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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바냐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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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바냐 아저씨’
'그 때는 모든 것이 평화로울 거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5.1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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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자가 떠나고 홀로 빈 방에 남은 한 여인. 그녀는 떠난 그를 기억하기 위해 그와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환상에 잠긴다. 빗방울 소리와 멀어지는 말발굽 소리, 덜컹거리는 문소리는 고요함 속에 점점 더 짙어 진다. 애써 더 용감해야 해야 하는 현실에서 여성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 버린 소냐. 그녀는 사랑하는 미하일을 향한 구애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만 같다.


삶이 무료하다는 그녀의 의붓엄마 엘레나가 등장한다. 그녀는 젊고 예쁘다. 소냐는 시골에서 엘레나는 도시에서, 이 둘은 서로 너무 다르게 살아왔다. 엘레나는 늘 남자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녀가 늙은 알렉산드르와 결혼한 것을 사람들은 의아하게 여긴다.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들을 터놓고 대화한다. 그리고 서로를 극적으로 끌어안는다.


그 둘은 함께 대화를 시도하지만 실은 각자 자신의 사연에 집중하고 있다. 그들의 벽은 허물수록 더욱 두텁고 한데 섞일수록 부조화를 이룬다. 깊은 밤과 비와 침묵은 다시 생각해보면 무료했던 일상, 무료한 지금에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내면이 여지없이 드러내 보인다.


연극 ‘바냐아저씨’는 사람과 사람간의 영역, 즉 관계성을 내제한다. 무대 위 인물들은 자신의 영역을 침묵과 긍정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나간다. 이것은 극의 초미부터 말미까지 극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 무대의 인물들은 모두 뭔가를 갈구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대화는 오간다기 보다 공중으로 맴돈다.


순수하고 순조로운 농가의 일상에 알렉산드르와 그의 아내 엘레나의 투입은 그 파장이 조용하고도 치명적이었다. 예기잖게 바냐와 소냐의 마음의 영역을 그들에게 내어주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결국 그것은 극적 갈등으로 불거진다.


바냐는 그 갈등의 축에 섰다. 사랑하는 여인 엘레나에게 받은 상실감과 두더지처럼 일해서 지켜온 삶의 터전의 이전을 거론하는 엘레나의 남편 알렉산드르. 두 가지 엇갈린 현실이 코  앞에 나타났을 때, 그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는 자제력을 상실하고 알렉산드르에게 총을 겨누는 데까지 도달한다. 하지만 이 역시 불발이 되고 만다.


‘당신의 열정과 추진력도 좋소. 하지만 일을 해야 하오….’
알렉산드르가 바냐의 집을 떠나기 전 미하일에게 남긴 말이다. 알렉산드르는 아내와 미하일의 은밀한 관계를 목격하고도 담담하게 말한다. ‘일을 해야 하오.’ 늙고 병들은 자신에 대해 경멸감과 무료함을 표시해왔던 그의 말은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인생들의 쓸쓸함과 함께 작은 희망을 드러낸다.


알렉산드르와 엘레나가 떠난 바냐의 집은 고요하다.  “우리가 언제 쉴 수 있을까? 쉴 수 있다면 생을 마감할 때겠지. 그 때는 모든 것이 평화로울 거다.” 늙은 유모 마리나와 쩰레긴의 말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자살을 결심한 바냐에게 소냐는 “살아야 한다. 참을성 있게 운명이 우리에게 준 시련을 견디면…지금의 불행을 감동과 미소로 돌아다보면서 쉬게 될 것이다”며 그를 위로한다.


바냐는 현실로 돌아와 다시 그의 일을 시작한다. 그들은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공연 내내 공중에 떠있던 건초들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며 모든 갈등은 이내 잠잠해진다. 연극 ‘바냐 아저씨’는 8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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