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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후 얼마 지나야 재고차?...'엿장수' 기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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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후 얼마 지나야 재고차?...'엿장수' 기준 논란
기준없이 업체들 자의적 판단에 의존...사고차 속임수 판매 우려도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5.05.2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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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강원도 원주에 사는 최 모(여)씨는 지난 달 중순 SUV차량을 구매했다. 그러나 차량 인수 후 문제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계기판에 오래된 회색먼지가 쌓여있었고 뒷좌석 시트 비닐도 이미 벗겨진 상태였다. 거기에 옵션이었던 일부 악세사리도 없어진 상태라 재고차량 여부를 물었지만 영업사원은 "비닐이 없는 것을 좋아하는 고객도 있다"며 2월 생산 차량이고 재고차는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최 씨는 재고차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물증을 찾을 수 없었다.

# 사례2 경기도 용인에 사는 한 모(여)씨는 지난 달 초 중형 세단을 구입했다. 다른 지점에 차량이 남아있다고 해 찾아갔는데 지하주차장 한 켠에 먼지로 뒤덮인 차량 하나가 있었다. 찜찜했지만 일단 세차 후 흠집이 있으면 교환해주겠다는 대리점 측 제안에 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곳곳에 흠집은 물론 내비게이션 최근 목적지에 이미 여러 곳이 검색돼 있는 등 사고차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한 씨는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지금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재고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제조사와의 분쟁이 늘고 있다.

출시한 지 6개월 이상  지난 차량이 신차로 비싼 값에 팔려나가는가 하면 2~3개월만에 재고차가 되기도 하는 상황. 이 때문에 자신이 구입한 차가 재고차인지 아닌지 소비자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앞서 사례처럼 '재고'라며 낮춰진 가격으로 유혹해 '사고차량'을 판매한다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되고 있는 상황.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재고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는 걸까?

◆ 재고차 기준은 며느리도 몰라... 제조사 "재고라는 용어 없어"

완성차 업계에서는 재고차로 분류된 모델에 한해 정가의 10~20% 이상 할인해 판매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 초에는 9월부터 판매가 금지된 '유로5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재고떨이하기 위해 일부 수입차 업체가 사상 최대규모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는 월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기도 했다.

이처럼 각 업체들도 악성재고로 남은 노후 모델에 대해 특별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재고차로 인정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현대자동차(대표 김충호·윤갑한), 기아자동차(대표 이형근·박한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도 재고차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공장이 국내에 있어 '주문생산방식'으로 물량을 주문하기 때문에 과도한 선주문이 아닌 이상 재고가 발생하게 어렵다는 논리다.

현대차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재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각 대리점 별로 계약취소나 인수를 거부해 재고로 남는 모델이 있을 수 있으나 재고차를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고 설명했다.

BMW코리아(대표 김효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대표 테렌스브라이스존슨) 등 수입차 업체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 독일계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미리 수입했다가 팔지 못한 물량을 재고로 판단할 수 있지만 예를 들어 '출시 이후 수 개월'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분류 기준 제조사 마음...사기 피해 막기 위한 대책 필요

이처럼 각 제조사들은 '재고차'에 대한 기준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재고'라는 단어를 내부적으로만 통용할 뿐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곳도 대부분이다.

하지만 각 제조사 대리점과 고객센터에 재고차 문의를 하면 구체적인 기간까지 언급하며 재고차 판매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모델별로 기준도 달라 어떤 차량은 출고한 지 2~3개월 만에 재고차 판정을 받는가하면 출시 반 년이 지나도 신차 범주에 들어가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부분의 모델이 '연식 변경'이라는 이름 하에 매 년마다 신차를 출시하고 있어 재고차가 양산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형 모델이 나오면 2014년형은 자연스럽게 재고로 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고차 및 전시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시차나 재고로 남은 차량을 신차로 속여 판매하는 피해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최소 수천만원을 내고 구매하는 제품인만큼 바로 출고된 차량을 타고 싶어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공통된 마음"이라면서 "각 제조사에서도 재고로 남는 차량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둬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여야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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