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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배설의 욕구도 참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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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배설의 욕구도 참아라?"
<유태현의 '유럽돋보기'-3>'공짜' 화장실천국 한국과 대조적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1.23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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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여행할 때 정말로 짜증나는 곳이 화장실이다. 짜증 정도가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화장실이 지저분해서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화장실 천국이고, 유럽은 지옥이다.

    유럽의 화장실은 유리처럼 반들반들하게 닦아 놓아 위생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 짜증은 돈을 내야 한다는 데 있다. 지난 15일 독일 4대 도시인 쾰른의 기차 역사. 유럽의 심장부로 하루에도 수백편의 열차가 운행된다. 이 웅장한 역사의 귀퉁이에 있는 작은 화장실에 들어가기 위해 70센트를 냈다. 우리나라 돈으로 900원 정도다.

    그래도 이곳은 요금이 싼 화장실이다. 같은 날 오후 뒤셀도르프 시내 기차역에 있는 화장실 입구에는 1.5유로(약 1930원)라는 요금이 붙어 있었다. 볼 일이 워낙 급해 얼른 들어갔다. 아무리 둘러봐도 소변기가 없었다.

    여자 화장실로 잘못 들어오지 않았나 하며 두리번 거릴 때 ‘큰 일’을 보는 화장실에서 남자가 튀어 나왔다. 알고 보니 대변은 1.5유로, 소변은 1유로인데, 너무 급해 비싼 곳으로 잘못 들어가 바가지를 썼다.

    여행자들의 경우 대다수가 수중에 잔돈이 없을 때가 많다. 큰 지폐를 내면 거스름돈이 없다며 ‘입장’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어디 기차역뿐이랴. 백화점 화장실도 유료가 많다.

    수천 유로 어치의 쇼핑을 해도 지하 화장실에 가면 어김없이 돈을 내야한다. 무조건 공짜인 한국의 화장실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로선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다.

    유료라고 화장실이 많은 것도 아니다. 백화점이나 역사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그마나 있지만 ‘시장 경제 원리’상 수익이 나기 어려운 곳엔 그조차도 거의 없다.

    어디 근교에 나가거나 작은 가게들만 있는 거리를 걷게 되면 화장실 공포에 떨게 된다. 공항 등 극히 일부에 무료 화장실이 있지만 숫자가 인색하기 그지없다.

    지난 25일 프랑크프루트 공항. 수화물대 부근 여자 화장실에는 변기가 달랑 3개뿐이었다. 그나마 한 개는 고장으로 폐쇄됐다.

    그러다 보니 짐 찾는 승객이 몰리면 화장실 앞에서 수화물대 부근까지 장사진을 치고 기다려야 했다.

    화장실 사정 때문에 유럽에선 물 마시기도 두렵다.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하다고 하는데 유럽에선 목이 팍팍한 채로 그냥 다닌다. 유럽사람들은 이런 환경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수수께끼다. 특히 맥주를 많이 마시는 독일 사람들이.

    독일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학생은 이렇게 설명한다. “독일 사람들은 낮엔 가급적 물을 마시지 않고 오래 참는 훈련이 잘 돼 있다.”

    독일뿐만이 아니다. 파리 런던 취리히, 암스테르담, 로마 등 거의 모든 곳의 상황이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렇지, 어디 참을 것이 따로 있지.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적어도 2ℓ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2ℓ가 들어가면 2ℓ가 빠져 나오는 게 정상적인 몸이다. 역시 우리나라가 좋다. 화장실 천국이다. 유럽 출장이나 여행을 떠날 때면 전날 밤 어김없이 화장실 꿈을 꿀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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