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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성장이 한국인을 자살로 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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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성장이 한국인을 자살로 몬다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7.03.1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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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을 향해 줄달음쳐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지만 정신.문화적 변화는 이루지 못한 채 또다른 난관에 부닥치자 자살이라는 쉬운 길을 택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어바인에 있는 `뉴아메리카재단(NAF)'의 그레고리 로드리게스 수석연구원은 11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기고한 `성공이 한국인을 죽이고 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한국 사회에서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의 원인을 이렇게 짚었다.

로드리게스 연구원은 지난 한해 동안 LA의 한인사회에서 자녀 등 가족들을 살해하고 자살을 택한 사례가 3건이나 발생하고 올 들어서도 30대의 한 가정주부가 이를 따르려다 실패한 사례가 있었는데 언론에서는 하나같이 경제난, 이민 적응 어려움을 원인이라고 지적하지만 진정한 해답은 이곳에서 6천마일 떨어진 한국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제하며 자살의 근본적 이유를 풀어나갔다.

그는 역사상 두드러진 경제발전과 사회변혁을 통해 1960년대 농경사회에서 1990년대 고도의 도시산업화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룬 성공이 한국인들을 결국 죽음으로 몰고가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1995년 10만명당 11.8명이던 것이 2005년 26.1명으로 증가하는 등 지난 10년간 자살이 거의 2배로 증가한 것에 주목한다.

올 들어 2월까지 정다빈과 유니의 자살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자살은 20대의 사망 원인중 1위이며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높아 전체 사망원인중 4번째나 되는가 하면 2005년에는 400여명의 학생들이 경쟁적인 교육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친구들의 죽음을 경계하는 철야기도를 갖기도 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런 자살 급증 현상에 대해 로드리게스 연구원은 "다른 경쟁 상대인 선진국에 맞서 경제기적을 이룬 중심에는 근면정신이 한 몫을 했으며 지난 40년간 일에 파묻히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희생한 결과 형편이 나아졌다"면서 "하지만 1997년 갑작스레 닥친 경제 위기에서 거의 35년만에 실질수입이 감소한데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높은 신분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버리는 등 낙관적인 태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남범우 건국대 심리학교수의 경우 "사람들이 좌절감을 느끼면서 왜 열심히 일해야 하냐"는 회의론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고 사회학자인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미 1979년초에 "언젠가 벽에 부닥칠 것"이라고 예견했다고 전했다.

지난번 한국방문시 서울대 사회학과 장경섭 교수가 "한국 문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빠르게 이룬 경제적, 물질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현대화를 추구했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서양의 철학을 담지 못한 채 오로지 물질과 기능적인 면만 따라갔다"고 평가했다는 것.

로드리게스 연구원은 "경제발전을 이루는 동안 국민들은 사회체계의 불평등이나 엄격한 신분 성향을 기꺼이 무시하고 받아들이지만 계속되는 극심한 경쟁 속에서 더 이상 경제발전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은 정신적 불안감을 야기하게 되며 그 결과 사회를 변화시키려 애쓰기 보다는 쉽게 아이를 적게 낳고 자살을 택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장 교수의 의견으로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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