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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옷은 소비자 과실?.."의류심의 도움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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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옷은 소비자 과실?.."의류심의 도움 안 되네"
  • 박한나 기자 hn10sk@csnews.co.kr
  • 승인 2010.05.18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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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한나 기자] 산지 얼마 안 된 새옷이 찢어지면 소비자는 당연히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증빙하기가 어려워 보상이 쉽지 않다.

이를 판정하기 위해 소비자단체 등에 심의를 의뢰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 결과가 일정치 않아 실제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업체들이 이같은 점을 악용해 여러 곳에 심의를 의뢰한 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만 소비자에게 통보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했다.  

◆ 소비자 "품질불량!"..업체 "소비자 잘못!"


작년 7월 안 모(남.34세) 씨는 남성정장 브랜드인 엘르옴므에서 양복을 한 벌 구입했다.

지난 4월 초 이 양복을 입고 출근을 했던 안 씨는 의자에 앉을 때 옷이 터지는 소리가 나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 양복 바지를 살펴봤다. 바지 엉덩이 부분이 크게 찢어지고 헤진 부분 또한 발견됐다. 안 씨는 화가 났지만 일단 구입 매장에 AS를 부탁했다.

업체는 안 씨의 바지를 다른 기관에 의류 심의를 보냈고 한 달 뒤 소비자 책임으로 확인돼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심지어 수선도 해줄 수 없다는 게 업체측 입장이었다. 

안 씨는 이같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었다.

안 씨는 “소비자 잘못이라면 다른 브랜드에서 구입해 더 오래 입은 양복은 왜 멀쩡하냐”며 “이는 소비자 잘못이 아니라 업체쪽이 잘못 만든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엘르옴므 관계자는 “찢어진 바지에 뜯겨진 흔적이 있어 소비자 과실이 분명하다. 원단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작년 겨울 상품이라 원단의 재고가 없어 수선할 수 없다. 소비자에게 할인 상품을 구입하라고 제안했으나 소비자가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옷이 찢어진 것은 소비자 부주의라 치더라도 원단 재고가 없어 수선을 못하는 사실에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였다. 


부천시 상3동의 최 모(여.42세) 씨의 경우 올해초 동인스포츠에서 생산하는 아레나 수영복 신상품을 10만 8천원에 구입해 두 달간 입었는데 어느날 수영복 등부분이 눈에 띄게 찢어진 것을 발견, 의류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3주 뒤 ‘소비자 부주의로 찢어져 보상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 씨는 “2개월 밖에 입지 않았는데 수영복이 찢어질 수 있느냐”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최 씨의 항의에 아레나수영복측은 대한주부클럽에 2차 심의를 접수하기로 했다.


◆ 의류심사 한 번에 안 되면 두세 번도 가능


이처럼 의류 심의 결과는 심사 기관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사용한 지 얼마 안 돼 찢어져 ‘내구력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경우에도 심의 과정에서 옷감이 찢어진 모양을 판정한 결과는 ‘소비자 부주의’로 판정이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업체 측에서 의류 심의 결과를 내세워 ‘소비자 부주의’이므로 교환이나 환불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2차, 3차 심의를 신청할 수도 있다. 다만 의류심의 결과가 엇갈리고, 업체가 이를 수용하기를 거부할 경우에는 소비자가 여전히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수의 기관에서 심의를 받는 것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실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의류 심의시 복수의 기관에 심의를 받아 보상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 지향의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의류 심의 결과는 사업자가 거부해도 그만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실장은 또 "일부 기업은 3군데에 심의를 넣어 '소비자 과실'로 나온 1건의 심의 결과만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식으로 악용 사례도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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