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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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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걸스나잇’의 아니타, 김수정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6.18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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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에 죽은 친구 샤론이 남기고 간 딸의 약혼 파티를 위해, 마흔 살이 된 친구들이 가라오케에 모였다. 그 안에서 과거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단락마다 각자의 삶을 보여준다. 시원한 팝과 웃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뮤지컬 ‘걸스나잇’에는 다섯 명의 화끈한 아줌마들이 있다. 그 개성 있는 아줌마들 중 한 사람. 아니타의 김수정을 만났다. 웬걸, 아줌마는 어디에 있고, 20대로 보이는 예쁜 배우님 한 분이 앉아있다.

아니타에게 듣는 뮤지컬 ‘걸스나잇’

“그 친구들 하나하나가 주변에 있는 40대 여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극 속 캐릭터들에게 자연스럽게 ‘친구’라는 호칭이 나온다. 그는 무대 아래에서도 아니타로 숨을 쉬는 것일까. “리자는 아빠가 바람이 나서 자신을 떠났기 때문에 남편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불안해해요. 캐롤은 어릴 시절 방탕한 생활 속에서 낙태를 경험하는데, 그때의 상처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결국 두 번의 실패를 하죠. 그런 친구들이 서로 도닥여주는 이야기에요. 힘든 일이 있었던 관객들, 혹은 어려울 때 친구들로부터 힘을 얻은 관객들은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배역인 아니타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아니타는 엄마가 우울증이었고 그 영향으로 자신도 우울증을 겪어요. 이 때문에 왕따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좋은 남편을 만나서 사랑을 받죠. 아직 치유되지는 않았지만, 네 친구와 남편 속에서 조금씩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해요. 우울증이라고 해서 축 처진 느낌의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고, 독특하고 수다스러운 감초 같은 캐릭터죠.”

웃음으로 전달하고 싶은 소망, 더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기.

‘걸스나잇’으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자, 통쾌한 웃음 속에 담아 놓은 진지함을 기꺼이 꺼내준다. “‘걸스나잇’에서 삶에 대한 큰 철학을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또, 공연을 보면 상처가 치유될 거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구요. 그냥 공연을 보면서 우리 모두 조금씩 행복해지기 위해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걸스나잇’의 친구들은 과거의 상처들을 서로 소통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해소가 되기도 하죠. 샤론이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해요. ‘나는 이렇게 멈춰 있는데, 너희는 조금씩 전진해가면서 살고 있구나.’라구요. 주변 사람들과의 수다 속에서 힘을 얻으며, 과거보다 좀 더 나은 미래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 너무 솔직한 성적 농담들에 깜짝 놀랐다고 말하자 들려준 대답 속에서는, 작품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를 볼 수 있었다. “40대에 들어선 정말 친한 여자들의 모습을, 공감할 수 있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성적인 농담과 수다를 보며 관객들이 ‘저거 우리 모습인데?’라고 생각해주시면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그런 공감이 있어야, 앞서 말한 ‘그래, 나도 저런 모습이 있었지. 과거와 오늘이 큰 차이는 없지만 내일은 더 행복해지겠지?’ 그런 감정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겠죠.” 그녀들이 얼굴을 붉히지도 않고 큰소리로 섹스를 이야기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뮤지컬 배우 김수정, ‘걸스나잇’을 만나다.

‘걸스나잇’을 보면, 이름만 들으면 딱 알만한 배우들이 아닌데도 너무나도 풍부한 가창력에 깜짝 놀란다. 이전에 걸어온 길을 들으니, 이 배우의 끼가 어디서 온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요. 서울예전 방송연예과에서 연기를 전공했는데, 동아리에서 음악 활동도 많이 했고, 리포터나 성우도 해봤어요. 20대부터는 음악을 계속 했어요. 방송 활동, CCM 코러스를 하면서 음반도 냈구요. 23살 때부터니까 한 10년 이상 활동을 했네요.” 그와 뮤지컬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일까. “99년도에 창작 힙합 작품으로 ‘백댄서’라는 공연이 있었는데 그게 뮤지컬 배우로서는 첫 무대였어요. ‘해피대디’, ‘우리 동네’등 뮤지컬만 한지도 꽤 되가네요. ‘우리동네’는 음악적으로 클래식한데, 이번에는 팝적인 작품을 맡았어요. 보컬로서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우리 동네’와 함께 하면서 개인적으로 직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는 그의 다음 행보는 바로 ‘걸스나잇’이었다. “이 일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각오로 오디션을 봤어요. 여배우로서 30대를 맞이하면서, 마냥 예쁜 역할이 아닌 자기의 캐릭터를 제대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중 만난 ‘걸스나잇’은 20대를 넘긴 배우가 즐겁게 도전해 볼만한 작품이었어요. 게다가 전 집에 딸만 넷이거든요. 결혼하고, 애 낳고, 수다 떨기 같은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어요. 지원할 때,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아줌마 얘기를 조언해 줄 사람이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단번에 대답했죠. ‘물론 충분하죠.’ 잘 할 수 있는 작품이라, 7월에 계약하고 공연까지 6개월을 기다렸어요.” 많은 길들을 걸어오며 탄탄히 쌓은 기량 위에, 시간이 더해져 더욱 깊이 있어진 그는 이제 정말 ‘뮤지컬 배우’로 빛을 낼 준비를 마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걸스나잇’의 뮤지컬 넘버는 시원하고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하고, 캐릭터의 색깔도 잘 반영되어 있다. 이는 수개월 동안 기량을 쌓고, 배우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한 보컬트레이닝의 결과로 보인다. 뮤지컬 넘버이야기를 꺼내자, 이번 공연의 음악적 표현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음악적으로 욕심을 내서 불렀다기보다는 캐릭터를 살리는데 중점을 뒀어요. 제가 부르는 세 곡이 다 장르가 다른데, 원래는 장르에 맡게 부르는 걸 좋아해요. 더 흉성을 써서 블루스 느낌을 살릴 수도 있었죠. 그렇지만 아니타로서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귀엽게 콧소리를 내며, 연기하듯이 부르려고 노력했죠. 가라오케에서 놀다가 노래를 부르는 거잖아요. 아니타가 물론 가수처럼 노래를 잘 할 수도 있겠지만요. (웃음) 처음 배우들은 배역이 없었는데, 전반적으로 캐릭터에 맞게 목소리 캐스팅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전 원래 소리가 맑은 편이라 아니타 역할을 맡겨야겠다고 생각하시며 뽑았다고 하시더라구요.” 어떠한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출 선생님과 캐릭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캐릭터 구축을 하는 데만 한두 달을 연습했을 정도니까요. 앞으로 어느 작품을 맡아도, 캐릭터가 분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무대에서도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관객의 기억에 남을 수 있게요.”

아직도 이 깊이 있는 배우를 떠올리면, 함께 이야기한 사람이 뮤지컬 ‘걸스나잇’에서 본 수다스럽고 귀여운, 그래서 다소 방정맞기까지 한 아니타인지 궁금해진다. 그의 속에는 또 어떤 캐릭터 들이 숨 쉬고 있을까.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가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배우이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게 된다. 

[뉴스테이지=백수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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