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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포기…돈도 친구도 다 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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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포기…돈도 친구도 다 잃었어요"
<다단계 체험기> 친구 권유로 들어간 2개월 '악몽'
  • 박성규 인턴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2.04 07: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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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비자 유미송(가명.여) 씨가 직접 경험한 다단계 피해사례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한 내용입니다. 

경북 구미에서 공장을 다녔던 유 씨는 지난해 12월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친구(여동생)를 통해 서울에 좋은 직장이 있다는 소개를 받고 상경했습니다. 알고보니 다단계회사였습니다.

동생과 합숙 언니들의 끈질긴 권유와 쇠뇌로 1000만원을 빌려 2개월을 일했습니다. 남은 것은 보증금 500만원과 눈물 뿐이었습니다. 다단계의 마수에 걸려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수백만원의 돈을 잃고, 친구도 잃은 유 씨의 가슴아픈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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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2006년 12말에 경북 구미에 있는 공장에서 3교대로 일을 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일도 힘들고 친구가 필요해 한 포털 사이트에 있는 ‘우리친구할까요’라는 카페를 이용해 친구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얼마 후 한 여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이는 한 살 어린 동생이었지만 힘든 내 생활을 이해해주고 위로해줘서 우린 2주간 연락을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동생은 내게 “3교대 공장 생활 힘들지 않느냐”며 “서울에 아는 패션잡지 회사가 있는데 거기에 이력서를 내보라”며 권유했다.


마침 공장일도 힘들어 그만두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회사를 그만두고 이력서를 내기로 결심했다.


이력서를 내고 며칠 후 연락이 왔는데 일주일내로 서울로 올라오지 않으면 입사가 취소된다는 것이었다. 집에는 대구로 가서 일을 한다고 말하고 출세하겠다는 마음으로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역에 도착해 전화를 하니 “역삼동으로 지하철을 타고 오라”고 해서 지하철을 타고 그 곳으로 갔다. 지하철 역 앞에 그 동생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자꾸 어디로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는 것이었다. 행동하는 것과 말이 수상했지만 인상도 좋고 서울까지 왔다며 먹을 것도 사줘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던 중 그 동생은 자기와 함께 산다는 언니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니 집에서 같이 살자”고 말했다. 커피숍에 들어가 내일 있을 면접에 대해 물어봤다.

그런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동생은 내게 “미안해. 그 회사가 언니가 고졸이라서 안 된데”라고 말하며 울먹이는 것이었다.


동생 말 하나 믿고 다니던 회사 무단퇴사하고 부모님께도 거짓말까지 했는데 정말 눈물이 다 났다. 너무 화가 나 동생에게 울분을 토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동생은 “어디를 가냐”며 “자기도 회사를 그만뒀다”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다 퇴직자니까 같이 사는 언니한테 부탁해보자”고 말했다. 집에 갈 면목도 없어 일단 오케이를 했다.


잠시 후 그 언니라는 사람이 왔다. 그는 나를 칭찬하며 자신은 네트워크 마케팅을 한다고 소개를 했다. 당시에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어쨌든 시간이 너무 늦어 짧게 소개를 하고 그 언니 집으로 향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커피 값과 택시비는 내가 냈다.


집에 도착하니 또 한 명의 언니가 더 있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언니는 매니저였다. 자기 전에는 “타지 생활하는데 서로 싸우지 말고 의지하면서 살자”며 “내일 면접과 회사설명 세미나가 있으니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들의 친절함이 고마웠다.


다음 날 D회사에 갔다. 물론 택시비는 내가 계산했다. 회사에 가니 멋진 정장을 입은 내 또래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4일간 연속으로 세미나를 들었다. 350PV에 1000만원 수입 어쩌고저쩌고 설명했다. 무식하게도 그게 다단계인지, 네트워크마케팅이 다단계인지조차 몰랐다. 피곤해서 졸음이 쏟아졌다.


같이 간 동생은 “자지마라”고 말하고 언니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욕을 섞어가며 “니 XX년 이거 나중에 시켜달라고 하지마라.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며 “성공시켜준다는데 지랄이야”라며 쇠뇌를 시키며 강요했다.


