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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뜯으래서 뜯었더니 "환불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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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뜯으래서 뜯었더니 "환불 안돼!"
  • 박한나 기자 hn10sk@csnews.co.kr
  • 승인 2010.05.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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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한나 기자] 소비자가 화장품을 개봉하거나 개봉을 하지 않았더라도 냉장보관한 화장품은 환불이 어려워 구매시 소비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반면, 화장품을 판매한 직원이 소비자의 동의 없이 제품을 개봉하거나 임의로 보관했다면 거래를 철회할 수 있다.

한 피부관리업체가 이같은 규정을 이용해 소비자가 화장품을 개봉하도록 유도한 뒤 환불을 거부해 원성을 샀다.

수원시 천천동의 김 모(여) 씨는 지난 3월 온라인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전화와 함께 무료 피부관리를 해준다는 내용을 듣고 압구정의 한 피부관리실을 찾았다.

그곳에선 무료로 피부관리서비스를 해준 뒤 421만6천원짜리 프랑스 수입 화장품 세트를 소개했다. 화장품을 구입하면 피부관리서비스, 경락 관리, 튼살관리 등 고가의 피부관리실 서비스가 2년간 40회 무료로 제공되는 조건이었다.

1시간 넘게 직원과 상담한 끝에 김 씨는 12개월 할부로 카드 결제를 했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 과정에서 김 씨는 종이 케이스에 들어있는 화장품을 꺼내 확인해보고 화장품은 피부관리실에서 보관한다는 조건에 동의했다. 화장품을 판매한 직원은 이에 동의하면 계약 취소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집에 온 김 씨는 충동적으로 고가의 화장품을 구매한 것을 후회했다.

계약한 날로부터 일주일 뒤, 김 씨가 업체에 계약 취소를 요청했지만 피부관리실 측은 이미 고객이 직접 제품을 개봉했고 냉동, 냉장 보관중이라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화장품을 개봉하면 내용물이 산화되고 얼린 제품은 재판매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김 씨가 피부관리를 목적으로 계약한 것이 아니라, 화장품만 구매한 것이고 기타 관리는 무상 서비스로 계약했기 때문에 구입금액의 부분 환불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약관에는 소비자가 상품을 받고 7일 이내 계약을 철회할 수 있지만, 고객이 직접 개봉해 상품이 훼손되거나 상품의 일부를 사용한 경우, 고객 동의 하에 판매자가 제품을 개봉해 보관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돼 있었다.

김 씨는 개봉을 유도한 건 업체직원이라며 억울해했다.

김 씨는 결국 피부관리실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김 씨는 “피부관리실 판매자가 청약철회를 방해하기 위해서 포장을 뜯도록 한 것으로 직접적인 제품 훼손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체가 거래 책임을 소비자에게 다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고객 동의하에 판매자가 개봉을 할 수 있다’는 해당 업체 약관에 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개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수정을 지시한 것. 또한 해당 업체가 제품을 냉장보관할 때 계약 취소가 안되는 이유를 약관에 추가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약관 시정과 김 씨의 환불 요구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어서 김 씨의 피해구제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해당 피부관리실 관계자는 “화장품이 고가이다 보니 다른 소비자와의 분쟁이 많았다. 하지만 소비자보호법을 악용하는 일부 소비자들도 있다”며 이번 사례는 환불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고객이 피부관리실을 방문해 서비스를 받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김 씨는 민사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피부관리실 측은 구입한 화장품을 다른 사람에게 이양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마저도 김 씨로서는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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