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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섹슈얼' 인민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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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섹슈얼' 인민공화국(?)
  • 연합뉴스 j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7.03.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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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국에서 미국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수영복 특집판이 처음으로 가판대에 진열되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잡지를 구하기 위해 글자 그대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중국에서 발행되는 남성잡지 '포 힘 매거진'은 2월호에서 '입은 것도 아니고 안 입은 것도 아닌' 옷차림을 한 인기가수 '아 듀오'의 사진들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5일자에서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들며 정부의 매체에 대한 통제가 여전하고 특히 도색 매체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중국 사회에서 '섹스 어필' 이미지들이 점점 주류 매체에 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5년 전에만 해도 조금만 노출이 심해 보이는 모델의 사진이 들어간 매체들은 여지없이 검열관의 가위질을 당해야 했으며 공항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예술작품'이나 성교육 서적에서만 '벗은 몸'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에서 팔리는 남성잡지에도 '5분 안에 끝내는 방법' 같은 기사가 실리는 '섹슈얼 혁명'이 벌어진 것.

한술 더떠서 중국 웹사이트들에서는 '야한' 영상이나 사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사회문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고 시민 개개인에 대한 정부 통제는 완화되면서 성을 상품화하는 내용의 이미지가 각종 매체에 점점 더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의 개인적인 생활이 그동안 정부나 고용주, 부모 등에 의해 통제를 받아 왔었지만 도시화가 이뤄지고 이동 가능한 범위가 확대되며 특히 인터넷이 등장하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포 힘 매거진' 중국판의 재키 진 편집장은 정부 당국으로부터 여러번 지적을 받았음을 시인하면서도 자신들이 "중국 남성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대중문화분야 저술가 자 지앤잉 역시 "청교도적 관념이나 마오쩌둥주의에 지배당하던 사회가 성적으로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분명 건강한 현상이며 한쪽 끝에서 다른쪽으로 추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베이징 런민대학 사회학과의 판 수이밍 교수는 "그런 잡지들이 인기를 얻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시장"이라며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외국 기업들이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인 성적 도구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적인 것을 대하는 여성들의 태도가 바뀐 것도 전반적인 문화 변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상하이 푸단대학 사회학과의 시에 시아링 교수는 "사람은 부끄러운 감정을 가질 줄 알아야 하는데 지금은 품위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현재의 풍조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시에 교수는 공공 장소에서 노출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IHT는 중국이 세계에서 성인용품을 가장 많이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과 지난해 말 콘돔 상자에 마오쩌둥(毛澤東)의 사진을 그려넣어 팔던 상인이 결국 정부의 규제로 판매를 못하게 됐다는 점을 중국 성담론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특징적인 사건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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