나도 성공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믿고 방값 핑계로 부모님에게 1000만원을 얻었다. 이 중 385만원은 물건을 구입하는 데 썼고, 500만원은 방 보증금 명목으로 지불했다. 여기에 숙박비로 매달 20만원까지 지불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돈은 점점 떨어졌고, 빵이나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는 생활이 많아지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그러나 회사 측이 입원을 못하게 해 결국 퇴원을 해야 했다. 그 후에는 언니들이 약을 먹는 모습을 보며 “나가 죽어라”며 걸핏하면 욕을 해댔다.


이들의 강요와 시달림에 일을 시작한 지 2달 만에 6명의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이 중 구미에서 같이 공장을 다니던 동생이 나를 믿고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건강이 계속 안 좋아지면서 실적이 없자 언니들은 맨날 욕을 하고, 벽에 밀치는 등 떠올리고 싶지 않은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내가 가입시킨 동생에게 “우리 같이 나가자.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고 설득을 했지만, 쇠뇌교육을 당한 것처럼 동생은 아무 말 없이 “그냥 교육이나 듣자”며 같이 나가기를 거절했다.


그 날 저녁 나갈 마음을 먹고 언니들에게 보내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러자 날 가입시킨 동생은 처음에는 달래려 했지만 거부하자 언니들과 함께 욕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언니는 “얘가 정신이 돌았네. 너 나가면 네가 데리고 온 동생은. 네가 인생 망쳤잖아”라고 말하며 화장실에서 휴지를 가져와 내게 집어 던졌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얼굴을 갖다 대라면서 한 번 더 내리쳤다.


언니들의 폭행으로 인해 눈을 못 뜰 정도로 눈가에 피멍이 들었다. 그들도 지쳤는지 내 지갑에 있는 회원신청서를 가져가고, 핸드폰에 있는 사람들과 통화내역을 다 지우고 나서야 “내일 아침에 짐 챙겨서 가라”고 화를 냈다. “(네가) 욕 한마디라도 했으면 쇠파이프로 때렸을 것이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날 밤 매니저 언니랑 날 가입시킨 동생이랑 찜질방에 가서 잤다. 그들은 거기서도 “다시 생각해보라”며 계속해서 설득을 했다. 나는 일체 어떤 대꾸도 안 하고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침이 돼 집에 가려고 나서는데 동생과 언니는 “회사에 가서 인사는 하고 가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가방 보따리를 들고 회사로 갔다.


회사 직원은 다시 한 번 그만두지 말라면서 설득을 했다. 아무 소용이 없자, 그는 “계좌번호 주면 보증금 500만원 부쳐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건 값에 대해서는 “환불을 안 되니 그냥 두고 가라”고 욕을 했다.


회사를 나오자마자 미친 듯이 뛰어 서울역으로 갔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내가 너무나 한심해 눈물밖에 안 났다. 기찻길에 뛰어들어 죽을까도 생각했지만 내가 끌어들인 동생생각이 나서 이상한 생각을 안 하기로 결심했다.


기차에서 내려 무통장 입금 조회를 하니 다행히 500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집에 들어가서 무척 혼이 났고, 얘기를 들으신 어머니도 속상해서 같이 울었다. 다행히 아버지는 이러한 내용을 모르셔서 내가 가진 돈 전부 합쳐 920만원을 만들어 아버지에게 드렸고, 부족한 80만원은 벌어서 드리기로 하고 이 일은 일단락됐다.


이 일로 밖에도 잘 안 나가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직장도 계속해서 옮겨 다니고 있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몽 같은 시간이 떠오르고 무엇보다 내가 가입시킨 착한 동생이 꿈속에 나타나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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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경아 2007-12-04 23:52:23
왜 혹할까???
세상에 공돈은 없는법인데...

2190769 2007-12-04 11:18:34
다단계 체험기
아직도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불법 다단계업체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것 같습니다.
일단 물품구입 강요나 높은 후원 수당을 말하면 의심해 봐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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