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파손물품 배달,무조건 소비자 잘못"
상태바
"파손물품 배달,무조건 소비자 잘못"
택배기사는 던져 놓고 사라져..판매자는 "왜 우리에게 따져"
  • 이진아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8.25 0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진아 기자] 배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파손의 책임 및 배상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택배업체와 소비자간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품의 파손이나 결함을 발견해도 책임소재를 밝히기 쉽지 않다. 파손이나 결함이 애초 판매자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택배 중에 발생했는지, 아니면 이후 관리사무소등의 보관소홀 인지 가릴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수하물을 제 3자가 대신 수령하는 경우가 많고 직접 수령을 하더라도 택배기사가 있는 자리에서 곧바로 제품 상태를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촌각을 다투는 택배기사들이 수하물을 인도하면 쏜살같이 사라져버리기 때문.

더욱이 포장박스에 손상 없이 내용물만 파손되거나, 소비자가 물품인수장에 서명을 했을 경우 배상을 받기란 더욱 어렵다.

소비자피해분쟁기준에 따르면 운송과정에서 제품 파손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물품 파손의 책임 여부는 운송자와 판매자 양당사자들이 규명해야 할 문제이며 소비자는 이에 상관없이 판매처 또는 제조사로부터 신제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

하지만 판매업체와 배송업체 간의 책임 떠넘기기 식의 '핑퐁' 질에 소비자만 속을 태우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등의 성업으로 택배업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와의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대한통운, CJ GLS, 한진택배 등 상위 택배 3사의 택배 물량은 약 2만2천500여 박스로 지난해보다 20%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품인수 서명했지? 우린 책임 못 져!"

포항시 대곡의 정 모(남.28세)씨는 지난 7월 1일 포털사이트 가격비교를 통해 150만 원 상당의 삼성전자 에어컨을 구입했다.

지난 2일 서울에서 착불 배송된 에어컨을 사무실 직원이 수령, 수취인 서명과 함께 택배비를 지불했다. 사건은 다음날인 3일 터졌다.

설치를 위해 박스를 열어보니 에어컨의 오른쪽 측면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던 것. 즉시 택배사인  경동택배와 판매자 측에 사실을 알리고  보상을 요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정 씨는 "배송 과정에서 물건이 파손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취인 서명을 했다'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동택배 관계자는 "수취인이 서명을 하고 제품을 인수했다. 더구나 택배비까지 지불한 것으로 봐  물품을 확인하고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업소 측에 확인한 결과 배송 과정상 실수가 없었기 때문에 책임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정 씨는 제보 이후 택배사 측에서 연락이 오거나 배상문제에 대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 소송을 의뢰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 택배기사가 밖에 두고 가 비에 불어버린 테이블, 누구 책임?

경북 포항시의 진 모(여.34세)씨는 지난 6월27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조립식 테이블을 23만원에 구입했다. 개인사정으로 배송을 늦춰 7월17일에 제품을 수령키로 했으나, 당일 시간이 여의치 않아 택배기사에게 관리실에 맡겨줄 것을 요청했다.

뒤늦게 진 씨가 관리실로 제품을 가지러 가자 문밖에 세워져 비에 흠뻑 젖은 박스는 흐물흐물 모두 찢어져 있었다. 테이블 또한 상단이 물에 젖어 뒤틀리고 휘어져 있었다.

진 씨가 관리실 직원에게 제품이 왜 밖에 방치되어 있었는지 항의하자 "관리실이 복잡해 밖에 두라고 했더니, 비가 오는데 그냥 던져두고 가더라"라고 설명했다.

판매자는 관리실로 책임을 돌려고 택배기사 또한 "관리실직원의 요구대로 해줬을 뿐이니 마음대로 하라"고 배짱을 부렸다.

진 씨는 "요즘 같은 장마철에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데 제품을 밖에 뒀으면 택배기사가 빨리 찾아가라고 연락을 하던 가 관리실 측에 비를 맞으면 안 되는 제품이라고 설명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모두 책임이 없다고 떠미는데 죄 없는 소비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천일정기화물자동차 관계자는 "소비자가 판매자와 거래해 쇼핑몰에서 배송을 의뢰했기 때문에, 보상은 판매처에 청구해야한다"며 "이후 판매자가 판단해 피해보상을 택배사에 요구하면 서로 조율해 해결할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진 씨는 "판매처나 택배사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두 업체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이 와중에도 카드 결제한 할부대금은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된장 깨놓고 몰래 재포장해 배송 후 시치미!

경남 거제시의 황 모(남.32세)씨는 지난 4월 10일 직접 담근 된장 및 식료품을 대신택배 영업소를 직접 방문, 서울 처가로 보냈다. 이틀 후 황 씨의 장모는 고추장과 잼만 택배로 도착했다고 연락해 왔다. 황 씨가 택배영업소에 확인결과 운송 도중 된장을 담은 유리용기가 파손돼 임의로 재포장해 배송한 사실을 알게 됐다.

영업소 측은 "서울로 가는 차편이 없어 기계를 운반하는 화물트럭에 함께 실어 보냈는데 도중에 기계와 부딪쳐 파손됐다"고 태연하게 설명했다. 보상책임에 대한 회피로 인해 황 씨는 소비자 고발센터로 문의해 업체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대신택배 측은 "파손당시 상황을 CCTV로 확인해 보니 된장의 양이 2~3kg정도로 파악돼 5만원을 배상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기막힌 제안에 황 씨가 본사에 파손품에 대한 보상기준을 문의하자 담당자는 영업소 측과 합의만을 강조했고 한 달이 지나도록 어떤 사후 연락도 없었다.

황 씨는 "처음에 된장을 보낼 때는 스티로폼박스에 넣었는데, 장모가 받은 것은 종이상자였다"며 "제품을 파손하고 의뢰인에게 고지도 없이 재포장 배송으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신택배 관계자는 "CCTV 확인결과 터미널에서 분류하는 도중 스티로폼 박스의 하단이 갈라지면서 용기가 떨어져 깨진 것으로 밝혀졌다"며 "본사에서는 해당영업소에 배상 지시했는데 영업소와 소비자가 각각 5만원, 10만원으로 합의금액이 달라 절충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후  황 씨는 "제보이후 택배사와 합의를 거쳐 우리 쪽에서 제시한 금액을 보상받았다"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알려왔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