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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으려다 돈 날리고 생고생하고...유학원 피해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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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으려다 돈 날리고 생고생하고...유학원 피해 봇물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3.10.23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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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가 스펙 쌓기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사설 유학원을 통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사설 유학원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기관조차 없어 피해를 호소할 곳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지난해 84건,  올해 10월까지 해외 어학연수 관련 78건의  피해제보가 빗발쳤다.

대부분 어학연수 취소 시 유학원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막상 어학연수를 가더라도 설명과 달라 실망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했던 임 모(남)씨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취소하자 선불금을 모두 취소 수수료라며 돌려주지 않았다”며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임 씨는 지난 5월 L유학원을 통해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다. 업체 측은 선불금으로 140만원을 요구하며, 나중에 캐나다 학비로 돌려주는 돈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갑자기 취소해야 되는 지경에 되자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선불금으로 낸 140만원이 모두 취소 수수료라는 것.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선불금이 아니라 대행 수수료에 대해서만 취소 수수료로 공제되게 돼 있지만 이 같은 법이 있는지 몰랐던 임 씨는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임 씨는 “처음 계약을 할 때나 돈을 입금할 때는 취소 수수료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환불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해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출발 전 취소 시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뿐 아니라 출발하고 나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고등학생인 아들을 미국에 보냈다가 유학원의 설명과 다른 홈스테이 시설에 몸만 상했다”며 분노했다.

지난해 8월 박 씨의 아들은 1년 동안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학교생활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지만 S유학원에서 제공한 홈스테이 시설이 엉망이라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그 집에는 여자 혼자 4명의 학생을 돌보고 있을 뿐 아니라 식사 제공도 되지 않고 샤워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등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결국  4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 씨는 아들이 생활한 4개월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S유학원에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내부 환불절차에 따라 돌아오는 날인 올해 9월 3일에 나머지 금액에 대해 환불해준다고 설명했으며, 홈스테이 비용에 대해서는 70%를 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마저도 약속한 날짜에 입금이 되지 않아 미국 학교에 확인해보니 지난 2월 이미 등록금을 환불했다는 답변을 얻었다. 박 씨가 유학원에 항의하니 업체 측은 “학원에 돈이 없어 환불이 안 된다”며 배째라 식으로 나왔다고.

박 씨는 “어려운 시기에 대출까지 해서 자식을 유학 보낸 것인데, 유학원이 제대로 된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고 사기를 치고 있다”며 “환불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계속 날아오는 광고 문자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라 100% 입학이 확실하다고 호언장담하거나, 불합격 시 100% 환불을 보장한 다음 막상 입학이 되지 않았을 경우 소비자 탓이라고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해 취소 시기에 따라 대행수수료를 공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유학원들이 자체 내부 규정을 핑계로  거액의 선수금을 모두 취소 수수료로 물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설 유학원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부처가 없어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사업자등록증만 내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의 피해만 급증하고 있는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뿐 아니라 ‘어학연수와 유학 분야 표준약관’을 제정해 유학원의 허위정보 제공과 불공정한 환불 규정 등을 제재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안전정보과 김정기 과장은 “지속적으로 과장, 허위 광고 등을 적발해 시정 조치를 하고 있지만 담당 부처가 없어 소비자들의 피해 신고가 줄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 등 관련 기관에 제도 도입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안전한 유학원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가지 체크항목을 반드시 점검한다.

1. 업체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내부 규정'을 확인한다.
대형 업체들은 표준약관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대부분 따르고 있지만 소규모의 사설 유학원은 내부 규정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업체마다 다르게 운영되는 내부 규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계약을 진행하다 틀어질 경우 계약금을 모두 날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2. 모든 계약 내용은 서면으로 작성해 증거를 남긴다.
2012년 7월 개정된 표준약관에 따르면 사업자가 중요정보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제공해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고객이 사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능한 모든 정보는 서면으로 받아 증거를 남겨야 한다. 유학원에서 약속한 학교 프로그램뿐 아니라 숙박과 서비스 등에 대한 것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또한 현지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유학원은 무상으로 이를 중재 또는 협조할 의무가 있으니 출발하기 전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3. 학비와 수수료는 현지 학교에 직접 보낸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기나 환불 거부 등의 피해는 대부분 유학원에서 학비와 수수료를 대납한다며  받아 챙긴 뒤  유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업체가 환불을 차일피일 미루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현지 학교와 접촉해 학비를 내는 것이 좋다. 학교에 직접 내는 것이 정 어렵다 싶으면 업체에 대납을 요청하되 학비와 수수료를 분리해 서면으로 명확하게 증거를 남겨놓는 것이 필요하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표준약관을 강화해 유학원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며 “기승을 부리고 있는 유학원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해 먼저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 부처 지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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