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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상을 17만원으로 차려?..'흥부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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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상을 17만원으로 차려?..'흥부네' 기준!
  • 이민재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10.01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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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민재 기자] 최근 대형유통업체와 정부 기관들이 발표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흥부네 가족'을 기준으로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물가를 의식한 듯 양을 너무 적게 산출함으로써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농수산물 공사는 올 추석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으로 지난해보다 5% 상승한 17만 6천원을 예상했다.

농수산물공사가 발표한 '추석 차례상' 품목별 소요량은 다음과 같다. 과일류인 사과와 배, 단감 각 5개, 나물류인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숙주, 토란국에 들어가는 깐 토란등은 각 400g, 어류인 참조기, 북어포, 명태 각 1개, 육류인 쇠고기 1kg, 돼지고기 500g, 부수적인 밀가루 3kg과 계란 한 판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 비용과 물량으로 차례상이 완성될까? 중간 크기의 참조기 하나를 4인 가족이 나눠 먹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현대판 흥부가족이 따로 없다. 400g의 나물재료는 나물 한 접시로 끝이다. 돼지고기 500g은 누구 코에 붙일지가 걱정이다. 한 근도 못 되는 500g을 사는 주부가 있을까? 제사나 차례상에 거의 빠지지 않는 닭도 포함되지 않았다.

전은 보통 가정에서 4~5가지를 준비한다. 삼색전에 명태전, 두부전은 필수로 하고 있다. 그러나 농수산물 공사의 차례상 품목에 오른 전은 가장 가격이 싼 호박전 딱 1가지뿐이다. 호박전 하나 놓고 지내는 차례상은 상상이 어렵다.

한 대형마트의 주부 영업사원에게 농수산물공사의 '추석 차례상' 품목과 비용 소요량이 적힌 표를 보여주며 4인 가족이 먹기에 적당한 양인가를 물었다. 대답은 "한 끼 정도 식사는 가능하지만 차례상으로는 너무 초라하다"고 평가했다.

25년 차의 베테랑 주부 조 모(여.55) 씨는 "1년에 제사만 4번, 설. 추석 명절 합쳐서 6번의 전통상을 차리는데 이런 단출한 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닭찜도 없이 조기 한 마리 달랑 올려진 썰렁한 차례상을 어떻게 조상님께 올리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명절이니만큼 가족 친지들과 함께 넉넉히 나눠 먹으려면 이보다 2배의 비용은 소요된다"고 말했다.

실제 차례상 대행업체가 맞춤 차례상으로 판매하는 표준형 차례상(20만 원)에도 조기는 3마리 닭은 1마리가 포함돼 있다.

이같은 산출량과 가격에 대해 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과거 농림수산부에서 제시한 최소한의 기준에 근거해 작성했으며 가락시장 소매상들이 판매하는 중품 품질의 품목을 기준으로 잡았다"며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농수산물공사가 발표한 추석 차례상 품목별 비용 및 소요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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