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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빵집' 재벌 빠지니 대기업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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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빵집' 재벌 빠지니 대기업 공습
  • 이경주 기자 yesmankj@naver.com
  • 승인 2012.12.05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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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제과점시장에 또 다른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프랜차이즈 출점 규제를 골자로 하는 자영업자 보호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사업철수를 선언했던 재벌그룹 계열사 가운데 일부가 여전히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일부 재벌그룹들이 매각한 베이커리 사업을 인수한  대기업들이  의욕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어  자영 영세업자들의 설 땅은 여전히 좁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파리바케뜨를 비롯한 제과점 프랜차이즈의 신규 출점만 규제하는 것은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데 별 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재벌그룹의 빵집사업을 인수하거나 독자진출을 통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우선 롯데로부터 블리스의 지분 50%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영유통은 세계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의 한국판매 회사로 지난해 매출 2천733억원을 기록한  대기업이다. 블리스의 지분 30%를 보유한 매일유업도 연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식품업체다.


또 호텔신라 ‘보나비’ 지분 전량을 301억원에 인수한 대한제분도 연 매출이 7천억원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재벌 그룹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확대를 꾀하고 있어 앞으로 제과점 시장의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1위 사업자인 카페베네가 빵집 프렌차이즈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카페베네는 코엑스점에 베이커리형 시범 매장을 오픈하고 경기도 하남에 베이커리 공장을 짓는 등 이미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상태다.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가 발휘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기업들의 사업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제과점사업에서 제대로 손을 뗀 곳은 현대백화점과 호텔신라, 현대자동차 정도가 손에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빵집 브랜드 `베즐리'를 제3자에 매각하기로 하고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며, 호텔신라는 `보나비' 지분 전량을 지난 4월 대한제분에 매각했다.


현대차는 총수일가가 지분 28.31%를 보유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식음료사업에서 철수하고 제3자에 위탁했다.


그밖에 한화가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전체 매장 8개 가운데 5개를 올해 철수했다.


그러나 재벌빵집 가운데 1,2위를 다투는 신세계와 롯데는 여전히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SVN 지분 40%를 감자소각 방식으로 전량 처분했을 뿐 베이커리 운영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5월 빵집 계열사인 블리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사업을 접었다.


블리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와 롯데쇼핑이 지분을 각각 70%와 30%씩 보유했으나 매각을 거쳐 영유통과 매일유업이 50%와 30%를 갖게 됐고 나머지 20%는 기타 주주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또 다른 제빵계열사 롯데브랑제리의 지분 90.5%를 보유하며 여전히 성업하고 있다.


이렇듯 대기업들의 제과 시장 잠식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기존 프랜차이즈의 신규 출점 제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4월 제과․제빵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동일 영업권내 신규출점을 규제하는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다. 기존 점포가 위치한 곳에서 일정 거리 안에 동일 프랜차이즈 점포를 낼 수 없게 한 것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 간에는 이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파리바케뜨나 뚜레쥬르의 신규 출점은 제한되지만 새로 시장에 뛰어든 후발업체가 같은 영업권 안에 점포를 내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존 프랜차이즈 업체의 출점을 규제해봤자 그 자리를 다른 대기업들이 파고 들어오면 자영업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대한제과협회는 “커피전문점 1위 업체인 카페베네도 제빵 프랜차이즈 사업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확장만 금지하는 것은 동네빵집을 살리는 근본 대책이 못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협회에 따르면 동네빵집은 지난 2000년 1만8천여개에서 지난 달 4천여 개로 급감한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는 1천500여 개에서 5천200여개로 늘었다.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업체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골목상권의 자영업자들로서는 새로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로 인해 존립기반이 더욱 위태로워진 셈이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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