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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회장과 평균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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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회장과 평균수명
  • 유태현기자 yuthth@hanmail.net
  • 승인 2007.03.02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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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독일 이야기 한토막. 하느님이 모든 사람과 동물들에게 수명을 정해주기로 했다.

당시 기준 수명은 30년이었다. 당나귀는 30년동안 중노동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하느님은 30년에서 18년을 줄였다.

이어 개도 집지키며 무료하게 30년을 살기 싫다고 불평했다. 그래서 12년을 줄였다. 원숭이는 10년을 줄였다.

사람은 30년이 너무 짧다고 불평해 당나귀의18년과 개의 12년 그리고 원숭이의 10년을 가져갔다.

사람은 본래 자신의 수명인 30년은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일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행복하게 산다. 그 다음은 당나귀로부터 받은 18년을 산다. 이 기간은 당나귀처럼 사랑하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등이 휘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그 다음 개에게서 받은 12년은 집을 지키는 개 처럼 살게된다. 나이가 들어서 힘든 일도 못하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지도 못하며 조심조심 조용히 살게된다.

나머지 원숭이로부터 받은 10년 수명동안은 원숭이 처럼 우스운 소리를 하며 살게 된다. 눈도 어둡고 귀도 잘 안 들려서 말도 안되는 엉뚱한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말을 듣고 사람들이 깔깔 웃는다. 사람은 이런 식으로 70년을 살다가 하늘 나라로 간다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차기 회장 선출이 ‘나이’문제로 무산됐다. 강신호 회장의 후임으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선임하려던 27일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70살 가까운 분은 차기 회장직을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면서 조 회장(72) 합의추대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전경련은 노령인 70대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50대 수장도 한국의 문화.관습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회장 나이가 60대로 제한되는 어정쩡한 상황을 맞게 됐다.

독일의 우화를 기준으로 하면 70대 회장 불가설이 이해된다. 원숭이의 나이를 살게 되는 60대부터는 눈도 어둡고 귀도 안들여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살게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에게 전경련 회장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독일의 우화는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무한정 늘어지기 훨씬 이전인 옛날 이야기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78.6세에 달한다. 남성 75.1세 여성 81.9세다. 10년전보다 5살이나 늘었다.

이같은 추세로 가면 앞으로 2018년이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80세에 달하게 된다. 학자들 사이에선 향후 60년안에 평균수명 120세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봐도 모든 동물의 자연 수명은 성장이 끝나는 싯점에 7을 곱하면 된다고 한다. 개의 경우 2세까지 성장한 뒤 그의 7배인 14년을 살고 쥐는 3개월이 성장기간이기 때문에 2년을 산다는 것이다.

사람이 20세에 성장이 끝난다면 140세가 정상 수명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은 스트레스나 병등으로 원래 자신의 수명을 갉아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우리 주변엔 청년 못지 않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노익장들이 수두룩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다. 평균 수명 80세를 바라보는 즈음에 나이를 문제 삼아 회장의 자격 여부를 따지는 것은 우스워보인다.

나이가 많아도 부적격, 사생활이 복잡해도 부적격이고 자발적으로 맡으려는 사람은 없고. 참 골치 아픈 감투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핑계일 뿐 혹시 다른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라이벌의식이나 장삿 속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지.

잘하면 색깔도 없고 실력도 시원 찮지만 얼굴마담만 잘 할 수 있는 '마네킹'이나 '로봇'을 전경련 회장으로 뽑는 상황을 구경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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