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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없어~짜집기 해"..60만원짜리 새 양복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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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없어~짜집기 해"..60만원짜리 새 양복의 '굴욕'
  • 박한나 기자 hn10sk@csnews.co.kr
  • 승인 2010.04.0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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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한나 기자] 새옷을 팔고 여분의 원단을 준비하지 않는 의류업체 때문에 소비자들이 수선을 받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부품 보유기간을 정하고 있는 가전이나 자동차와 달리 옷에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서울 장위동의 채승병(남.30세) 씨는 작년 11월경 롯데 미아점에서 남성 정장을 6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바지 밑단에 10원 크기의 구멍을 발견하고 수선을 의뢰했다.

백화점 직원은 본사에 보내 짜깁기나 판갈이를 하면 수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채 씨는 수선한 티가 나지 않게 판갈이를 요청했다.


그러나 며칠 뒤 백화점 직원은 ‘본사에 원단이 없어서 판갈이가 안된다’며 짜집기를 해주겠다고 연락해왔다.

채 씨는 “구입한지 6개월도 안된 정장에 여분의 원단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세트 정장인데 바지가 상하면 옷을 아예 못입게 되는 거 아니냐”고 항의하며 짜깁기 수선을 거부했다. 이후 업체는 더 이상 해줄게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채 씨는 옷을 입지도 못하고 분통만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정장 제조업체 관계자는 “다른 의류업체들도 원단을 많이 비축하지 않고 있으며 원단이 없으면 판갈이가 힘든 게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한국소비자원에도 이를 문의했지만, 원단이 없어서 판갈이를 해주지 않는 게 잘못됐다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상가로 구입한 고객에 비해 세일 상품을 구입한 고객은 AS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비축한 원단이 대개 구입한 순서대로 소진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만약 업체 원단 불량으로 판단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업체에서 원단의 마모강도 테스트 등 검수를 마친 제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취재 결과 이같은 상황은 다른 의류업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정장의 경우 원단이 없으면 자수를 놓는 방법으로라도 수선해주지만, 남성 정장은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는 것. 특히 100% 순모 남성 정장은 '울 짜집기' 방법으로 수선이 가능하지만 대다수 남성 정장은 실크와 울을 섞은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4~5cm 이상의 손상은 짜깁기 수선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결국 소비자로서는 원단 재고가 충분하냐는 질문까지 던져가며 구매를 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채 씨 같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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