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격한 대치 끝에 타결된 합의 사항인만큼 번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여성부로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국무총리실에서 진행하던 인사청문회 준비와 미뤄뒀던 업무보고 등 부처로서 새 장관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