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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달던 나는 '쓰레기'” 참회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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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달던 나는 '쓰레기'” 참회의 눈물
  • 헤럴드경제 www.heraldbiz.com
  • 승인 2007.03.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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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을 달던 나는 ‘쓰레기’였습니다.
이제 쓰레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 사법처리 직전까지 몰렸던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가 스스로의 잘못을 참회하며 피해자에게 보냈던 반성문을 공개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일 네이버의 ‘댓글 리노베이션’ 카페에 올려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반성문에는 평범하고 건강했던 20대 청년 A씨가 자신도 모르게 ‘비열한 악플러’로 변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A씨는 피해자 B씨가 고소를 취하해주자 눈물로 반성문을 썼다고 했다.

B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찰의 얘기에 취하해줬다”며 “한 사람을 벌하느니 기회를 줘서 다른 악플러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복무를 마친 지 6개월 된 취업준비생 A씨는 힘든 2년 동안의 군생활에서도 후임병에게 욕 한번 하지 않았던 선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군대 말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로 인해 어려워진 가정형편,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압박 때문에 조금씩 익명의 바다에 빠졌다고 반성문에서 고백했다.

그는 “댓글은 유일한 해방구였다”며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연예인과 관련된 기사에 예외없이 육두문자를 달았고, 싫어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도 ‘섬뜩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를 나쁘게 평가한 네티즌에게는 메일까지 보내 괴롭히는 집요함을 보였다.

그는 그러나 “악플을 달 때 어떤 도덕적 죄책감이나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27일 자신이 재미없게 본 영화에 호평을 한 B씨의 글을 보고 집중적인 악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영화 보다 잤냐’ ‘초등학생 아니냐’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자 B씨도 ‘신고하겠다’며 댓글을 달았고 그는 더욱 신이 나서 악플에 매달렸다.

급기야 B씨에게 메일을 보내 ‘신고하면 밤길에 아무도 모르게 다칠 수 있다’며 협박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것. 결국 A씨는 며칠 뒤 B씨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다.

그는 “후회하면 너무 늦는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며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한 욕설을 형사의 입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 정말 그 자리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 풀자고 험한 글을 주고 받으면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 받고는 했는데 ‘참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괴감이 들어 포털사이트에서 당일 탈퇴했으며 취업이 결정되기 전까지 인터넷을 해지하기로 했다.

대신 그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친구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반성문이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에 어떠한 형태로 게재되거나 유포되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다른 악플러에게도 ‘타산지석’이 되고자 하는 뜻을 비쳤다.

그의 반성문에 대해 네티즌 안승진 씨는 “뭐라고 글을 남길 수 없지만 힘내세요”라고 했고, 신호열 씨도 “참 기분이 좋은 글이네요. 온라인상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오프라인상으로 많이 활동하면 자연스럽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임진택 기자(taek@heraldm.com)

출처: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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