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지배구조-식품산업⑬] 하림그룹 편법증여 논란 속 2세 중심 지배구조 개편..."승계는 시기상조"
상태바
[지배구조-식품산업⑬] 하림그룹 편법증여 논란 속 2세 중심 지배구조 개편..."승계는 시기상조"
  • 나수완 기자 nsw@csnews.co.kr
  • 승인 2020.07.22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 창립 42주년을 맞은 하림그룹은 하림지주(대표 김홍국)를 지배회사로 두고 있다. 하림지주‧하림‧선진‧팜스코‧팬오션‧NS쇼핑 등 6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약 3조8567억 원이며 이 가운데 오너일가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지난달 9일 기준 2037억 원이다.

하림그룹은 1986년 김홍국 회장이 창립한 양계축산‧가공업체 하림식품을 기반으로 한다. 1999년 축산사료업체 ‘그린바이텍’을 설립하며 사업다각화에 나선데 이어 2000년대 들어 천하제일사료‧한국썸벧‧농수산홈쇼핑(NS홈쇼핑)‧선진‧팜스코 등을 계열사로 편입해 하림그룹을 출범시켰다.

곡물-사료-축산-도축-가공-식품제조-유통‧판매 등 원료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한 하림그룹은 지난 2015년 자산규모 4조 원대의 해운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고, 이듬해 자산 10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성공적인 사세 확장의 결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장남인 김준영 씨에게 비상장계열사 ‘올품’의 지분을 100%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고 현재 공정위의 심사 결과를 앞두고 있다.

◆지주사 최대주주 김홍국 회장...들여다보면 지배구조 최정점엔 아들 김준영

하림그룹은 기본적으로 하림지주가 상장사인 하림‧선진‧팜스코‧팬오션‧NS쇼핑 5개사와 비상장사 47개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김홍국 회장이 22.94%로 하림지주의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지난달 9일 기준 약 1595억 원이다. 이외 김 회장은 하림(1.23%), 팜스코(0.19%), 엔에스쇼핑(5.12%) 등에도 개인지분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인베스트먼트가 19.98%, 올품이 4.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는 올품이 가지고 있고, 올품의 지분 100%는 김 회장의 아들 김준영 씨가 소유하고 있다. 김준영 씨가 개인지분으로 가지고 있는 하림지주 지분은 없지만, 한국인베스트먼트와 울품을 통해 보유 중인 지분을 합산하면 24.28%에 달해 부친인 김 회장보다 오히려 많다. 결과적으로 하림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는 김준영 씨가 자리하고 있는 구조다. 

이어 김 회장 배우자 오수정 여사가 3%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한국인베스트먼트 19.98%, 올품 4.3%, 경우 주식회사 0.49%, 농업회사법인 익산이 0.28%를 더하고 있는 구조다. 하림그룹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은 50.81%로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하림지주는 제일사료(88.11%), 하림(57.4%), 선진(50%), 팜스코(56.3%), 팬오션(54.7%), NS쇼핑(44.2%), 하림USA(43.09%) 등 주요 계열사에 직접적인 지배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하림그룹은 복잡하게 얽혀있던 지배구조를 1개 지주사 체제로 개편했고, 그 결과 김준영 씨가 지배구조 최정점에 자리하게 됐다.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작업을 동시에 이뤄낸 셈이다.

하림그룹은 2011년 4개(제일홀딩스‧선진지주‧하림홀딩스‧농수산홀딩스)의 지주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 시켰고, 2012년에는 하림홀딩스에 선진지주를, 제일홀딩스에 농수산홀딩스를 흡수합병 시켜 더욱 단순화 했다.

같은 해 김홍국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개인회사 한국썸벧판매(올품) 주식 전량을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준영 씨에게 증여했다. 이듬해 한국썸벧판매에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던 올품을 합병시키는 등 개편 작업이 이어졌다.  

당시 한국썸벧판매는 하림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던 회사였기 때문에 ‘김준영→올품→한국썸벧(한국인베스트먼트)→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주요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즉 대학생 신분인 김준영 씨가 올품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후 2018년 최상위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가 중간지주사인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1개 지주사 체제로 개편을 마쳤다. 합병 뒤 존속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사명은 ‘하림지주’로 변경됐다. 최종적으로 ‘김준영→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하림지주→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김준영 씨가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함에 따라 승계구도 역시 확정됐다는 게 중론이지만, 하림그룹 측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김흥국 회장님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으로 향후 오랜기간 더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현재 김준영 씨는 단지 지분을 가지고만 있는 수준으로, 내부에서 김준영 씨로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논의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준영 씨에게 올품의 지분 100%를 증여했을 당시 회장님에게 종양이 발견됐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 아들에게 증여한 것일 뿐”이라며 “현재 김준영 씨는 그룹 내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기에 승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림그룹 편법증여‧일감 몰아주기 논란 여전...공정위 심사 결과 앞둬

김준영 씨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편법증여 문제가 하림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12월 김홍국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냈다. 지난 2012년 김 회장이 김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의 지분을 100% 물려주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증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김준영 씨에게 올품 지분 100%를 증여할 당시 증여세로 100억 원을 냈다. 문제는 당시 대학생 신분인 김준영씨가 증여세 100억 원으로 10조 원 자산규모 하림그룹의 지배권을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갖게 된 올품이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올품이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급성장했다는 논란도 이어졌다. 지난 2011년 매출 700억 원대에 그쳤던 올품 매출이 2018년 3000억 원대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해 하림그룹 측은 법을 준수한 증여방식과 그에 맞는 세금을 냈으며, 일감 몰아주기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2012년 올품 지분을 증여한 뒤 2015년 팬오션 인수와 계열사들의 실적 향상으로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발생된 오해”라며 “당시 기업가치에 맞게 증여세를 냈는데 지금 자산가치를 들어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품 매출액이 증여 다음 해인 2013년 크게 증가한 이유는 3000억 대 매출규모 계열사 한국썸벧판매와 올품이 합병했기 때문”이라며 “합병을 추진한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 권고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행위제한 위반사항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림그룹의 검찰 고발 여부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와 관련된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 심사 결과는 공정위 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이 난다”면서도 “다만 정확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너리스크 하림그룹, 3년째 실적도 악화...‘개선 숙제’

현재 김홍국 회장이 상장 계열사 하림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가운데 하림은 최근 3년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육계부문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자, 곧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매출‧영업이익이 악화되고 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가 상승하는 등 위기가 심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기반으로 최근 3년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17년 매출 8673억 원을 기록한 이래 2018년 8286억 원, 지난해 들어선 805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7년 181억 원을 찍은 후 2018년 15억 원으로 급감하더니 지난해엔 14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는 영업손실 73억 원을 내며 전년 동기 7억 원에서 적자전환 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01억 원에서 1856억 원으로 12%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85억 원에서 165억 원으로 2배 가량 폭증했다.

차입금 규모도 커졌다. 하림의 올 1분기 차입금은 48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총자산(8362억 원) 중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차입금의존도’는 52.8%에서 58.4%로 5.5%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급의존도는 통상 30% 미만일 때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하림은 가정간편식과 펫푸드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사업구조를 개선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육계 수요‧공급 불균형’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아 관련 사업의 수익성 개선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하림 측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육계 수요 공급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지속적으로 규모가 커지는 가정간편식 시장에 진출,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육계 수요 공급 불균형’이 올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올해 육계 사육마릿수는 육용종계 입식증가로 인해 지난해보다 2.4% 많은 1억43만 마리로 예상됐으며, 도계마릿수도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10억9000만 마리로 전망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나수완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